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운放談(좋은 세상이긴 한데) 소운/박목철
하나, 천지개벽
문명의 발달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인류가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건 구석기 시대가 최초이다. 구석기 시대는 타제 석기 시대라고도 하듯
돌을 깨뜨려 날카로운 면을 이용하던 시대인데, 깨뜨린 돌을 갈아 더욱 날카롭게 하는 아주 간단한 진화랄 수
있는 신석기 시대까지 가는데 자그마치 수백만년이라는 세월이 걸려, 일만 년 전에야 신석기 시대가 시작됐다.
어렵게 갈고 다듬어 만든 신석기라 해도 단단한 물건에 부딪히면 단번에 망가지게 돼 있다.
그렇게 불편한 돌을 사용하는 신석기에서 금속을 사용하는 청동기까지 가는 데는 5천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긴 세월이지만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가는데 걸린 수백만 년에 비하면 오천년은 긴 세월이 아니다.
금속이라지만 강도가 떨어지는 청동기에서 보다 단단한 철기로 발전하는 데에는 이천 년 정도가 걸렸다.
발전 단계가 진화할수록 소요 기간이 단축된다는 점을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우리 또래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읽었던 동화중에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도둑들이 뺴앗은 물건들을 숨겨 놓은 곳의 문을 열 때, 열려라 참깨! 하고 외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장면은
동화의 압권이랄 수 있는 경이로운 설정이었다. 손도 대지 않고 소리 만으로 문이 열린다는 사실은 상상
으로도 믿기지 않는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화신 백화점의 에리베이터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것이
신기해 일부로 구경을 하러 가기도 하던 것이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다.
지금은 앉은자리에서 TV를 켜고,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나왔던 꿈같은 일들은 아이들 장난감에도
다 들어가 있을 정도로 일반화되었지만, 이런 발전은 근래 수십 년의 세월 안에 이뤄진 놀라운 발전들이다.
깬 석기를 갈아 쓰는데 만도 수백만 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기껏 수십 년의 세월에 천지가 개벽한 셈이다.
둘, 좋은 세상이긴 한데,
요즘 들어 하는 일 중에 가장 즐거운 일은 손주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일이다.
녀석도 시간이 되면 "할아버지 올 거야" 하며 창문을 내다보며 기다린다고 한다.
언제나 헤어지기 전에 더 놀자는 손주를 달래기 위해 우리 내일 어디 가서 놀자, 하는 약속으로 아이를
달래서 떼어놓고 오게 되니 아무리 아이라지만, 기다리는 걸 뻔히 알면서 아이의 실망을 모른 채 하기도
어려워 다시데리러 가게 되지만 손주를 본다는 사실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아이를 데리고 양평에 있는 들꽃 수목원을 찾게 되었다.
양평 근처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가 볼 만 한 곳이 많다는 것을 요즘 들어 많이 배우고 있다.
이전에는 아프리카 박물관이라는 곳에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아주 좋아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끼기도
했고, 거미 박물관에서는 무섭다고 비명을 지르는 귀여운 모습에 웃기도 했다. 들꽃 수목원에도 조각상을
비롯해 아이들이 뛰어 놀만한 공간이 많아 좋아 하는 모습을 보니 장소 선택은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내 손주는 아침이면 상당히 일찍 깨는 편이라 오후에는 낮잠을 꼭 자는 버릇이 있다. 오늘은 제 형의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집에 데려다 주기로 약속을 하고 나왔기에 2시 쯤 수목원을 나오게 되었다.
날씨가 더워 목이 마를 거라 걱정돼, 수목원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니 녀석은 허브 비누를 집어 들며
사겠다고 한다. 음료수에 아이가 더워할까 봐 들고 다니던 양산에, 땀 닦는 수건까지 손에 든 짐이 많아
아이를 태우려니 나도 모르게 차 지붕에 양산과 전화기를 얹게 되었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채우고 음료수를 먹이고 하다 차 위의 전화기와 양산을 거둬야 한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그대로 출발하게 되었다. 학교에 가서 문득 전화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차 지붕이라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아 들렀던 편의점과 아이가 머리 깎은 미장원에 가서 전화기를 찾았지만
있을 리가 없었다. 아이 둘을 집에 데려다 두고 딸의 전화로 내 전화에 신호를 보내 보았다.
신호는 계속 가는데 받는 이가 없었다. 누가 주웠다면 받기는 할 텐데. 일부러 안 받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위치 추적을 해 보세요" 딸의 말을 듣고 위치 추적 신청을 했다.
신호가 가는 상태라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고 했다. 회신이 오길 수목원 근처에서 반경 60m 정도? 라 한다.
들꽃 수목원 매점에 들러 혹 전화기를 못 보셨느냐고 전후 사정을 설명하니 한 분이 말을 걸어오셨다.
"아까 경차 타고 오셨지요?" 하기에 그렇다고 하자, "차 지붕에 양산하고 전화기가 있던데 그냥 출발하시기에
알리려 했지만 빨리 가셔서, 차가 주유소 앞에서 유턴하는 것을 보았으니 길에 떨어졌을 듯 합니다"
양산? 얼른 차에 가서 보니 양산이 정말 없었다. 그때야 차 지붕에 양산과 전화기를 둔 것이 기억에 떠 올랐다.
수목원에서 나온 게 2시 경인데 오후 4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2시간 이상 자동차 전용도로에 떨어진 전화기가 무사 할 수 있을까?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 였지만, 전화기에 저장된 연락처나 기타 정보라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2차선을 따라 천천히 간 길을 복기 주행하며 도로를 꼼꼼히 살폈다.
