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 헌종의 건강법
오늘은 조선의 제24대 임금인 헌종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보죠.
장동민 한의사, 연결돼 있습니다.
(전화 연결 - 인사 나누기)
Q1. 헌종은 효명세자의 아들인데,
효명세자가 너무 일찍 사망해서
세손으로 있다가 왕위에 오른 거죠?
네 말씀하신 대로, 헌종은 효명세자의 아들인데요. 장래가 촉망받던 아버지 효명세자가 나이 22세에 요절을 했기 때문에, 고작 4살의 나이로 왕세손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4년 후에 할아버지 순조 역시 44살에 사망하기 때문에, 겨우 8세의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요, 이는 조선시대 최연소 나이로 즉위한 왕입니다.
따라서 순조의 정비이자 할머니인 순원왕후 김 씨가 수렴첨정을 하게 되는데요, 순원왕후 김 씨는 안동 김씨의 대모였습니다. 실제 안동 김씨를 ‘우리 집’이라고 부르고, 왕실을 ‘내 집’이라고 호칭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어머니 신정왕후 조 씨는 풍양 조씨 였기 때문에, 헌종은 양 쪽 세도가문 사이에 놓인 허수아비 왕이었습니다.
Q2. 왕의 나이가 매우 어렸으니..
세도 가문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겠네요.
그래도 성인이 된 다음에는
다르지 않았을까요?
네 맞습니다. 헌종은 스스로 나라를 다스리게 된 20세부터 달라지는데요,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합니다. 정조의 ‘장용영’이라는 친위부대를 본 따 ‘총위영’이라는 조직도 만들었고요, 세도가 수령들의 뇌물을 막기 위해 법 개정도 시도하고, 각지에 암행어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실제 왕조실록을 보면, ‘외모가 준수하고 명랑하여 큰 목소리가 마치 금속과 돌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기록되어 있어, 헌종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100일 만에 벌떡 일어서기도 하고, 유아기 때 <천자문>을 배워 외운다는 얘기가 있어 아버지 효명세자가 이를 믿지 못하다가 시험해서 확인한 후에, “나보다 학문을 더 좋아한다.”라면서 기뻐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Q3. 그럼, 헌종이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왕권 강화에 성공할 수도 있었겠네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효명세자를 닮았던 헌종 역시 아버지처럼 2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고 맙니다. 이 당시 헌종은 피를 토하며 소화불량 증세를 호소했었는데요, 설사가 심해지고 얼굴이 부으면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이로써 헌종의 개혁시도는 물거품이 되는데요, 여기서 더 심각한 것은 왕실의 정통 대가 끊겼다는 것입니다. 인조로부터 시작해 효종 현종 숙종 경종 영조 정조 순조를 거쳐 헌종에 이르기까지, 계속해 자손이 귀해지면서 일찍 요절하는 사태가 반복되다 보니, 급기야 헌종이 자식도 없이 사망하면서 맥이 끊기게 된 것입니다.
Q4. 왕조국가에서 대를 잇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을 텐데요.
대를 잇기 위한 노력은 없었나요?
물론 그러한 노력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왕조시대에 있어서, 왕위를 계승할 후사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에 왕가의 건강을 책임지는 어의들은 임신과 출산에 있어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을 갖춰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한의학은 이 부분에 있어서 발달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특히나 헌종은 8살의 어린 나이에 그 뒤를 이어 즉위했기 때문에, 헌종의 후사 문제가 온 나라에 걸쳐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헌종 13년 7월 18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대왕대비가 왕비의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언급하면서 왕실 자손을 이을 처자를 구하라는 언교를 내리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러자 한 달 남짓 후인 8월 25일에 부사과(副司果) 이승헌이 ‘40일이 지나도록 왕비에게 한약을 쓰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라는 내용의 상소를 올립니다.
Q5. 왕비의 임신을 돕기 위해
한약을 쓰라고 요청한 거였네요?
네 맞습니다. 요새는 임신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 ‘불임’이라는 용어 대신에 ‘난임’ 즉 임신이 어렵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비록 당장은 어렵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임신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상소 내용을 보면, 이러한 난임에 대한 한의약적인 치료가 매우 우수했음을 언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신이 보건대, 한낱 서민의 집 부인도 자궁이 허하고 경도(經道) 즉 생리가 어그러져서 아이를 낳고 기름에 방해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모두 다 맥(脈)을 보고 빌미를 살펴 종옥탕(種玉湯)이나 임자환(壬子丸) 등의 한약 처방을 쓰고, 또 보혈(補血) 즉 피를 보하거나 도기(導氣) 즉 기순환을 돕는 의약을 널리 구하여 때때로 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그러면 조금씩 나아져 마침내 허한 것이 실해지고 어그러진 것이 조화되어 효험이 있어 잉태하는 자가 열 가운데에서 늘 아홉은 됩니다.”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Q6. 임신 성공률이 열에 아홉이면
매우 높은 것 아닌가요?
