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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선진국들은 열등생은 물론 장애인에 대해서도 균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최대한의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세계 최초의 장애인을 위한 대학 갤로뎃 (Gallaudet) 은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는 들리지 않는다는 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강의실이며 도서관.기숙사가 모두 청각장애인에게 불편이 없도록 세심히 설계돼 있습니다.
일반대학과 똑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좋고요. "
교육학과 졸업반인 트리시는 갤로뎃이 청각장애 학생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워싱턴 북동쪽 플로리다가 (街) 의 켄달 그린에 자리잡은 갤로뎃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4년제 정규대학이다.
1857년 설립돼 1백5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문학.물리학.전자공학 등 50여개 전공과정이 개설돼 있고, 교육학.특수언어학.심리학쪽으로는 석사 및 박사과정까지 갖추고 있다.
설립 당시 9명에 불과했던 학생수는 이제 2천명을 넘어섰고, 약 12만평의 아담한 캠퍼스에는 부속 초등학교와 고교까지 들어서 있다.
이 대학의 모든 강의는 기본적으로 수화 (手話) 를 통해 이루어지며, 문자방송을 포함한 보조 시각자료들이 총동원된다.
교수진과 교직원은 채용 후 집중적인 수화교육을 받는다.
총장을 포함, 교수진의 35%가 청각장애인이어서 학생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교육현장에 반영한다는 게 마이크 카이카 홍보처장의 설명이다.
강의실 좌석도 전면을 향해 있는 일반대학과 달리 교수 - 학생간, 혹은 학생간 수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대면식 또는 이동식으로 배치돼 있다.
갤로뎃 대학은 최근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청각장애 학생 교육에 획기적인 전기를 맞고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강의 및 정보수집 교육이 최우선시되고 있으며, 자체 근거리통신망 (LAN) 을 통해 학생들이 강의실은 물론 기숙사와 휴게실에서도 컴퓨터통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1만3천명에 이르는 이 대학 졸업생은 대부분 전문직으로 진출,
정상인 못지않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 경향/99/6/22 -
- [총평] -
KAIST 종합평가 '최우수'
포항工·서울·연세·고려大 2~5위
중앙일보가 창간 33주년을 맞아 실시한 '98년 전국 대학평가'에서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이 포항공대를 제치고 3년만에 정상을 차지했다.
96, 97년 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포항공대는 2위로 한단계
내려갔으며 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지난해와 같이 나란히 3, 4, 5위를 지켰다.
서강대는 교수연구. 재정경영부문 강세로 지난해 8위에서 6위로 두단계
올랐고 성균관대는 96년말 삼성그룹에 인수된 이후 재정. 경영부문이 크게
개선돼 한양대와 함께 공동 7위를 기록했다.
아주대는 각 평가부문에서 고르게 우수한 점수를 얻고 사회평판도가
높아졌음에도 서강대.성균관대의 상승에 따라 9위 (지난해 7위)에 머물렀다.
5년차를 맞은 올해 대학평가는 전국 1백86개 4년제 대학중 졸업생을 배출하지
않은 신설 대학과 체육대. 산업대 등 특수목적대를 제외한 1백15곳
(국.공립대 26곳, 사립대 89곳)에 대한 종합평가와 더불어 사회학과.
중문과.산업공학과.간호학과.연극영화학과 등 5개 학과의 학과평가를 실시했다.
다만 특수목적대중 서울산업대는 학교측의 요청에 따라 처음으로 평가대상에
포함됐다.
종합평가는 지난해와 같이 교육여건 및 시설. 교수연구. 재정경영. 사회평판도.
대학개혁도 등의 5개 부문을 분석했다.
KAIST는 교육여건 및 시설. 재정경영.사회평판도 영역에서는 포항공대에
뒤졌지만 교수연구. 개혁도 영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종합평가 결과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대학이 대체로 교수연구부문도
크게 개선되면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개혁도.교수연구부문에서 성적이 올라간 전남대.영남대.서울시립대.건국대.인하대 등이 급부상해 20위권 내에 새로 진입했다.
사립대에 비해 재정난이 덜한 국.공립대 가운데 여섯곳만이 20위권 내에 든 것은 대부분 국.공립대가 사립대보다 개혁에 소극적이었던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IMF 사태 이후 심각한 구조조정기를 맞은 대학들이 살아남는 길은 과감한 개혁밖에 없고, 특히 국.공립대의 구조조정과 개혁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또 서울대가 5개 평가부문중 한곳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특성화대학인 KAIST.포항공대와 상당한 격차를 보인 점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서울대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됐다.