유턴 한 지점에 양산이 보였다. 양산이 부피가 있으니 차가 도는 과정에서 먼저 날아간 것이리라,
차를 길가에 세우고 주행이 뜸한 순간에 양산을 주워 왔지만 대가 휘어 펴지지가 않았다.
다시 천천히 주행하며 도로를 살렸다. 한참을 더 간 도로 1차선에 덮개가 열린 전화기가 얼핏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 전용도로라 한참을 기다려서야 전화기를 회수할 수 있었다.
얼른 패턴을 풀자, 와! 신기하게도 전화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가!
소운은 평상시 삼성을 아주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소니니, 파나소닉이니 하던 시절 한국은 금성에서 라디오를 겨우 생산하고도(한국이 라디오를 만들어?)
신기해 하던 수준이었다. 이즈음 삼성에서 비디오 판독기(VHS)를 만들어 냈지만 한국이 어떻게
이런 전자 제품을 만들 수 있겠는가 하는 마음에 아무도 사지 않았다. 삼성에서는 고장이 나면 1년
안에는 무조건 새것으로 교환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소운은 삼성 비디오 판독기를 사는 것으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삼성 비디오기는 아무 고장도 없었고, 에프터 서비스 제도를 처음으로 알게 해
준 것이 삼성이다. 팔고 나면 나 몰라라 하던 한국에서 사후 보장을 처음 시작한 회사가 삼성이다.
이렇게 시작한 삼성과의 인연이 노트 8에 이르기 까지 오로지 삼성 제품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굳었다.
이런 삼성에 대한 믿음에 삼성의 노트 8은 당당히 보답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일본 여행을 앞두고 전화기를 어떻하나? 하는 걱정도 덜었지만, 차 지붕에서 팽개쳐진 상태에서
2시간 이상을 버텨 준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2시간 여 수백 대의 차가 지나쳤을 터인데)
전화기 덮개가 약간 찢어지고, 펜을 꼽는 모서리에 약간의 상처가 있는 것 외에는 멀쩡한 모습으로
주인의 손으로 돌아와 준 전화기가 너무 신기하고 고맙다.
어린 시절,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야기를 읽고 신기해하던 게 엇그적 같은데,
살아생전에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카메라 컴퓨터 기능까지)를 일상에 애용해 쓴다는 사실에 더해
어디에 떨군지도 모르는 전화기를 위치 추적해 찾아내는 세상으로 발전하는데 한 생이 채 걸리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인류의 발전 단계가 얼마만큼 빠르게 단축되는가 새삼 놀라기도 했다.
또, 수많은 자동차가 다니는 자동차전용도로 한복판에서 2시간 이상을 버텨준 전화기의 대단한 내구성
을 보며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일까? "열러라 참깨" 도 경이로운 상상이었는데!
사람이 발전을 따라가기도 벅차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어 손주를 바라보았지만 녀석은 할배의 이런 걱정을
짐작이나 하겠는가? 참 좋은 세상이긴 한데?
첫댓글 행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ㆍ
차 지붕위에서 떨어진 핸드폰을찾으셨으니ㆍ
개인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할 정도의 역할을 하는 핸드폰은 이제는 없어서는 안되는 ~ 그러나 간수하는데 약간은 신경이 쓰이는 몸과 혼연일체의 물건이 아닌 가 싶습니다ㆍ
아무튼
탈없이 찾으신 걸 축하드립니다ㆍ
저도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폰 지갑에 두었던 신용카드 한 장이 날라가고 없었지만,
다른 피해는 없었습니다, 정보를 딴 곳에 저장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전화기 안에 연락처를 비롯 많은 정보가 있기 때문에 분실하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어릴 적엔 우리가 중년이 되면 걷지 않고도
사람을 운반해주는 기기가 등장한다.
진짜같은 가상현실이 나타나고
필름없이 사진을 찍는 기계나 주판이 필요없는 계산기나
그 이상의 성능을 지닌, 아니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를
손가락 몇 번 클릭하여 나에게 제공하는 컴퓨터가
나올 것이라는 공상만화 같은 이야기가
정말로 현실화 된 현재가 되었습니다.
물론 누구나 자신만의 손전화도 갖게된다고
하던 게 믿기지 않더니 이제는 지구 반대 편
사람과도 휴대전화 영상으로 통화를 하고
어떤 기기는 동시통역까지 해주는 편리함까지
갖취지게 되었으니 진정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네요.
형님이 핸폰을 찾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리피터님 반갑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평안하신지요?
요즘 아이를 데리고 놀다보니, 장난감의 진보도 놀랍더군요,
몇천 원 짜리에도 음성기능이 다 들어가 있는 것에 놀랐답니다.
앞으로의 변화는 아마도 따라가기도 벅찰거라는 생각입니다.
지금도 기차표 하나를 사려해도 역에 가면 사람을 찾을 수 없으니까요,
사진을 잘 찍으시니 드리는 말씀이지만, 요즘은 아예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사진의 질이 다르다고 하지만, 제 수준으로는 오히려 폰에 달린 카메라가 더 좋습니다.
아마 앞으로 더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무더위에 건강하시고 좋은 사진과 글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리피터님,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행복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잘 보셨다니 제가 감사 드립니다.
잘 감상 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좋은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두 눈이 호강 합니다~~깜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