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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802 (월)
- 농민들의 골칫거리, 깜부기와 피 이야기 ① - 깜부기 -
식물이야기 (36)
원래 지난주부터 이번 주는 휴가가 절정을 이루는 때인데 여러분들은
휴가를 다녀오셨거나 또는 즐기고 계신지요?
이번 주말에는 “입추(立秋)”와 ”말복(末伏)“이 연이어서 들어있습니다.
드디어 더위에 대하여 이야기할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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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특히 논농사를 하는 곳에서 자라신 분들은 이맘때쯤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아실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로 “피 뽑기”입니다.
이 “피 뽑기”는 많은 곳에서 “피사리”라고도 하는데 그 이전에, 한참 전에 이미
보리수확은 끝났지만 보리밭에서 “깜부기”를 뽑아 버리는 일도 큰 일 중에
하나였지요. 그래서 오늘은 이 두 가지의 골칫거리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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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깜부기
가. 보리 (맥-麥 = Barley)
깜부기를 말하기 전에 먼저 보리에 대하여 잠시 알아봅니다.
한참 잊혀져가던 보리가 최근에 들어와서는 매우 인기가 있는데요.
즉, 예전에는 가난의 상징이며 거칠어서 먹기가 까다롭고 늦은 봄에서 이른 여름에
지난해의 묵은 곡식은 이미 다 떨어졌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서 농촌에서는
일 년 중 가장 배가 고프고 살기 어려웠던 시기인 “보릿고개(맥령-麥嶺)”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보리는 아직도 아픔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옛날 깡 보리밥은 숟가락으로 뜨려면 다 흘러내려서 코를 밥그릇에
쳐 박고서 콧물과 함께 쓸어 담듯이 먹어야 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학교에 다녀오면 부엌천장에 매달아 놓은 대나무소쿠리에 넣어 놓으신 보리밥을 꺼내어
먹는데 뭐 반찬이라고는 밀가루와 고춧가루를 풀어서 만든 알싸한
열무김치와 고추장 밖에는 없었는데 그래서 젓가락이 따로 필요 없었습니다.
숟가락으로 흘러내리는 보리밥을 입속에 쓸어 넣고는 열무김치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후루룩 하고는, 숟가락을 뒤집어 뾰족한 부분으로 고추장을 푹 찍어서 먹으면
뭐 마루에까지 들고 갈 필요도 없이 부엌에서 보리밥 한 그릇 뚝딱입니다.
그리고는 아직 남은 고추장 종지를 들고는 아이들을 불러서 시냇가에 가서 얼빠진
오리란 놈들이 물속에다 흘린 오리 알은 없는지 뒤지다가 시냇가 풀숲에서 피라미
몇 마리 잡아서 들고 온 고추장에 찍어서 대가리 째로, 뼈째로 씹어 먹으면
여름날의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보리쌀은 영양이 많아 몸에도 좋고 또 다이어트 식품이며, 보리의 싹 또한
영양덩어리이고 특히 오뉴월 보리가 익어갈 무렵의 들판의 보리밭은 그 푸른빛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전북 고창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보리밭을 운영하며 공개하여 관광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 그런데 여러분은 “벼”와 “보리”와 “밀”을 구분할 줄 아시는지요?
음~~~, “벼”는 논에서 자라고 또 이삭이 패는 시기가 다르니까 아시겠고,
“보리"와 ”밀“은 비슷한 시기에 밭에서 익고 또 모습도 비슷해서 많이들
헷갈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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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리의 내력
“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풀인 보리는 선사시대,
BC 7,000년 전에 이미 야생종이 재배되었다고 하는데, 그 후 에티오피아 고지대와
남동아시아에서 재배가 시작되어 BC 5,000년에 이집트로, BC 3,500년에
메소포타미아로, BC 3,000년에 유럽 북서부로, BC 2,000년에 중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삼국유사>에 고구려의 시조 주몽이 부여의 박해를 받아 남쪽으로
내려올 때 보리를 지니고 내려왔다는 기록이 있는 점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이미
널리 재배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남한강변에 있는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흔암리에서는 BC 5~6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겉보리가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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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의 줄기 속은 비어 있고, 높이는 1m 정도로 자랍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만 벼나 보리나 곡물들은 모두 꽃을 피우는데
보리는 보통 4, 5월에 핍니다.
* 보리 꽃의 꽃말은 “번영(繁榮)”, 또는 “보전(保全)”이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보리는 지금까지의 16세기 동안 히브리지방, 그리스, 로마, 유럽 등의
많은 지역에서 빵을 만드는 주재료로 쓰였습니다.
(2) 보리 재배
보리는 다른 곡류보다 다양한 기후에 잘 적응하는데 각기 온대, 아북극,
아열대 지방에 알맞은 변종들도 이미 개발되어있다고 합니다.
