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년생인 조모군은 중학교에 들어간 때부터 자세가 바르지 못하다고 부모님께 꾸지람을 듣곤 했다. 자신은 똑바로 앉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비뚤게 앉은 모양새로 주위의 지적을 받아왔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옷을 좀 얇게 입으면 몸이 비뚤어진 것이 눈에 띄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옷을 마음대로
입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병원을 찾아 진단받은 결과는 척추측만증이라는 질환. 특히
청소년기에 잘 걸리는 이 질환의 특성상 방학 때마다 어린이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게 된다.
얼마 전 장상 총리서리 임명 파동에서 장남의 병역면제 시비가 불거져 나왔을 때 언론에 거론된 질환도 바로 척추측만증이다. 장상씨는
“아들이 중2때 척추측만증에 걸린 이후 증상이 갈수록 심해 몸 안에
티타늄을 넣는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허리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어릴 때 걸린 척추측만증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척추가 빨리 노화하고 만성요통과 함께 목 허리 디스크
척추관협착 등 각종 허리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척추질환 전문가들의 말.
정상적인 척추는 앞뒤에서 볼 때 일직선을 이루지만, 척추측만증은
등뼈가 S자 형태로 옆으로 휘면서 척추 마디가 정상적인 축에서 벗어나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몸통이 한쪽으로 치우쳐 보인다. 대부분 병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통증이 없어서 느끼지 못하다가 노출이 심한
여름철에 틀어진 체형을 발견하는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다. 아프지
않다고 대수롭지 않게 방치할 경우 한쪽 등이 점점 튀어나오는 등 몸이 비틀어지고, 요통과 호흡곤란 같은 폐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고, 여성의 경우 심지어 가슴 크기도 달라져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척추측만증에 걸린 한 여중생의 X레이 사진을 보면 척추가 휘어지면서 갈비뼈 간격도 좁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뼈가 휘어지니까 키가 잘 자라지 않거나 척추디스크에 걸리기 쉽고, 쉬 피로해져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악관절 장애와 비슷하게 한쪽 어깨가 높아지고 골반 균형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려스러운 점은 요즘 등뼈가 휜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 최근 서울시내 중학교 학생 8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학생
423명 중 23.2%인 98명이, 여학생 437명 중 20.6%인 90명이 척추의
변형 및 척추측만증 증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빠른 청소년기 주로 발생
이처럼 척추측만증은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한다. 보통 이 시기에 성장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잘못된
자세와 생활습관 등이 뼈 성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 척추측만증은 만 10세부터 뼈 성장이 멈추는 16~18세까지의 여학생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치료 역시 만 18세
이전에 받아야 효과가 높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자세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은 치료술이 발달해 미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학생들도 밖으로 티 내지 않고 척추측만증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간 기존의 척추측만증 치료는 장시간 착용해야 하는 재래식 보조기와 정형외과적 수술이
전부. 척추가 45도 이상 휘어진 중증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권하는 수술처치법은 그렇다 쳐도, 기존의 보조기는 착용하는 데 문제가 없지
않았다. 소재가 단단하고 딱딱해 착용에 상당히 불편하고 행동에 제약이 많을 뿐 아니라,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목까지 노출되는 보조기를 꺼려해 실패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최근 이와 같은 단점을 극복한 밴드식 브레이스가 국내에 보급돼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심재성 박사와 척추전문 재활클리닉센터의 김성우 소장(02-3472-3177)은 독일 프랑스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들과 공동으로 연구, 획기적인 신소재에 의한 밴드식 브레이스를 개발해 환자 교정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이는 소재가 가볍고 몸의 유연성을 도와주는 밴드식 브레이스를 착용하게 함으로써 운동량이 많은 청소년들이 편하게 활동하고 외관상 표시가 나지
않도록 하면서도 척추 교정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혁명적’ 교정술 발달 덕분에 척추전문 재활클리닉센터는
가급적 수술하지 않는 척추측만증 치료를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척추측만증 환자의 경우 최신 의학장비인 3차원 컴퓨터 분석기(3D프리포인트)를 이용해 척추가 휜 각도와 상태, 성장 정도를 정밀분석한
후 물리치료 또는 부분적 치료에 들어간다. 이때 밴드식 브레이스 착용을 통한 교정치료가 이뤄진다. 척추측만증은 조기에만 발견하여 치료하면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고, 물리치료나 교정기 착용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김성우 소장은 실제로 최근 척추환자 2570명의 집단치료에서 이 같은 신교정술의 탁월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고 말한다. 밴드식 브레이스를 착용한 환자들은 교정 전에 비해 척추의 휨 정도가 더 진행되지 않았으며, 전체 환자의 57%는 척추의 휨 각도가 50% 이상 감소됐고, 전체 환자의 95%는 휨 각도가 35% 이상 현저히 감소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도 밴드식 브레이스의 탁월한 치료효과와 착용방법, 그리고 놀랍도록 가벼운 신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경희의료원 재활의학과 척추측만클리닉에서도 밴드식 브레이스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척추측만증 환자를 위한 운동요법
아래의 운동요법은 척추측만증 환자는 물론 평소 척추가 좋지 못한 사람들이 집에서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처방이다. (도움말: 김원중 인제대의대 교수)
1. 차려자세에서 다리를 약간 벌리고 양손을 허리에 얹는다. 숨을 힘껏
들이마시고 손으로 양쪽 골반을 밀면서 상체를 위로 5초간 끌어올린 후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상체를 내린다.
2. 차려자세에서 가슴 밑의 튀어나온 부분에 양손을 대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5초간 지그시 누른 후 천천히 푼다.
3. 편안히 누워 허리를 바닥에 꾹 누른다. 누른 상태에서 5초간 정지한
다음 편안히 쉰다.
4. 편안히 누워 무릎을 세우고 양손을 머리 뒤에 대고 윗몸 일으키기를
한다.
5. 편안히 누워 손바닥을 바닥에 댄 뒤 상체는 들지 말고 하체만 들어올린다. 이때 무릎은 펴고 발이 땅에 닿을 정도로 몸을 구부린다.
6. 엎드려 누워서 손으로 양 발목을 잡는다. 그림과 같이 손으로 발을 잡아끌면서 몸을 젖힌 상태로 5초간 멈춘다.
7. 엎드려 누워서 팔을 직각으로 구부린다. 무릎을 붙이고 배를 중심으로
팔과 상체, 하체를 동시에 천천히 든다. 그림과 같이 시행한 후 정지 상태로 5초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