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불교 행사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경전 중 하나가 천수경이다.
그런데 이 천수경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편찬한 경전이다.
조선 시대 억불숭유의 한 방편으로 교와 선을 통합하는 방식에서 공통된 의식을
위하여 편찬된 경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팔만대장경에 있는 천수경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천수경과는 다른 양식이다.
다른 경전의 편찬 방식과 같게 여시아문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팔만대장경의 천수경을 광본이라하고 우리나라 천수경을 약본이라고 한다.
광본 천수경의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이 내가 듣사오니,
한때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보타 낙가산 관세음보살 궁전에 보배로 장엄된 도량 가운데 계시사 보배사자 자리에
앉으셨다. 그 자리는 순전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잡마니(雜摩尼:여러가지 구슬)보배로 장엄되었고 백가지 보배 당
번(幢幡)으로 두루 진열되었다.
이때에 세존께서 저 사자 자리 위에서 장차 총지(總持)다라니를 연설하고자 하는 까닭에 무량무수한 큰 보살과 함
께 계셨으니 그 이름은 총지왕보살, 보왕보살, 화엄보살, 대장엄보살, 보장보살, 덕장보살, 금강장보살, 허공장보살,
미륵보살, 보현보살, 문수보살 등 이와 같은 큰 보살은 다 관정대법왕자(灌頂大法王子)라 또 무량무수한 대성문승
(大聲聞僧)과 함께 계셨으니 다 큰 아라한이라 위계십지(위계십지:아라한 가운데 가장 높은 지위)인 우루빈나 가섭
이 상수(上首:한 단체의 대표자)가 되었으며, 또 무량한 범마라천과 함께 계셨으니 선탁범마가 상수가 되었으며, 또
욕계 모든 천자(天子)와 함께 계셨으니 구파가 천자가 상수가 되었으며, 또 호세사천왕(護世四天王)과 함께 계셨으
니 제두뇌타가 상수가 되었으며, 또 무량한 천용(天龍) 야차(夜叉) 건달바(乾闥婆)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긴나라(緊那羅) 마후라가(摩喉羅伽) 인비인(人非人) 등과 함께 계셨으니 천덕대용왕(天德大龍王)이 상수가 되었으
며, 또 무량한 요계 모든 천여(天女)와 함께 계셨으니 동목천여가 상수가 되었으며 또 무량한 허공신(虛空神)․강신
(江神)․해신(海神)․천원신(泉源神)․하소신(河沼神)․약초신(藥草神)․수림신(樹林神)․사택신(舍宅神)․수신(水神)․화신
(火神)․지신(地神)․풍신(風神)․토신(土神)․산신(山神)․석신(石神)․궁전 등 신(宮殿,等神)과 더불어 함께 이 법회에 모
였다.
이때 관세음보살께서 이 큰 법회 가운데 계시며 이마에 쓴 관으로부터 밀밀히 신통을 놓으시니 광명이 시방에 모든
국토와 삼천대천세계에 비추어 다금색이 되고 천궁과 용궁과 모든 선신궁은 다 진동하고 대해와 강하와(江河)와 철
위산(鐵圍山)과 수미산(須彌山)과 토산(土山)과 흑산(黑山)과 십대보산(十大寶山)이 다 크게 진동하며 일월 주화(珠
火)성숙(星宿)의 빛이 다 나타나지 못하였다.
이때에 총지왕(總持王)보살이 이 희유한 모양과 일찍이 없었던 이런 경계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여짜오되 이와 같은 「신통한 모양을 누가 놓으시니까.」하고 게송으로 물으시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