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소를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마음 속으로 원칙을 정한다.
첫째 : 가급적 물길을 곁에두고 걷기로 했다.
포장도로보다는 하천가의 자연제방이나 뚝을 따라서 가는 것이다.
물론 불가피한 곳도 있겠지만 그 원칙은 지키기로 했다.
둘째 : 주변의 문화재나 관광자원이 있으면 들려서 촬영도 하고 소개도 하기로 한다.
셋째 : 표식기는 그냥 두고 사진으로 소개하기로 한다.
사실 뭐 내세울것도 없고 준비도 안했고 등산에서 넘 싫었던 점도있고 해서리
용소를 따라 흐르는 개울의 물이 정말 맑다.
추수문장 불염진(秋水文章 不染塵)이라던 선인들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뭐니 뭐니해도 개울물은 가을 겨울이 정말 맑다.
가마골을 벗어나니 들판이 시작되고 한쪽은 포장도로
물을 들판으로 흘러간다.
물을 따라 들판으로 접어들었다.
가는 줄기의 영산강은 갈대에 덮여 물은 보이질 않는다.
멀리 용소가 있는 가마골 입구
강물은 갈대에 가리우고
한참을 가니 조그마한 하천이 합류된다.
가마골의 앞산은 순창 강천산의 줄기이다.
두번째 지류는 강천산 뒷줄기의 계곡물인것 같다.
이제 다시 물길과 포장도로의 교차점.
물 따라 가기로 했잖아.~~~~
좌측에 음식점이 있고 자연제방이 있는 것 같아
가뭄에 마른 개울의 가장자리로 들어섰다.
기분이 좋다.
이제 조금씩 강길을 걷는 맛이나나??
음식점 옆 개울길
자연제방을 따라 둘이서 걷는다.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어떻게 하루에 얼마만큼 걸을까 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한참을 가니 여름이면 탁족을 할만한 자리에 웬 표지석이 있다.
왕바우 표지석과 왕바우
이제 걷기 시작한지 1시간쯤 되어간다.
뭔지 모르지만 재미있고
가슴도 설래이고 ..........
산악회 친구들 가는 낙동정맥 실력없어 못 따라 갔어도
맘 좋은 고선생과의 영산강 순례
이것도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다.
한참 자연제방을 따라가니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교회 앞에는 연세드신 주민 몇분이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그런데 좌측으로 개울이 하나가 합류하고 있다.
역시 우리 고선생
어르신들에게 가더니 상세히도 여쭤보신다.
그 물은 분통골에서 흘러나오는 것이고 분통골은 강천산 뒷자락이라고
친절히도 설명해 주셨다.
이번에 영산강 본류와 합류하는 물은 강천산에서 출발한 물인 것이다.
지금 시간이 12시 50분
아침에 광주 출발이 9시 30분.
용소 출발이 11시 조금 넘어서이니 배가 고프다.
저 멀리 보이는 정자하나.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정자 이름이 동화정(同和亭)
임진왜란 당시 이 곳으로 이주해온 진주 姜씨들이 집성촌을 이루면서
다른 성씨들과 서로 동화하여 잘 살자고 지은 이름인듯 하다.
촛불 사태, 용산 철거민문제 등 이 시대의 화두는 대화와 소통인데
다들 불러보아 이 정자에서 막걸리라도 한잔 마시고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다.
집에서 싸온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제방으로 다가가니 물을 건너 강 오른쪽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야 할 것 같다.
좌측은 길이 영 아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드뎌 담양댐의 최 상류가 보인다.
경기침체에 바싹 마른 우리네 마음처럼
겨울가뭄에 속살을 허옇게 들어내고 있다.
그래도 아뭏든 반갑다.
오늘 목적지 담양댐 제방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이 보이니 말이다.
댐을 바라보고 우측은 추월산 물이 합쳐지는 지류이고
좌측이 여기껏 따라온 본류이다.
최측에 멋있는 전원주택이 몇 보인다.
근동에 돈 많은 사람의 별장인가보다.
그래도 부러워 안키로했다.
남보기에 좋지만 본인은 무지 귀찮은 것이
별장, 요트, 세컨드 라는 명언을 되새기며........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가면 테라스라는 커피숖 간판이 보이고 거기서 500m 쯤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고선생과의 나의 고민은 시작된다.
포장길은 담양댐과는 멀리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좌측으로 들어가면 담양댐 물을 따라 임도가 놓여있다.
