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법부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사법의 독립인가 정치적 신호인가?
대법원이 2025년 5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항소심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사법부에도 중대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대선을 불과 33일 앞두고 이뤄진 이번 결정은 단순한 법률적 판단을 넘어 정치와 사법의 경계, 그리고 유권자의 판단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유죄 취지 판단이 갖는 법적·정치적 의미를 점검해보는 동시에, 이번 결정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허위사실공표’라는 공직선거법상 조항의 해석을 둘러싼 1심과 2심의 법리적 충돌 속에서, 대법원이 결국 1심의 입장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조작한 사진을 공개했다"는 발언과 "국토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표현이 유권자에게 실질적 오인을 줄 수 있는 ‘사실 공표’로 판단된 점은, 정치적 수사와 허위사실 사이의 경계를 좁히는 판례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써 2020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무죄로 이끈 ‘권순일 판례’는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앞으로의 선거법 위반 판단에 있어 후보자의 발언 하나하나가 훨씬 더 엄격한 잣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대법원 결정의 시점과 속도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항소심 선고 후 불과 36일 만에 내려진 대법원의 선고는, 그간 사법부가 선거사범에 대해 ‘6·3·3 원칙’을 지키지 못했던 현실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대선 등록일 이전에 사법 판단을 매듭지어 유권자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정치적 고려’가 반영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대선 후보 등록일이 지난 후 판결이 선고될 경우, 사법부의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질 소지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신속한 판결은 법적 타당성을 넘어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혹은 최소한의 정치 영향력 행사라는 이중적 해석을 낳게 한다.
물론 대법관 12명 중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2명의 반대의견은 이번 판결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무시되었다는 비판은, 향후 사법적 판단이 지나치게 정치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판결은 하나의 사법 판단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곧 대한민국 선거제도와 사법의 독립성, 정치적 발언의 자유라는 세 갈래가 교차하는 교차로 위에 놓인 사건이다.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선거에 미치는 파장은 아직 예단할 수 없으나, 사법부가 그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법리에 따라 판단을 내렸다는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인들 역시 표현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허위 사실을 숨기지 않도록, 더욱 정제된 언어와 진실에 기반한 의사소통을 실천해야 한다. 사법의 판단은 중립적이어야 하며, 정치의 언어는 진실에 가까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