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의 아이들을 말을 터도 같은 말의 반복이거나 상황이 다양해도 표현하는 말이 한정적이고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자폐스펙트럼 아이들과의 대화는 심각할 정도로 단조롭고 추상적인 내용이 섞여들면 대화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게 됩니다. 특히 부사, 감탄사는 물론이고 형용사 사용이 거의 되지 않기에 생경한 표현어투가 보통입니다.
ADHD단계에서는 말도 많아지고 표현이 다양해지지만 그렇다고 대화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자폐단계에서 보다야 훨씬 의사소통도 잘 되고 대화도 원활하지만 대화가 길어지다 보면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 생각을 요하는 부분에서의 대화지체 현상, 발설되는 단어들의 맥락상 어색함 등 자연스럽지않은 부분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사실 사람들의 말하는 행태는, 말하는 사람의 뇌의 상태를 정확히 반영합니다. 뇌의 상태란 지적수준, 주요 관심사, 대화상대에 대한 경청의 정도, 어휘력, 언어 예의, 뇌의 종합가동 능력, 요약전달능력 등등, 이 모든 것을 말합니다. 의사소통에 있어 우리는 말로 하는 것에 가장 익숙하지만 글도 있고, 신체언어인 제스츄어나 얼굴표정 등도 광역의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이런 광역의 언어소통 능력은 역시 뇌의 작동기능을 정확히 보여주게 됩니다.
언어작동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은 뇌의 다양한 부위의 조합이므로 전체기능이 조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아래 그림은 말을 할 때 관여하게 되는 각 뇌의 영역에서 무엇을 관장하는가를 좌뇌를 중심으로 설명해주는 내용입니다.
-글자와 단어인식은 후두엽과 측두엽
-단어분석과 소리의미의 연결파악은 두정엽과 측두엽
-언어이해는 측두엽
-언어구사를 위한 발성들 (입력과 출력)은 전두엽
자폐증 단계의 아이들이 언어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은 뇌의 영역 모두가 동원이 되어야하는 구조가 회복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쉽게 설명된 언어와 관련하여 동원되는 뇌영역 그림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듣기와 언어이해기능 측두엽
-읽기기능 후두엽
-말하기기능 전두엽 체감각영역
-말에 대해 생각하는 (어떤 말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기능은 전두엽
말에 대해 생각하고 발설의 컨텐츠와 어투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전두엽 내 왼쪽에 위치하는 브로카영역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브로카 영역의 핵심역할은 언어생성입니다. 언어발성을 위한 신체기관 조절 영역을 적절히 자극해주는 중대한 역할입니다.
물론 브로카영역이 올바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어떤 단어를 발성시킬 것인가에 대한 도움을 받아야하니 발성되는 말들에 담을 컨텐츠는 전두엽의 다른 영역이 도와주는 구조입니다. 말이라는 것은 아무 것이나 내뱉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적절하게 내용을 담아야하는 것이니 내용추리기 작업인 언어계획은 전두엽 내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언어구사 기능과 관련하여 저의 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를 중심으로 뇌 분석해보겠습니다.
태균이
-측두엽의 1차 듣기영역의 심한 뇌신경 손상으로 청각정보 이해 영역인 베르니케가 심각하게 미발달된 상태. 베르니케 영역은 브로카영역과 밀접한 뇌신경 연결망이 되어야 하는데, 베르니케 영역의 미발달로 인해 언어발성 근육조절 영역인 브로카영역이 가동을 못한 세월이 길어짐.
-오랜 토마티스 훈련으로 베르니케 영역은 유아 때보다 훨씬 나아졌으나 이미 6세 전까지 브로카영역이 가동되지 못했으니 언어구사 근육가동 능력 회복은 어려움
-후두엽의 기능인 단어인지와 상징기억, 전두엽의 습득된 단어에의 의미파악 기능은 잘 발달되서 그나마 인지하는 대상 (추상개념 포함)에 대한 글표기는 가능.
-후두엽 기능의 활성화는 전두엽 발달에 자극을 줘서 언어구사 기능은 어렵지만 의미있는 표정과 신체언어 구현은 가능하게 된 상태.