평가결과 대학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져 1백15개 대학중 74곳은 대학 평균을 밑돌았고 후발 대학 (설립 20년 미만) 47곳 가운데 상당수가 최하위권에 포진하고 있어 부실대학이 많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여자대학 가운데는 이화여대가 탄탄한 재정. 경영에 힘입어 11위 (지난해 12위) 로
한단계 높아졌고 숙명여대는 재정경영. 교육여건. 대학개혁도가 좋아져 30위권
내에 들었다.
- [총평] -
포항공대 2년 연속 정상
포항공대가 97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위에 올라 지난해에 이어 정상을 지켰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 ·연세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 3, 4위를
각각 차지했다.
대학평가는 ▶1백11개 대학 ▶11개 교육대 ▶기계계열학과· 수학과· 국어국문학과·
신문방송학과· 산업디자인 계열학과 등 5개 학과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1백11개 대학에 대한 종합평가는 ▶교육여건 및 시설 ▶교수·연구
▶재정·경영 ▶종합평판도 ▶대학개혁도등 5개 부문을 분석했다.
포항공대는 교육여건및 시설, 재정·경영 부문에서 최우수 성적을 받았다.
87년 신설된 후발(後發) 대학이란 약점을 포항제철의 든든한 재정지원과
소수 정예의 특성화 전략으로 극복, '선진대학' 의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 <종합평가순위> -
순위 대학
1 포항공대
2 KAIST
3 서울대
4 연세대
5 고려대
6 한양대
7 아주대
8 서강대
9 가톨릭대
10 경희대
11 성균관대
12 이화여대
13 경북대
14 한림대
15 부산대
16 인제대
17 충남대
18 홍익대
19 울산대
20 대진대 - 경향/99/6/22 -
* 한국의 대학
KAIST는 교수·연구 부문에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하며 '연구중심 대학' 의 이미지를 굳혔지만 교육여건 및 시설, 재정 경영 부문에서 포항공대에 뒤졌다.
서울대는 재정·경영 부문 성적이 지난해보다 좋아졌지만 교육여건및 시설,
교수·연구 부문에서 각각 4, 2위에 자리매김했다.
연세대는 교육여건 및 시설, 교수·연구 부문에 대한 평가가 지난해보다 향상됐지만 재정·경영 부문이 지난해보다 뒤떨어져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처음 도입한 대학개혁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 개혁에 가장 열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위권 이하에서는 순위 변동이 많아 대학들이 격동기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위권 대학중에는 고려대 아주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충남대 울산대 대진대가 지난해보다 순위가 올랐으며 8위인 서강대는 제자리를 지켰다.
고려대는 올해 교육여건및 시설에 대한 평가결과가 향상되고 종합평판도에서 1위를 지키면서 지난해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한양대는 교육여건및 시설, 교수·연구 부문에서는 좋아졌지만 재정·경영 부문에 대한 평가순위가 크게 떨어져 지난해 5위에서 6위로 한계단 내려갔다.
아주대는 모든 평가부문에서 고르게 강세를 보여 순위가 지난해 9위에서 7위로 껑충 뛰었다.
이화여대는 교육여건및 시설, 재정·경영·종합평판도의 성적이 오른데 힘입어 지난해 18위에서 12위로 급부상했다.
인제대 충남대 대진대가 지난해 20위권 밖에서 20위권으로 진입했다. 숭실대·선문대·동국대·경상대는 지난해 30위권 밖에서 올해는 20~30위권으로 올라섰다.
종합평가 결과 대학 평균 수준을 넘는 대학이 지난해 35개에서 올해는 41개로 늘어난 반면 상하위권 대학간 격차가 커지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설립 20년미만 대학을 별도로 비교한 결과 포항공대 이외에 한림대 인제대 대진대 선문대 목포해양대등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경향/99/5/-
* 미래의 교실
미래의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영국 BBC방송의 「내일의 뉴스」 코너는 21세기에는 교실에서 칠판이 사라지고 연필과 종이도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칠판은 흰색의 디지털보드로 바뀌고 분필 대신 무선 필기도구가 등장한다. 이 필기구는 자외선을 이용해 디지털보드에 정보를 입력하기 때문에 교실 어디에서든지 사용할 수 있다. 학생들이 칠판까지 걸어 나와 문제를 풀 필요없이 센서 패드에 글씨를 쓰면 디지털 보드에 나타난다.
학생들에게는 핸드셋(Handset)이 지급된다. 핸드셋에는 필기해야 할 내용이 들어 있으며 간단한 문제도 담겨 있다. 학생들은 핸드셋을 보며 키보드로 선생님의 질문에 응답하거나 문제를 푼다.
