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살랑이는 조계산 가는 길
입춘이 지나고 나니 바람이 확실히 다르다
우리 선조들은 어쩜이리도 딱딱 들어맞는 절기를 만들었는지...ㅎㅎ
한 해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입춘절기가 지나고 나면 옛사람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농사 준비를 했다고 한다.
이번에 산행하는 조계산은 높이 884m로 본래는 동쪽의 산군을 조계산
이라 하고 서쪽의 산군을 송광산이라고 했으나, 조계종의 중흥 도량산이
되면서 조계산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송광산이라고도 한다
산의 서쪽에 있는 송광사는 삼보사찰 가운데 하나인 승보사찰(僧寶寺刹)
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절이다
사통팔달 잘 뻗어진 고속도로 덕분에 김해에서 출발하여 2시간 만인
10시에 산행기점 접치에 도칙했다. 부회장님의 사춘기 시절 중학교때
한 소녀와의 첫사랑 얘기가 끝나기도 전인데 말이다. ㅋ~
산을 오르는 입구부터 눈이 녹아 질척한 길이 이어지는데 미끄럽기가
빙판길을 오르는 것보다 더 조심스럽다
숲길로 들어서자 머리위에서 빗물같은 것이 뚝뚝 떨어진다
올려다 보니 하~ 예쁜 빙화가 피었다. 눈이 녹으면 물이 되고 물이
다시 얼어 투명하고 맑은 얼음꽃을 만들었다
산이 아니고서야 어디서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겠는가
오늘도 앞서가는 사람들은 어찌나 빨리 우루루 올라가던지
나는 뒤에 있어도 천천히 오르면서 가다보면 결국은 하산시간은 거의
비슷 해지니 이제는 신경쓰지 않고 여유부리며 올라간다
이번 코스는 크게 된비알은 없으며 길이 좋아 초보자들도 무리없이
오를만하다. 그래도 오를때 숨이차고 힘든것은 매한가지다
연산봉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범바위를 지나 11시 35분 장군봉에
도착했다. 출발하여 1시간 40분만이다.
역시 산을 오르는 것은 뒤돌아 보는 맛이렸다.
사방을 둘러보니 고만고만한 산들이 바다의 파도처럼 물결친다
우리회원들은 아무도 안보이길래 다 내려갔나 보다 하고 내려서니
한쪽 옆에 모여 점심을 먹고 있다. 이리 빨리 점심을? 그래도 좋다
궁뎅이 붙이고 쉴수 있어 좋고 주린배를 채울수 있으니 좋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산에서 밥먹을때면 뜨끈한 국물이 있어야 했는데
이제는 약간만 따뜻해도 밥먹고 달달달 떨지는 않겠다
12시 5분 가벼운 걸음으로 굴목치를 향하여 내려간다
20분쯤 내려가니 작은굴목재 또 조금 가니 큰굴목재가 나온다
갈림길에서 길이 약간 헷갈리긴 했지만 바닥에 놓인 우리 산악회
방향표시를 보고 송광사 쪽으로 내려가니 보리밥집앞까지 왔다
스카이부장님이 거기 서서 회원들에게 일일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
그 유명한 보리밥집이다. 보리밥을 먹기위하여 조계산을 찾는다는데
나도 언젠가 한번 꼭 먹고싶었다. 근데 이제 1시. 점심밥 먹은지 1시간
밖에 지나지 않아 아무래도 밥을 먹기는 무리인것 같다
어찌나오는가 싶어 밥상을 보니 갖가지 나물에 먹음직스럽긴 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도시락을 싸오지 말걸......
아쉬운 걸음 뒤로하고 천자암봉을 향해간다
가을에 오면 더 좋을듯 활엽수림이 빽빽한 숲길을 올라간다. 구불구불한
소나무 숲길도 지난다. 훈풍은 더없이 좋건만 약간의 오르막길도
이제 서서히 지치기 시작할 즈음 2시 천자암에 도착했다
쌍향수 곱향나무가 있는 곳이다. 사진으로만 봤는데 참으로 아름답다
동판에 전하는 말로는 보조국사(普照國師)와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중국에서 수도를 끝내고 귀국할 때 짚고 온 지팡이를 나란히 꽂은 것이
이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담당국사는 왕자의 신분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단다. 천연기념물 제88호로서 추정수령 800년. 이 나무들은
줄기가 실타래처럼 특이한 모양으로 꼬여 있어 곱향나무라한다
기념사진을 찍고 이제는 송광사로 하산한다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이 살랑살랑 봄바람에 곧 새움이 돋을듯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의 발걸음도 가볍다
그런데 미국발 경제위기가 아무래도 토구님 가계에 영향을 미친듯하다
웃음치료사로서 투잡스로 나선것 같다
잠시 서서 쉬는 동안에도 우리를 가만 두지 않는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하!하!하! 웃으면서 손뼉을 마구 치란다. 다들 잘 따라 한다. ㅋㅋ
시간이 언제 지나간듯 3시 벌써 송광사에 도착했다
승보사찰답게 일반사찰과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지난번에는 경내만
둘러보고 지났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좀 남길래 암자마다 두루 살펴봤다
아름다운 그림과 수묵화가 채색되어 있는 벽면을 보면서 마치 미술관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다
30분가량 사찰을 둘러보고는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회원님들 거의
다 내려와 옹기종기 모여앉아 하산파티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시원한 만둣국에 오늘의 피로가 싹 가신다
매번 이렇게 회원님들과 함께 아름다운 산행을 할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2월에는 토요일마다 행사가 있어 출근을 해야만 하네요..
향적봉도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ㅠㅠㅠ
다른 회원님이 그때 그기분 좀 올려주세요
부회장님이 리얼하게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약속 하셨는데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2009. 2. 7(토)
◈ 산 명 : 조계산(834m)
◈ 위 치 : 전남 순천시 승주군의 경계
◈산행시간: 5시간
◈등산코스: 접치→조계산→굴목치→천자암→송광사 →주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