2010년 아시아 여행기9
1월 7일(목) 셋째 날
방콕 문화예술센터 8층에서 열리는 '비틀고 외쳐라(TWIST AND SHOUT)'는 일본과 메콩 교환의 해를 기념한 현대 일본 작가들의 미술 전시회 이름이다.
'트위스트 앤 샤우트'는 비틀즈가 부른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숙명 가야금 연주단에서 가야금으로도 편곡 연주한 앨범도 있다.
http://www.bacc.or.th/exhibition/detail/guid/43a26914a08818f15978c3a8e3eee125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대중 문화는 포켓몬이나 도라에몽, 헬로우 키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징을 만들어냈다. 요즘 우리 나라 청소년들도 대부분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익숙하다. 일본 대중 문화에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탓에 작품들이 무척 어색하게 다가온다.
작품 가운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발사한 인공위성도 등장한다. 인공위성이건 미사일이건 일본이 받은 충격을 연상한다.
이것은 미래를 꿈꾸는 작품이다.
누군가 한국 사람도 낙서로 참여하고 있다.
영상을 활용한 설치 미술이 많다. 그러다보니 광주 비엔날레에 온 느낌이 든다.
이 작품도 아주 재미 있다.
여행 막바지 타이완 타이중 국립미술관에 들렀을 때, 아시아 아트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었다. 비엔날레에서도 비슷한 작품을 보게 된다. 우리 나라 작가인 진기종의 2007년 작 'Discovery'를 보면서 방콕에서 만난 일본 작가 작품을 떠올렸다. 과연 누가 먼저 제작했을까 그게 궁금하다.
일본 작가가 설치한 방에는 사다리를 놓고 다락으로 올라가서도 신기한 장치와 영상을 보게 만들었다.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갖가지 도구와 기계 그리고 카메라를 이용하여 생경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양식을 기술 미학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기술미학 포럼도 있구나.
http://tech-aesthetic.tistory.com
중정(中庭) 바닥에 서 있던 로봇이나, 회랑을 따라 또는 가운데 빈 공간에 설치된 주황색 공도 이 작품 전시회에 속한 것이다.
일본 외무부(MOFA)는 2009년 일본과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 문화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나라들과 수백 개의 문화 예술 교류 행사를 열었다.
http://www.mofa.go.jp/region/asia-paci/mekong/event.html
흔히 동남 아시아 한류 열풍을 얘기하지만, 과연 우리 정부에서도 이들 국가와 이런 대규모 문화 예술 분야 교류를 계획하고 있을까?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작년 외통부에서 해외 문화 교류 행사는 이게 전부다.
-세계태권도 연맹 태권도 시범 공연 노르웨... 문화예술사업과 2009.10.09
-국립국악원 오사카 공연 문화예술사업과 2009.10.05
-전통무용단 및 비보이 공연단 브루나이 공... 문화예술사업과 2009.09.30
-국립남도국악원 나이지리아 공연 문화예술사업과 2009.09.30
-국립남도국악원 남아공 공연 문화예술사업과 2009.09.28
-뮤지컬 <두번째 태양> 상해 공연 문화예술사업과 2009.09.15
-"카르마" 공연 콜롬비아 개최 문화예술사업과 2009.09.09
-한-폴 수교 20주년 기념 실내악단 폴란드 공... 문화예술사업과 2009.09.08
-한국-모코로 우정의 날 행사 모로코 개최 문화예술사업과 2009.01.02
일본 외교부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문화 교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야말로 대형 마트와 구멍 가게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동남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늘 듣는 인사는 일본말이고, 일본인이냐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다 이유가 있는 게다.
이런 공간에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될 날이 있을까?
9층에는 태국 왕실 공주님이 찍은 예쁜 사진들이 있다. 공주는 푸근한 아줌마처럼 생겼다. '이쁘고 아름다운' 사진을 주로 찍었다. 태국에서 공식 활동하면서 그리고 2008년 북경 올림픽 사진. 에스파냐, 독일, 미국, 일본, 몽골 등 여행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일본 작가들 작품과 아주 대비된다. 작가의 사회 경제적 위치는 그가 생산하는 예술에 그대로 반영된다.
지하엔 도서관과 어린이 놀이방이 있다.
도서관 공간은 너무도 좋다. 인터넷도 가능하다. 천천히 앉아서 책을 보고 공부하고 싶은 곳이다.
공부하며 놀 공간이 또 하나 늘었다.
http://www.bacc.or.th
나는 이 예술문화 센터를 한나절 동안 둘러보면서 무척 좋은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센터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모른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방콕예술문화센터 운영에 대해 예술가들이 반발한다는 소식도 있다. 방콕시 공무원의 관료주의와 경직성이 예술가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무척 피곤하다. 게다가 배마져 고프다. 아무리 좋은 예술 작품이 눈앞에 있더라도 허기진 몸은 본능에 충실하기를 요구한다. 시간도 오후 두 시가 넘었다.
* 이 글은 2010년 1월 5일(화)부터 2월 4일(목)까지 30박 31일간 연오랑 세오녀 태은(중2) 가족의 여행 기록입니다.
* 여행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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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족자카르타-발리 우붓
타이완 타이중-타이페이
서울-옥천-대구-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