선생님은 학생 개개인의 핸드셋 코드를 알아 그들이 어떻게 답을 작성했는지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지식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능력별 수업도 가능하다.
이러한 전자교실은 하나의 공간에 있을 필요가 없다. 만약 인터넷을 통한 화상강의가 현실화되면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미국에 있는 학생과 영국에 있는 학생이 같은 시간에 같은 시험을 치러 이들의 실력을 비교할 수도 있다.
미래의 교실은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전세계로 퍼져나가 새로운 교육혁명을 일으키게 될 전망이다. - 경향/7/13/99 -
* 논란 계속되는 교수 재임용 제도
김민수(金珉秀)전서울대 교수 이전에도 석연치않은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됐던 교수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 김교수 사건을 제외한다면 국·공립대는 사립대에 비해서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재단의 입김이 큰 일부 사립대의 경우 석연치않은 재임용탈락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유신체제하인 지난 75년 교수재임용제(공식명칭은 기간제임용제)가 도입된이래 지금까지 이 제도로 해직된 교수만도 3백여명에 이른다.
재임용탈락에 이르게 된 배경도 다양하지만 사립대의 경우는 학원민주화 과정에서 재단비리에 대한 비판으로 소유주의 눈밖에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서울대 미대 원로교수들의 친일행적을 비판한 김교수는 동업자집단의 비리를 고발한 일종의 내부고발자로 문제가 된 특수한 사례에 속한다.
지난 98년 재임용심사의 비학문적 논리에 맞서 자진해 사표를 던지고 나온 이정우(李正雨)전서강대 철학과 교수의 사례가 김전교수와 가장 비슷한 사례이다. 동료교수들이 이교수가 자기 전공이 아닌 동양철학과 서양 고전철학에 대해 논문을 쓰는 것을 문제삼았고,이에따라 조건부 재임용 결정이 내려지자 이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학교를 포기하는 선택을 했었다.
김교수에 앞서 재임용제도의 문제점을 환기시켰던 사건의 주인공은 한상권(韓相權)덕성여대 사학과 교수.지난 1997년 2월 재단에 밉게 보였다는 이유로 뚜렷한 이유없이 재임용에서 탈락됐던 한교수는 학계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2년만인 지난해 3월에야 복직될 수 있었다.
그러나 덕성여대의 경우 이사진의 교체로 기존의 재단이 힘을 상실해 가능했던 일이지 대부분의 사학에선 재단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설사 이기더라도 복직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문화/1/18/00-
* 교육
-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교육
6월25일 서울교동초등학교 두 교실에서 교사들을 상대로 한 ‘열린교육’이 밤늦도록 이어졌다. 두팀으로 나눠진 교사 30여명은 학교가 끝나면 모여 하루 6시간씩 한 학기 240시간을 외국인 강사에게 몬테소리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에 참가한 화계초등학교 1학년 담임 엄계영(39)선생도 앞에 불려나가 101의 제곱을 3항식으로 푸느라 진땀을 뺐다. 엄선생은 벌써 3년째 1,000여시간을 몬테소리 교육에 투자했는데 재미 있어하는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의 반응에 엄선생 스스로 놀라고 있다.
교동초등 온누리반은 1~3학년 어린이들이 학년의 벽을 허물고 개발된 교구들을 가져다 자유롭게 공부하고 있다. 아이들은 교과서만으로 공부할 때보다 재미있고 원리까지 터득해 낸다. 이 과정에서 1~3학년이 섞여 다른 아이들을 이해하는 인성교육도 자연스럽게 싹튼다. 교동처럼 통합반을 운영하는 잠일초등학교는 ‘교구 제작 어머니회’를 조직, 지난 3개월 동안 350종 2,000여점을 만들어 또 다른 ‘교과서’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아시아권에서는 처음 서울 교동·잠일·양재초등 3개학교를 ‘몬테소리 교육’거점학교로 지정, 그 효과를 보고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의 K초등학교의 경우 아동 1,000여명의 학부모들이 맞벌이가 많고 전세가정이 대부분이다. 이로인해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동이 많고, 비행 청소년 문제도 심각히 대두되었다. 작년부터 열린교육의 하나인 독서교육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학급문고, 학교도서실을 이용한 독서지도 계획 등을 세우고 학부모 명예교사를 조직, 아동들의 개별 독서지도를 겸하도록 했다. 이 결과 아동들이 즐겨 찾기 시작, 배회하거나 부모가 없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지도하게 되었다. 또 학급당 100권 이상의 문고를 비치, 독서퀴즈, 연극 독서토론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500권을 읽어낸 다독 학생도 생겼다.