준이
-후두엽의 시각처리 기능의 어려움으로 인해 측두엽의 1차 청각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베르니케 영역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함. 베르니케 영역의 과도한 발달은 브로카영역을 계속 자극하게 됨. 들었던 소리를 재현하려는 브로카 영역의 비정상 활성화는 과도한 혼잣말, 뜻을 알 수없는 외계어 남발의 현상을 초래함
-비정상적이라도 브로카영역이 활성화된 것은 언어구사를 위한 근육 가동 기능은 정상적으로 성장하였음을 말해줌.
-후두엽 기능의 어려움은 습득된 말이나 글의 의미파악을 방해해서 훌륭한 베르니카 영역의 가동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말이나 글쓰기는 어려움.
-후두엽 기능의 어려움은 전두엽 발달을 방해해서 뭔가 많이 떠들어대긴 하지만 의미있는 언어구사 발상은 어려움. 대부분 부적절한 혼잣말 등의 지연반향어가 주를 이룸
-청소년기를 넘기면서 전두엽이 그나마 발달해 갈 수 있을 것인지가 향후 중대한 예후향방이 될 것임.
완이
-측두엽이나 후두엽, 두정엽 등 각 감각정보처리 기능을 가동하기 위한 기본 신체 발달의 출발점인 소뇌부터 발달이 지체되어, 원시반사 소거 등의 생후 6개월 전의 뇌작업 들이 6세 이후까지 해결되지 못함
-7세 이후 그나마 감각뇌신경 재편을 위한 소뇌자극 동작훈련들로 인해 조금씩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후두엽 두정엽 측두엽에 위치한 감각기관들이 천천히 활성화되어가고 있으나 늦은 감이 많았음
-생후 6개월 전에 소거되어야 하는 원시반사들이 잔존하면서 공포와 불안을 관장하는 측두엽의 지나친 자극 예민 회로는 뇌전체의 감각수용 체계 확립에 큰 걸림돌. 불안 공포의 상습화로 인해 외부세상 정보수용에도 잦은 정체현상을 보임
-제주도에서의 1년 야외활동 노출 과다경험을 통해 상습화된 불안과 공포 민감성에서 많이 풀려났지만 위에 설명한 미성숙 뇌구도는 전두엽 발달을 극도로 어렵게 함. 아직 인간적인 판단이 앞서는 단계 회복이 많이 필요한 상태
-언어관련 감각기관들의 활성화 재편을 위한 꾸준한 감각자극 경험들이 계속해서 인풋되어야 함.
언어를 하기위한 뇌구조는 어떤 영역 하나라도 지장이 없어야 하며, 골고루 모든 영역이 잘 돌아갈 때 전두엽 발달에 박차가 가해집니다. 전두엽 발달이 되지 않는 한 진정한 언어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전두엽의 기능이 빠져있으면 그저 동물들이 아주 단순한 형태의 소리를 내는 것과 유사하다고 봐야 됩니다.
말의 묘미는 상대방과 상황의 본질에 맞춰 내 말투와 용어선택, 표현법 등을 정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2년반 동안 저와는 생활을 통해 성공적으로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는 Y가 초기 학교다닐 때 담임선생 왈, '무조건 반말이네...' 어른에게는 존댓말을 해야 하는데 여기까지는 전두엽 발달이 미치지 못하니, 의사소통하는데만 급급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드러나는 우스운 현상입니다.
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자기 생각을 담아내는 자발어는 '싫어' '안해' '안먹어' 등 부정적 말이 대부분인데 그것도 늘 반말로 하니 듣는 사람이 감정적으로 힘들어 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 표현 뒤에 존댓말이 되도록 수정을 해주곤 하지만 이건 전두엽 영역이라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말의 품격, 말의 논리성, 상대방 입장을 고려한 말의 전개 등등 이걸 결정해주는 것은 전두엽 영역입니다. 극단적인 표현의 말, 폭력성이 다분한 말, 자기 입장만 내세운 말, 그리고 듣지 않으려는 태도는 전두엽의 발달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듣지않고 자기말만 하는 태도는 전두엽 발달의 낮은 단계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전형적인 상징행동입니다.
첫댓글 감사히 공부했습니다. 언어를 관장하는 뇌가 무려 4 개네요.
저는 경청에 엄청 약해서, 도망 못 치는 경우는 머리에 쥐가 나설랑 ㅋㅋ
그림이는 또래보다 3년 정도 지체된듯 지금은 그렇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