네 그렇습니다. 물론 과장이겠지만, 난임 치료의 성공률이 90%라니,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 요 근래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 부부 다섯 쌍 중에 한 쌍이 아무런 이유 없이 임신이 되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부부들에게 90%의 치료효과를 제시하면, 아마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를 것입니다.
실제 서양의학의 경우, 구조적인 병변이 발견되지 않을 때는 마땅한 치료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임 치료를 할 때도 결국 될 때까지 무조건 많이 수정란을 자궁에 넣어주는 인공수정법을 채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쌍둥이가 많이 나오게 돼는 돼요.
이렇게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될 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방법론이기 때문에,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실패로 인해 예비엄마의 건강상태가 계속 나빠진다는 단점까지 있게 됩니다. 이에 비해 동양의학은 보다 기능적인 부분으로 발전되어 왔기에, 구조의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도 적용시킬 병리기전과 치료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Q7. 한방 난임 치료는
뭔가 다른 점이 있나 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 자궁을 비롯해서 손발이 차고 냉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기혈순환이 좋지 못하거나, 음혈이 부족해서 제대로 월경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몸에 노폐물이 많아서 비만이 되어 있거나, 음식을 제대로 소화흡수하지 못해 영양이 부족한 등의 경우들을 꼽고 있는데요, 의외로 치료율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어떻게 보면, 임신이 잘 될 수 있는 몸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의미도 되는데요, 실제 국내외에서 한의약 난임 치료의 우수성이 논문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와 서울시 한의사회에서는 희망하는 부부에게 한약을 비롯한 무료 한방치료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만약 주위에 난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의약 치료를 병행해 보라고 권고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8. 그런데 사실 난임은 여자만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헌종의 건강상태는 어땠나요?
네 맞습니다. 헌종의 몸 상태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헌종 15년 4월 10일의 <왕조실록>을 보면, 헌종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기록이 나오는데요. 도제조 권돈인이 정월 초하루에 임금에게 문안인사를 드리고 난후 4개월 만에 왕을 찾아뵈었더니, 그만 그동안 헌종의 건강상태가 매우 나빠졌다면서 망진(望診)에 이어 문진(問診)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망진은 눈으로 살펴보는 진단법이고, 문진은 입으로 물어보는 진단법입니다.
도제조는 헌종의 얼굴이 매우 수척하며 광택이 없고 건조하며 껄끄럽다는 표현을 썼는데요. 이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뒤를 잇는 문진이 의미심장합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먼저 헌종이 요새 잠을 잘 자고 있는 지를 바로 물어본 것이지요. 이는 헌종의 안색이 건조하고 바짝 말라 들어간 것이 불면증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헌종은 이번 증상이 최초 체기(滯氣)에서 비롯되었으며, 체기가 좀 나아지면서 잠도 좋아졌다고 얘기합니다.
Q9. 그렇다면 결국 체기가 불면증을 유발하고
잠을 못자서 안색이 나빠진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흔히 식체(食滯)라고 부르는 병증은 실제 먹은 음식이 식도나 위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위장의 기능이 일시적인 정체현상을 보이며 기의 흐름이 막혀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양방의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면 신경성위염이나 만성위염이라는 진단명 밖에 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의원에서는 가장 많이 고치는 질환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식체 증상인데요. 증세가 가벼운 경우에는 손발을 따는 응급처치만으로도 풀리지만, 좀 심한 경우에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야만 풀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식체가 계속 반복되고 울체나 적취증으로 변하게 되면 침 치료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이 되는데요.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탕약을 사용하여야 하는데, 단순하게 소화만 시키는 소화제와는 차원이 다른 치료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Q10. 그럼, 당시 헌종에게는 어떤 처방이 내려졌나요?
망진과 문진이 있었던 다음날인 4월11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헌종에게 ‘이공산(異功散)’이라는 처방이 투약되는데요. 이 처방은 기를 돋구어주는 ‘사군자탕(四君子蕩)’이라는 처방에 기를 잘 소통시켜주는 진피를 추가한 처방인데, <동의보감>에서는 비위가 허약하고 음식생각이 없으며 배가 아프거나 설사하는 증상에 사용되는 처방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장동민 한의사와 함께
헌종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