서울 구룡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크고 방과후 아이들의 과외활동이 과중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학교측은 96년부터 학교시설의 상시개방을 통한 열린교육에 들어갔다. 작년의 경우 1,2학기 동안 29개 부서 75개반의 상설특활반이 운영됐고 전교생중 58.9%가 참여했다. 수준높은 강사를 초빙, 수업을 공개하고 학교 운영위원회가 수업시간 수준까지 심의하며 ‘간섭’을 했다.
이 덕분에 98년3월부터 7월까지 학부모들의 과외비는 3,700여만원에서 1,600만원대로 절감됐다.
86년 열린교육을 처음 도입한 서울 영훈초등학교는 부모들이 바라는 성적효과가 그대로 드러난 경우다. 4~6년 학생들의 성적이 97년 발표되었는 데 전국 평균보다 3~10점씩 높게 나타났다. 국립교육평가원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국어 산수 사회 자연 4과목의 평균이 70.5~84.3점이었다.
덕성여대 이용숙 교수의 추적에 따르면 이처럼 높은 성적은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졸업생들이 각기 다른 중학교로 진학한 직후 치러진 배치고사에서 3분2 학생이 상위 3분의 1안에 드는 점수를 얻었고, 중3까지 성적도 ‘일반학교’출신보다 높은 성적을 그대로 유지했다.
96년 열린교육을 1년 받은 진해남중 2년생의 성적은 열린교육이 하위권 학생에게 특히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행시 평균보다 5점이 높았던 수학의 경우 90점 이상은 전국적으로 1.3%밖에 많지 않았지만 49점 이하는 14%나 적었다.
표면상 이같은 열린교육의 ‘성적’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같은 성과는 열린교육의 필요성과 방법을 일반화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알려진 열린교육의 성과는 대부분 시범학교식으로 집중 지원에 따른 것이거나 이것도 포장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또 효과를 따지기 전에 많은 문제점들도 노출되고 있다.
6월25일 서울시교육청내 보건원에 문을 연 ‘새물결운동 자료지원센터’에는 6,000여종의 학습자료와 열린교육의 성과물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물들은 각 교육청 소속 학교들이 최근 벌인 열린교육에 대한 보고서가 대부분으로 유치원 501종, 초등학교 2768종, 중등 2383종, 특수 604종 등 6256종이 인쇄물, 녹음, CD, VTR 형태로 마련돼 있다. 그러나 열린교육에 열성인 교사들 조차 이 성과물들을 인정하는데 소극적이다. 한국열린교육연구회 김문빈 부회장은 형식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열린교육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제 전시물들이 밝히는 열린교육의 성과라는 것들이 구체적이기 보다 지레 짐작식으로 거의 유사하다. 학생들이 다양한 학습활동으로 학습에 자신감을 갖고 학교활동에 적극적이다, 도농간 교환학습·가족신문 만들기 등 체험중시 학습으로 자연을 소중함이나 공동체 의식을 익혔다, 열린교육 여건을 위한 교사연수나 학부모의 도우미 교사를 통해 관심과 의욕이 높아졌다는 식이다. 곧이 곧대로 보면 열린교육의 목표가 그대로 성과로 나타난 셈이다.
문제는 이들 전시물이 하나같이 교육의 내용이나 제고할 점들 까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채 동일하다는 것이다. 가령 도입된 수업방식은 교과간 통합·현장학습·멀티미디어교육·수준별 이동수업 등이 대부분이다.
원래 열린교육은 한 과목을 교사 여럿이 팀을 짜서 학생들을 수준별로 나눠 가르치는 팀티칭, 교실의 벽을 터서 학급구분을 없애고 학과중심으로 개별교육하는 오픈 스페이스, 학생들을 수준에 맞는 교재를 나눠주고 과제중심으로 가르치는 코너링교육으로 나눠진다.
이에 대해 비록 우리 학교와 학생 실정에 맞는 방식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우리식’에 교사들이 먼저 반대하고 있다. 정규교과정이 아닌 단지 교육청의 교사 평가로 몰아부쳐 교사의 부담만 늘리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더구나 교사노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 재정상의 지원, 과밀학급의 해소, 학습자료의 충분한 확보 같은 전제조건들도 풀리지 않고 있다. 전교조 김대유정책위원은 이를 “전대미문의 교육대란으로 기록될 판국”이라며 “앞으로 정책상의 오류로 인한 고통이 학교현장마다 메아리 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김진수 장학관은
“일선 교사들의 거부반응이 거셌는데 이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며
“비록 교사들의 인식이 점차 변하고 열의도 늘고 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는 말로 열린교육에 대한 평을 마쳤다. - 주간한국/7/1/99-
- 열린교육 - '다친교육' '닫힌 마음'
교사-학부모-학생, 교육의 세주인은 열린교육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과 고민에 빠져 있다. 작년 서울 신구로초등학교가 아동(769) 학부모(814) 교사(55)를 상대로 벌인 조사가 이같은 현실을 잘 보여준다.