보통 적어도 90일간의 생육기간을 필요로 하지만 때로는 더 짧은 기간에 생장해서
성숙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히말라야의 경사지에서는 수확량이 다른 곳에 비해
적기는 하나 그보다 더 짧은 기간에 재배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보리는 다른 작은 곡류보다 건조한 열에 더 강해서 북아프리카의 사막 근처에서도
잘 자라는데, 그곳에서는 주로 가을에 씨를 뿌립니다.
봄에 씨를 뿌리는 종류는 특히 유럽 서부나 북아메리카 같이 차고 습기가 많은
곳에 적당하다고 합니다.
(3) 우리나라의 보리
우리나라에서의 보리는 열매껍질이 씨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느냐,
쉽게 떨어지느냐에 따라 크게 “겉보리(껍질보리)”와 “쌀보리”로 구분합니다.
그런데 “겉보리”가 추위에 더 잘 견딘다고 합니다.
“겉보리”는 주로 영남에서, “쌀보리”는 주로 호남에서 많이 재배된다고 합니다.
또 열매에 줄이 두 개 있는 “두줄보리”와 여섯 개 있는 “여섯줄보리” 등으로
구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BC 5-6세기 것으로 보이는
"여섯줄보리"의 일종인 "겉보리"가 경기도 여주군에서 출토된 바 있어,
오래 전에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쌀보리”는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여겨지는데 “껍질보리”에 비하여
추위에 견디는 힘이 약하다고 합니다.
보리는 추위에 견디는 정도에 따라 “겨울보리”가 대부분이고 “봄보리”는
겨울이 지나치게 추워서 “겨울보리”의 재배가 어려운 경기 북부, 강원도 및
중부 산간지대의 일부에서 재배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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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의 용도는 워낙 잘 아시니까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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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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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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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 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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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깜부기
“보리깜부기”는 한자로는 “맥노(麥奴)”라고 쓰는데 이 “깜부기”는 일종의
병(病)으로 보리뿐만 아니라 벼과에 속하는 곡물(보리, 벼, 밀, 조, 기장 등)과
벼과 식물의 풀(조개풀, 갈대, 줄 등), 그리고 옥수수, 수수, 양파, 여뀌 등에
나타나는 병인데 한자로는 “맥각병(麥角病)”, 또는 “흑수병(黑穗病)”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Smut"라고 부릅니다.
* 옥수수나 수수도 “벼과”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벼과” 식물은 거의 모두가 해당되는군요.
이 “깜부기“는 여러 가지 곰팡이 때문에 생기는데, 이 병에 걸리면 씨, 잎, 줄기,
꽃, 비늘줄기 그리고 드물게는 뿌리 등의 껍질에 곰팡이 포자(胞子)가 들어 있는
포자낭(胞子囊)이 모여서 검댕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이 포자낭이 터지면 그 안에서 검정색 가루 같은 것이 나와 바람을 타고
널리 퍼지게 됩니다.
많은 종류의 깜부기 병균은 “배(胚=배아-胚芽=씨눈)”나 어린 식물에 침투하여
식물과 함께 자라다가 식물체가 완전히 자랐을 때 비로소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어떤 깜부기 병균은 왕성하게 자라는 조직에서만 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병을 방제(防除)하는 방법으로는 병균이 없는 흙에 식물을 심거나, 씨를
살균제로 처리하거나, 병에 걸리지 않은 식물을 심거나, 병에 감염되었을 경우
포자가 나오기 전에 감염된 부위나 식물 전체를 제거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 어릴 때에는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또는 호기심으로 그랬는지 어쨌든 이 깜부기를 훑어서
먹곤 했는데 맛이 어떠했던가는 기억이 아물아물합니다. 어쨌든 이것을 먹고 나면 입과
손이 온통 시커멓게 되어 집에 가서 야단을 들을까봐 시냇가에서 씻고 가곤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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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깜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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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 깜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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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깜부기 : 징그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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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보리”와 “깜부기”를 마치고 다음에는 “피”에 대하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저도 어렸을때 보리밥을 좋아했었는데.. 가끔요. 보릿고개를 격은 세대이긴 했지만, 대도시에서 살아 그런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지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농작물이나, 들풀에 대해 약한데, 옥수수 깜부기는 이글에서 정말 처음 봤습니다.
그러셨군요... 깜부기는 없애 버리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모양으로 우리 어릴때만큼 흔하게 보이지는 않아도 위 사진에서 보시듯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요즘은 주말농장이 매우 여러곳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심는 작물들은 뭐... 감자, 상추, 호박, 파,고구마, 토마토 등 다양한데 그런데 집집마다 거의 꼭 심는 것이 옥수수입니다. 옥수수는 씨를 뿌린 다음에 잡초에 대해 조금만 신경쓰면 제 혼자서도 아주 잘 자랍니다. 전에 그리 많이 심지도 않았는데 수확이 너무 많아서 이웃집에 온통 선심썼던 생각이 납니다. 하얀알맹이나 노란알맹이나 얼룩이나 모두 부드럽고 맛있는데 요즘 가끔 옥수수밭을 보면 깜부기가 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