그럼 그 끝은 어디일까?
가본적도 없고 안내서도 없으니 여기서는 결정을 해야한다.
포장도로로 가면 가깝다.
그런데 물따라가다가 잘못하면 되돌아오거나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아님 엄청 고생을 하거나......
그래도 처음 원칙대로 물따라 가기로 했다.
좌측 임도로 접어든다.
말라버린 댐 속살로 옛날 다녔던 도로, 논, 다리 등이 보인다.
그래도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척 사람을 흥겹게 한다.
약 30분쯤 걸었을까?
앞에 또 갈림길이있다.
좌측은 물쪽으로 우측은 임도인데 물이아니라 산쪽으로 올라간다.
우선은 원칙대로 물쪽이다.
좌측 물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길이 여의치 않다.
그런데 우측에 대단한 분묘가 하나 보인다.
아니 문화유산답사께나 다닌 고선생과 내 눈에도
왕릉을 제외하고 이런 묘원을 본적이 없다.
우선 그 곳을 둘러보고 묘원이 높은 곳이니 그 곳에서 길을 찾기로 했다.
국씨 묘원
국씨 묘원에서 바라본 담양호 풍경
정말 아마추어인 우리가 보기에도 생전 처음 접한 명당같은 묘원이었다.
앞의 안산이 조금만 멀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이 곳 담양에서는 국씨가 성공한 사람들이 많으니
아마 이 묘원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묘원에서 그냥 물가를 따라가면 길이 막히고 담양호로 들어가야한다.
조금은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 임도를 따라 영산강을 멀리하고 걸어야 한다.
가도 가도 끝없는 임도길.
다음에 편한 여행을 할려면 이길을 들면 안된다.
그러나 이 땅에 몇 안되는 명당같은 자리를 보고 싶으면 이 임도를 또 걸어야 할 것이다.
임도를 걷기 약 1시간여
넘 멀다.
물도 안보이고.....
포장도로가 나오며 앞에 담양펜션이 보인다.
17평형, 25평형.
여기까지 와서 자면 집과 뭐가 틀릴까?
서울 살던때는 이런 곳을 찾아다녔는데
광주에 내려 온 후로는 별로다.
온 가족이 다 있는 내 집이 최고인 것이다.
내가 나이가 들었나?
고갯길을 올라가니 버스 정류소가 보이고
멀리 추월산의 주봉이 보인다.
고선생님의 설명
"봉우리 모양이 스님이 하늘을 보고 누워계시는 모양이란다."
대체나 그리보니 그렇다.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으니
다시 좌측으로는 담양호의 물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산악회 사람들이 하산하여 하산주를 먹고있다.
나나 고선생도 저런거 정말 많이 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며 강따라 걷는 우리는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다.
그래도 한 시간여만에 다시 영산강물을 만난 것이니
기분은 다시 좋아졌는데 다리가 서서히 무거워져간다.
이제 차를 세워둔 추월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현재시각 4시 50분
아침에 이곳을 10시 조금 넘어 떠났으니.......
준비 부족으로 얼마를 걸은지도 모르고.....
다시 와서 조사를 해봐야 하겠다.
오늘 도보여행은 여기까지
그런데 담양댐 제방까지는 아직 멀었다
1시간은 더 걸어야 하는데......
또 길이 물따라 나있지 않고 멀리 돌아버린다.
그럼 의미가 없잖아.
고선생과 상의 후 담양댐 제방까지는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담양댐이 영산강 시원이라고 우기기도 한다는데......
담양댐 제방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다음 여정에 대해 상의 하였다.
다음여정은 담양댐을 출발하여 제방을 타고
담양읍의 관방천을 통과하여
광주 경계의 담양습지까지 잠정적으로 정하고
더 할 수 있으면 더 가보기로 결정하였다.
오늘 귀가길에 차를 타고 담양댐 습지를 둘러보고
다음에는 좀더 짜임새 있는 도보여행을 계획해 보았다.
처음이니 뭐 ~ 좀 서툴더라도
기분 좋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리~~~~~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화이팅,마지막코스로 재답사 가는 것이죠?
영산강 도보 여행을 시작하게 된 걸 축하합니다. 몸이 여의치 않아 참석하지 못했는데 다음에 홀로 가더라도 애로사항이 없도록 자세하고 맛갈스런 글 써주어서 다시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