교사들은 우선 열린교육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58.6%)이었다. 열린 교수·학습은 월 1회 정도(71%)밖에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수업 준비시간이 과중하고 미미한 자료와 제작의 고충, 이론의 미비 같은 애로사항이 이유였다. 학부모나 아동이 열린교육을 바란다고 믿는 교사도 50%가 채 되지 않았다.
학부모들도 열린교육에 대해 잘알지 못한채(81.6%) 기존 수업방식을 선호했다(82.7%). 한편으로 학습환경이 적합지 못하고 현장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부모들이 떠맡아야 하는 학습도우미는 필요하지 않다(54%)고 답변했다.
상대적으로 열린학습에 큰 관심(78.5%)을 쏟고 있는 학생들도 학습자료 시설의 부족, 다양하지 못한 학습장소와 융통성없는 시간표 운영 등을 지적했다.
잡무, 무능력 시비에 시달리는 교사들, 네 멋대로 살라
교사들의 고민은 복잡해지고 있다.
일본 교원노조가 초등교사 1,200명에게 ‘고민내용’을 물은 결과 학생을 이해할 수 없다(19.6%), 가정과 사회가 변해 지도하기 어렵다(14.3%), 학생들이 자제심이 없다(9.7%), 아무 것도 스스로 하려 하지 않는다(6.7%) 순이었다.
- 일본의 상황은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이 되고 있다.
교육개혁의 기조는 가만히 내버려두면 스스로 하게 되고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 참된 학습이라는 열린교육·수요자중심교육으로 집약된다. 이에 대한 교사들 반응은 ‘제자들에게 네멋대로 살라고 해야 21세기 교사가 된다’는 자조에 가깝다.
현재 교사들은 열린교육을 위한 무시험전형, 신인간론, 특기적성교육, 수행평가, 수준별 이동수업, 창의적 시간운영, 체벌금지 따위를 막무가내로 떠맡고 있다. 이는 종전과 판이한 학생 지도를 요구하고 있다.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수업, 생활지도 인성교육, 자치활동 모든 면에서 교사들이 해야하고 신경쓸 일은 더 많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 50세만 넘으면 학생-학부모가 불평하는 사태가 발생, 자칫하면 무능교사로 몰아부쳐지기 십상이다. 어떻게 수업할까, 어떻게 생활지도를 해야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성과급이니 보수차등화니 해서 교사들은 더욱 멍들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비아냥대며 냉소나 보내고 있고, 학생들은 통제권에서 벗어나 무서울 게 없는 10대가 돼 있다. 숙제검사하다 얻어맞는 교사, 흡연지도하다 코뼈가 내려앉힌 교사 등 학생들의 일탈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책 노트가 없거나 수업중에 떠들거나 졸거나 하면 ‘첨단무기’ 수행평가로 감점하지만 태도가 싹 달라지는 학생을 보면 수업할 맛이 싹 가시고 비겁함마저 지울 수 없다.
변화에 응하는 교사들은 교육계가 겉으로는 ‘명퇴신청 속출’등의 모습으로 동요를 보이고 있지만 속으로 곪는 교육 황폐화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교육비전 2002-새학교 문화창조’가 잡무의 창조가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새학교 문화는 밀어부치기식 수행평가, 수준별 이동수업, 특기적성교육, 창의적 시간운영, 수십가지의 운영계획을 세우고 월·분기마다 실적보고를 요구한다. 수업준비, 수업, 특기·적성교육 활동으로 벅찬데 아침부터 쏟아지는 보고공문으로 “아이들 때문에 사무 못보겠다”는 말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올 지경이다. 그래서 교과연구나 학생지도 상담은 제쳐두고 온종일 말도 안되는 실적보고에 매달려 학교에 근무하는 것이 학생을 가르치러 오는 건지 사무를 보러 오는 건지 확신이 안선다고 한다.
한 교사는 “작년에 처리한 공문이 5권 1,000쪽이고 금년에 벌써 3권째 들어섰다. 하루 앞두고 무슨 계획서, 심지어 몇시간 앞두고 계획서를 시간엄수 보고하라는 공문이 다반사다”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 학부모, 열린교육 엄마만 찾는다
밤 10시20분에도 초등학교 1학년인 자식이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엄마와 입씨름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 아빠.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수행평가인지, 도대체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그는 자신들도 억지로 한다는 대답을 담임교사에게 들어야 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어머니는 학교에서 보낸 어린이 생활본을 보고 놀랐다. 물론 많은 부분은 비교적 좋은 내용이 있었지만 과연 그것이 초등학교 1학년에 맞는 내용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의 격언을 써내라고 하면 격언이라는 말을 과연 알 수 있을까. 태극기 건곤감이의 위치나 태극의 크기를 설명하면서 지름의 12분의 1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 이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학부모는 열린교육을 명분으로 엄마를 불러들이는 학교가 또 싫다.
