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선자령>히말라야도 울고 갈 선자령 바람 길 여행 이야기
2010/12/12 21:31
http://blog.naver.com/limjoj2001/90102032895
선자령은 백두대간의 한 줄기다. 호랑이 등처럼 죽 이어진 능선의 척추 아래나 꼬리뼈 위 쯤 되는 곳에 위치한 곳이다. 대관령이라 말하면 다 아는 그곳에 풍력 발전기가 바람을 맞으며 돌아 가는 그 능선이 바로 선자령이다. 선자령하면 덕유산이나 태백산의 눈꽃과 견줄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 눈이 오는 겨울은 등산을 좋아 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다.
눈이 오면 꼭 가봐야지 하는 곳이 덕유산과 수종사와 태백산이었는데 덕유산과 태백산은 눈 펑펑 왔을 때 아들과 함께 다녀온 곳이고 이 선자령은 안 왔던 곳이라 눈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강원도에 눈이 왔다는 소식이 내 귀에 들려왔다. 눈이 안 왔다면 난 안 왔을껀데 눈 소식에 만사 제쳐두고 저 곳을 가야해 라는 강력한 어떤 이끌림에 나도 모르게 발길을 이쪽으로 향했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날 맞이 해 준 것은 멋진 설경도 북적거 리 는 사람들도 환상적인 풍경도 아닌 뼈속까지 파고 드는 날카로운 바람과 소리였다. 바람 소리가 어쩜 그리 생생하게 들리던지 난 우와~ 이거 장난이 아닌걸하며 일행을 따라 산을 향해 갔다. 산행 코스는 그리 어렵지 않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내려 완만한 능선을 계속 따라 가면 되는 아주 쉬운 코스였다. 그런데 그 코스 시작점부터 차가운 바람과 날카로운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했고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 예고를 해 주는 것 같았다 대관령은 목장으로도 유명하다. 내가 내린 곳에서 바로 양떼 목장을 갈 수도 있다고 했는데 최근 구제역 때문에 일반인들의 목장 출입을 제한 한다고 하니 목장에 갈 때는 꼭 인터넷으로 방문 확인을 하고 가길 바란다. 차에서 내려 비포장 길을 오르다 또 시멘트로 된 길을 한 참 이나 걸어 갔다. 그리고 나서 오솔길로 접어 들으니 드디어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은 혼자 훌쩍 떠나는 것도 좋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라면 그 여행은 두 배의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난 한 달에 한 번씩 아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 크게 외국여행은 아니지만 산이건 문화유산이건 섬이건 다녀 오면 우린 평소에 다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을 수 있어 여행 뒤의 서로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 선 느낌어떤 사람과 어떤 곳을 여행 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똑같은 풍경도 그 날 동행한 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갑작스런 환경에 대처하는 이의 판단도 중요하고 날씨와 먹거리 나누는 이야기에 분위기가 달라 지기도 한다
혼자 여행 할 때 친한 친구와 여행 할 때 혹은 여럿이 아는 이와 왁자 지껄 단체 여행을 떠 날때 그건 각자의 몫이지만 난 주로 혼자 하는 여행에서 많은 걸 느끼고 온다. 가끔 아들과의 여행도 보람을 느낀다.
눈을 기대하고 갔는데 눈은 별로 없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 온다. 날은 차가워 피부에 다가서눈 바람이 더욱 더 칼바람처럼 느껴지는데 잎 떨군 겨울나무군락지와 청초한 파란 하늘이 더욱 더 맑게 보이는 건 이 계절만의 매력이 아닐까 정말 하늘이 파랗게 티 없이 맑다. 처음 버스에서 내렸을 때 바람의 소리가 이거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능선을 따라 올라 가면서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실실 올라 갈 때는 이거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바람이 점점 심해졌지만 이정도 쯤이야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씩씩 하게 걸어 나갔는데 사람의 오만은 자연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풍력 발전기가 보일 때쯤부터 서서히 알게 되었다. 선자령은 눈꽃 트레킹으로 유명하다더니 이거 아무것도 아니잖아 눈도 하나도 없고 괜히 왔다 싶을 때 갑자기 대관령 선자령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풍력 발전기가 보일 때 쯤 사람들은 우와 하고 감탄하여 서로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뱅글뱅글 돌아 가는 풍력 발전기는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고 아무 티끌도 없는 파란 하늘과 참 잘 어울려 색다른 경치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때부터 바람은 그 위력을 과시하더니 능선을 따라 올라 갈 수록 그 위엄이 절정에 다랐다. 혼자서는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시작했고 둘이서 팔짱을 끼고 걸어야 한 발 한발 앞으로 내딜 수 있었다.
아... 하늘 참 파랗고 예쁘다.... 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난 여지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쎈 바람은 처음 맞아 봤다. 와아~~ 바람이란게 이렇게 무서운거란걸 처음 알았다. 나 보다 앞선 일행은 그나마 바람이 조금 불때 이 언덕을 통과해서 저기 앞에 보이는 선자령 정상에 갔는지 모르지만 난 천천히 걷다 보니 후미에 쳐져 마지막에 오르기 시작했다. 서서히 불어대던 바람은 이 언덕에 올라설 때 쯤 절정을 맞이 했다. 마치 사자가 포효하는 것처럼 선자령이 으르렁 거리 듯 오만하고 욕심 많은 사람들을 한 방에 날려 버리기라도 할 듯이 불어 댔다. 한 400미터정도 가면 정상이었다. 하지만 나와 일행들은 저 언덕에 서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한 발을 앞으로 내 디딛지 못할 뿐더러 정상에 갔더라도 돌아 오는 길은 더 심해져 큰일 날 것 같아 우리를 이끌었던 안내자가 도저히 안 되겠다며 손 짓으로 하산을 하라고 했다.
난 정상을 밟고 싶었다. 여기까지 와서 눈에 보이는 저 곳에 잠깐이면 갔다 올 텐데 하산이라니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즈음 바람이 진짜 쉴 새 없이 불어 오더니 그 언덕에 있는 사람들을 날려 보냈다. 옆에 있던 아들이 바람에 10미터쯤 날아가 버렸다. 깜짝 놀라 난 바람에 실려 달려가 아들의 팔을 잡고 기둥 있는 곳으로 와 간신히 바람을 버티고 섰다 아들은 놀랬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고 옆에 있던 사람들도 빨리 하산하라고 손짓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뒤 돌아 내려 가고 싶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돼야 말이지. 발을 뛸 수가 없는걸...
그 언덕을 어찌 내려왔는지 지금도 알 길이 없지만 어찌 됐건 온 힘을 다해 아들을 붙잡고 다행히 아래로 내려왔다. 바람이 어찌나 불어대던지 그곳 나무들을 보니 모두가 바람부는 방향으로 나뭇가지가 자라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더욱 더 불기 시작했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내려 올 수 밖에 없었다. 내려 오는 길에도 파란 하늘과 풍력 발전기의 모습과 눈 앞에 두고 밟아 보지 못한 정상에 대한 아쉬웠지만 워낙에 바람이 심해지는 바람에 우린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산 아래까지 묵묵히 발길을 옮겼다. 올라 갈 때는 금새 오르더니 내려가는 길이 왜 이리 멀고 배는 또 고픈지 손 시렵고 거친 바람은 얼굴을 때리고 발길을 더디고 완전 기진 맥진한 상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