어머니회, 저학년 청소, 급식당번, 체육진흥회, 아람단, 우주정보 소년단, 해양소년단, 보이·걸스카우트….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학교에 자주 나올 것을 강요하고 배식도 하고 청소도 하라고 한다. ‘자식둔 죄를 진’ 어머니들은 부르면 가고 할일 있으면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도우미란 이름으로 활동참가는 물론 모든 회비 회계까지 맡기면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은 무슨 차이가 나는 걸까.
“열린교육한다고 부모를 학교에 자주 부르는 것은 담임한테 뇌물을 더 많이
바치란 소리와 뭐가 다른가.”
학부모들은 이런 구조가 촌지사태 교사불신 치맛바람이라는 부작용을 낳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수행평가는 부모숙제로 전락했다. 무우씨 강낭콩의 싹을 틔워올 것, 배추 흰나방알을 구해 올 것…. 한달치 수행평가 자료가 가정통신문으로 오면 시름부터 생기고 이리저리 자료찾느라 아우성이다.
그래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교육개혁이라지만 학원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생의 과외에서도 수행평가 책임지겠다는 벽보가 여기저기 나붙어 있다. 준비안된 깜짝식은 아닌지, 아무 생각없이 과거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 학생, 슬픈 슈퍼맨
“우리는 학교를 다니고 싶은 거지,
어른들이 펼쳐놓은 상자안에서 이리 튕기고 저리 튕기는 공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수행평가로 혼란스럽고 목이 조여 있다.
수행평가는 98년 10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현 정부의 교육개혁에서 무시험 전형과 함께 등장한 용어다. 창의적 능력을 키운다는 이름을 앞세웠지만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제자 다루기가 쉬워졌을 뿐이란 반응이다.
지난 석가탄신일 연휴날. 부산의 한 여중 3년생이 하루동안 해야할 수행평가과제들은 사회보고서, 감상문, 기술산업보고서, 환경신문만들기 등등. 따로 해야 하는 학교숙제도 엄청나다. 매일같이 과제에 매달렸지만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이 학생은 “친구들이 다들 슬픈 슈퍼맨 같다. 시험공부 수행평가 두장단에 맞춰 춤을 추려니 허리가 뒤틀리고 화가난다”고 했다.
서울 고등학교 1년생도 같은 심정이다. 학교의 수행평가 과제물이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면 하기 힘든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반 아이들중 40~50%정도는 집에 컴퓨터가 없거나 있어도 오락정도 밖에 할줄 모른다. 그래서 그런 류의 숙제가 있으면 할 줄 아는 아이들 한테 부탁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친구사이에 해주자니 시간이 아깝고 안해주자니 요즘 심각한 ‘왕따’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
수행평가 실시후 학생들은 주말이면 도서관이나 인터넷방에 가서 자료를 찾느라고 바쁘고, 덕분에 취미시간은 물론 시험공부 할 시간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인천의 한 고교에선 조사보고서 숙제를 내주자 인근 도서관이 마비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대부분 방과후 자료를 찾으러 도서관에 한꺼번에 몰려들어 서너시간씩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조그만 실수에도 1점 마이너스 혹은 가새표 한개가 날아와 학생 들은 하루하루 수업시간이 불안하다. 수업시간에 친구한테 지우개 빌리다가 걸려서 감점을 당하거나, 똑같이 베꼈는데 어떤 아이는 글씨를 크게 서서 공책 한장 반 분량이라고 A, 글씨를 작게 쓴 아이는 공책 한장 분량이라고 해서 B를 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한 여고생은
"옐로우카드제, 점수 1점에 친구들과 의가 상하고 학교분위기는 삭막해졌다”
고 한다.
서울의 한 중학생은
“선생님들은 마치 기계인간 같고 아이들을 점수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친구들과도 서로 눈치보고 관계도 나빠져 다른 아이가 더 점수를 깎여야
내 점수가 잘나온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고 털어놓는다.- 주간한국/7/1/99-
- 열린교육 - 이대로 열어놔야 하나
서울 강북에 사는 학부모 박용호(45)씨는 요즘 애들 교육 때문에 때로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로 황당해지기도 한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 성륜(7)이는 과제물을 일일이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그렇고, 중학교 2학년짜리 채륜(13)이는 리포트를 거의 대신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성륜이의 경우를 보자. “학기초에 1학년용 1년치 준비물을 한꺼번에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사물함에 보관해 두고 쓴다고요. 양면색종이 200매, A4 용지 1권, 양면색도화지 40매, 크레파스, 물감 등등이었습니다. 게다가 가위도 아무 것이나 되는 게 아니고 정해진 규격이라야 한답니다. 풀도 물풀은 안되고 특정 회사에서 나온 딱풀이라야 한다는 겁니다.
학교 앞 문방구에는 6,000∼8,000원짜리로 이런 준비물이 일괄해 들어 있는 케이스를 팝니다. 물론 꼭 이 상자를 사야하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 형이나 언니가 쓰던 것을 준비해가면 아이들 사이에 왕따 당한다는 겁니다. 바둑알도 흰 것 10개, 까만 것 10개를 가져오라는데 집에 있는 것을 가져가려니까 포장 세트로 된 것 중에서 바둑알만 빼고 사면 더 비싸집니다. 학교에서는 열린교육을 위해 아이들이 직접 물건도 만들어보고 실험도 한다는 취지라는데 준비물도 스스로 준비 하고 해야 응용력이 커지는 것이지 학교 편의를 위해 이렇게 획일적으로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하면 그게 어떻게 열린 교육이 되겠습니까? 열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지요.”
이런 하소연을 하는 학부모가 많다. 그러니 아예 예전처럼 기성회비를 거둬서 학교에서 일괄구입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서울 홍은2동에 사는 주부 이정일(37)씨도 비슷한 경험담을 밝힌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이가 빈 우유팩 2개로 주사위를 만든다는데 우유팩을 붙여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보냈습니다. 그런데 주사위 숫자 표시는 문방구 앞에서 색종이로 된 숫자 무늬 스티커를 판다는 겁니다. 그걸 수업시간에 뜯어 붙이기만 하면 되는 거지요. 몸통은 부모가 만들고 무늬는 완제품을 뜯어붙이는 게 무슨 실험교육인가요? 식물 모종을 가져오라는 것도 꼭 어떤 식물이어야 한다고 지정해주기 때문에 결국은 문방구에서 규격품으로 나온 것을 사가게 됩니다.”
- 채륜이의 경우는 왜 박씨를 ‘열받게’ 할까?
“최근 중학교에서 내신평가를 한다며 과제물을 엄청나게 많이 내줘요.
중 1∼2년생들한테 대학생 리포트 내주듯이 하더군요.
얼마전에 ‘봉건제도의 문제점과 내가 그때 살았으면 어떻게 했을까’를
주제로 A4 용지로 4장을 써오라는 겁니다.
글자를 크게 해서 실질적인 양을 줄일 것을 염려해 글자 크기도 몇호로
하라고 정해줍니다.
이걸 중학교 2학년짜리가 어떻게 혼자 합니까?
결국 제가 거의 대신해주다시피 했습니다.
숙제가 이것만이 아니고 영어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든가 유적지 어디어디를
답사하고 보고서를 써오라는 등 그걸 전부 저 혼자 하도록 놔두면 정말 살 수가
없어요.
제가 보기에는 학교 편의, 교사 편의입니다.
그럴 듯하게 컴퓨터에서 컬러로 프린트 하고 이것 저것 자료를 첨부하면
우선 시각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교사들이 그 많은 학생이 해온 그 많은 양의 리포트를 언제 일일이 다 읽고
채점을 할 수 있겠어요.
양 많고 화려하면 점수 주는 거지요.
부모가 안 계시거나 컴퓨터 없어 인터넷도 못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박씨의 말은 엄살이 아니다. 요즘 학교 주변 사설 학원에서는 수행평가용 과제물을 대신해준다는 현수막 광고를 내건 곳이 많다. 일부 학원 강사들은 “숙제를 대신해주지 않으면 학생을 모집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은 친구에게 빵을 사주는 대신 컴퓨터로 숙제를 뽑아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설움을 겪어야 한다.
시험이라는 획일적인 방식으로 평가하는 대신 학생의 특성과 발달사항을 서
술식으로 기록해 학습과정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수행평가가 시행 초기부터 파행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런 초·중등학교의 문제는 상당부분 ‘열린교육’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열린교육은 획일화된 암기 위주의 기존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발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학생 수준과 교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습법을 적극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열린교육의 이념은 그럴 듯한데 그 실제에 있어서는 뚜렷한 형태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도 감지된다.
열린교육은 진보주의 교육철학을 토대로 미국에서 발전된 교육방법.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무조건 암기 보다는 이해와 지식 활용법을 중심으로 창의성 개발을 강조하는 교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중반 서울 영훈, 운현초등학교에서 처음 시작됐다. 특히 90년대 들어 열린교육연구회를 중심으로 교실혁신 운동이 활발히 진행된 후 90년대 중반부터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교육부는 97년부터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일선 초·중등학교에 열린교육을 적극 권장하기 시작했다.
올해의 경우 초등학교 47개교 등 열린교육을 실시하는 70개 시범학교에 각 2,0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이중 30개교는 새로 지정된 곳이고 40개교는 시범 2년째다. 오는 10월에는 1년 이상 시범학교를 운영한 성과를 열린교육 실천 사례 연구발표대회를 통해 점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열린교육을 위한 원격 영상 정기토론회나 우수 사례 중심의 강사 요원과 전문직 연수도 실시한다.
교육부는 ‘부산광역시교육청이 지난해 열린교육 시범학교와 일반 학교 6개교씩을 비교한 결과 열린학교가 학업성취도 면에서 국어는 6%, 수학은 10.4% 높게 나타났다’며
열린교육이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교육부도 열린교육이
△ 적성과 수준에 따른 학습집단 편성을 위한 다양한 교실공간과 교사가 부족하고
△ 초·중등학교간 풍토및 학습방법의 차이로 학생들의 부적응 현상이 초래된다는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큰 방향은 대체로 올바른 것으로 보고 열린교육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보는 일선의 시각은 썩 긍정적이지 않다.
김대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위원은 “한 과목을 교사 여럿이 팀을 짜서 학생들을 수준별로 나누어 가르치고, 교실 벽을 터서 학급 구분을 없애고 학과 중심으로 개별 교육을 하며, 우수한 그룹과 열등한 그룹을 나누어 각기 수준에 맞는 교재를 나눠주고 과제중심으로 가르치는 등 미국식 열린교육을 하자면 반드시 나름의 토양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서 겨우 흉내낸 것은 일부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벽 트기’였는데 그나마 국정 교과서에 맞춰 ‘수업 따로, 열린교육 따로’운용돼서 어린이들에게 부과되는 숙제는 영락없이 ‘엄마 숙제’로 둔갑하고 말았다. 그런 지경이니 중학교는 열린교육의 ‘열’자도 흉내도 내지 못했고 수준별 이동수업(우열반)을 열린교육이라고 우기고 또 그렇게 이동수업을 해야 교육청은 학교에 열린교육 점수를 주는 촌극이 버젓이 자행됐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면 그동안 실시된 중·고교의 열린교육은 열린교육이 아닌 ‘이상한 수업’ 형태다. 흔히 열린교육 세미나에서 열린교육으로 소개되는 수업방식은 멀티미디어 기재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수업이지 그 자체가 열린교육은 아니다.”
학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고 수업 외 업무가 과다해 열린교육이 사실상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교사들이 많다.
특히 학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Y중학교 3학년 김수행군은 최근 PC 통신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하소연한다. “요즘 중고생들은 시험공부 하랴 밤새 수행평가 숙제하랴 정신이 없습니다. 시험공부 하려면 숙제가 산더미 같이 밀려 있고 숙제를 포기하고 시험공부를 하자니 수행평가 점수가 막대해 정말로 죽을 지경입니다. 그러니 제발 수행평가를 100%로 하든지 시험을 100%로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확실히 해주세요. 괜히 어중간하게 해서 학생과 선생님들 골병 들게 하지 마시고요.”
외국의 경우 학생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는 개별화 교육 등 열린교육을 하려
면 한 학급의 규모가 최대 21명은 넘지 않아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한국 초등학교의 실정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분교 수준의 극히 일부 벽지 학교가 아닌 다음에는 35명 내지 40명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열린교육 성공사례로 보고되는 초등학교도 대개 소규모이거나 부유층 자녀가 많은 학교들이다.
열린교육을 하려면 교사들의 수업준비가 충분하고 교재도 다양해야 하는데 업무처리로 상당 시간을 보내는 교사들로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현실은 따라주지 않는데 구호만 외쳐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열린교육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면 학생은 아무 생각없이 따라 외우는 전통식 주입 암기 교육의 폐해를 고발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학교의 권위주의적 운영을 반성하게 하는 데도 적지 않은 몫을 했다. 특히 우리 교육의 나아갈 바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우리 학교의 현실은 구호로서의 열린교육과는 많은 차이가 있고 열린교육의
모습도 모호한 경우가 많다.
이제 열린교유의 실상과 개선방향을 진지하게 점검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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