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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향토음식 산업화 성패는 '스토리텔링' <끝> | |
◆향토음식 산업화, 뉴스미디어 홍보로 마무리 “아무리 좋은 향토음식이 있다 해도 개인의 힘으로 산업화를 이뤄 내기는 어렵지요. 지자체의 관심이 꼭 필요합니다.” 6년 전부터 안동식혜 산업화에 나선 김유조(52) 씨는 만날 때마다 상품 홍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안동식혜의 전국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홍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가공공장을 짓고, 상품 포장지를 만들고, 용기를 개발하는 것까지는 그래도 쉬웠으나 홍보만큼은 개인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것. 그래서 지자체의 홍보 지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우루과이라운드(UR)와 WTO협정 국제 무역체제를 대비해 국내 농수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향토 특산품의 산업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그 결과 이전과 달리 상당한 농수산물이 품질 개선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공산품 못지않게 포장되었고, 출하장과 집하장, 가공공장, 창고 등 유통시설도 거의 다 마련됐다. 산업화를 위한 하드웨어 구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농수산물은 여전히 수입산의 저가공세에 밀려 차츰 시장 잠식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이는 바로 향토음식 또는 특산물 산업화에 필수적인 음식 또는 상품의 홍보 부족 때문으로, 하드웨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내지 못한 결과이다. 특히 향토음식 산업화에 관한 홍보도 농어업인 등 비전문가들에게 직접 맡겨 홍보 소재 개발은 고사하고 좋은 아이템을 그냥 묵혀 버린 게 태반이다. 그러니 하드웨어 투자 효과가 날 리 만무한 것이다. 창업 당시부터 무려 1천여 회의 홍보 보도 사례를 기록하고 있는 안동간고등어의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다. 당시 뉴스미디어들이 보여 줬던 폭발적인 관심은 향토 특산물 생산업체가 거의 다 부도로 망해 버린 1997년 IMF 환란 당시 시대 상황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잿더미가 된 국내 중소기업 상황에 바닷가도 아닌 내륙지에서 생선을 소재로 향토 특산물 생산업체 창업에 나선 그 자체가 흥밋거리, 즉 스토리텔링 소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뉴스미디어의 자발적인 관심을 전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향토음식 산업화에 지자체의 관심과 홍보 역량이 긴요하게 요구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향토음식 산업화에 나타나는 스토리텔링의 위력 “별것 아닌 금풍생이가 신문 방송에 나면서 금방 대박 나부렀제” 여수 금풍생이 구이로 유명인사가 된 여수 구백식당 대표 손춘심 씨의 말이다. 손 씨의 말에서 뉴스미디어가 구사하는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여수 사람들은 금풍생이라는 돔 종류의 손바닥만 한 작은 생선을 소재로 기막힌 스토리텔링을 개발해 냈다. 이순신 장군에다 가공의 인물인 ‘평선이’라는 관기를 등장시켜 재미나는 러브 스토리를 만들었다.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에 맘대로 드나들던 예쁜 평선이가 ‘군평선이’ 즉 금풍생이라는 생선 이름을 낳았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남편 몰래 숨겨 둔 샛서방, 즉 애인에게만 구워 주는 맛난 고기라는 뜻으로 ‘샛서방고기’라는 별명도 호남 특유의 익살스러운 향토문화와 어우러져 금풍생이를 단번에 유명 향토음식 반열에 올려놨다. 처음에는 전남지역 뉴스미디어의 조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나중에 전국 언론사가 이 재미나는 이야깃거리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전국 식도락가들이 연일 식당 앞에 줄을 서게 만들었다. 뉴스미디어의 스토리텔링 위력은 부산 곰장어에서도 나타난다. 부둣가를 무대로 자갈치 아지매들의 고된 삶에서 피어난 인간 승리가 녹아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형은 경북에도 적지 않다. 포항물회가 그렇고, 구룡포 과메기는 물론 울진 물곰탕(곰치해장국)도 마찬가지이다. 거친 바다에서 고된 어로작업이 생업인 어부들의 애환과 어촌의 아련한 향수가 녹아 있는 향토 특산 음식이다. 전국에 ‘만만한 게 홍어 고추’라는 말을 퍼뜨린 흑산도 수홍어 이야기도 스토리텔링으로는 효과 만점이다. 내륙에서도 스토리텔링은 위력적이다. 강원도 화전민들의 춘궁기 음식이었던 곤드레밥의 산업화로 곤드레나물은 태백, 정선의 향토 경제를 이끈다. 군위콩잎김치도 마찬가지다. 세계의 사례로 뉴질랜드 마오리족 전통음식 항이를 들 수가 있다. 뉴질랜드 북섬의 로토루아 호수에 원주민 마오리족 족장의 딸인 ‘히네모아’의 연가 스토리를 전통음식에 연계시켜 세계적인 스토리텔링 효과를 낳았다. 이처럼 스토리텔링 개발은 향토음식 산업화의 과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지금은 음식을 하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세계로 확산되는 한류열풍, 한식 세계화의 적기 이 같은 스토리텔링은 뉴스미디어만이 갖고 있는 독보적이고 고유한 기능이다. 매일같이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는 뉴스미디어의 주된 일이 스토리텔링 소재 개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토음식의 산업화엔 그 지역 뉴스미디어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FTA시대에 들어서면서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는 수입 농수산물은 소비자들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스토리텔링 소재가 없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지 품질로만 시장에 어필할 수 있을 뿐이기에 향토특산물의 우월적 시장 경쟁력 제고와 향토음식 산업화의 강화를 위한 스토리텔링은 필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포항물회에 호남언론이나 충청언론이 어디 관심이나 보이겠습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습니다.” 포항물회식당 김태순 사장은 “대구 경북지역 이외의 언론은 지금까지 포항물회에 대해서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향토음식 산업화에 있어서 향토 뉴스미디어의 스토리텔링 기능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음식 산업화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과 홍보에 대한 인식은 종전 그대로 수준이다. 이 때문에 홍보가 옥탑광고나 지하철 광고 등 단순광고 방식에 치중되고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스토리텔링 개발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뉴스미디어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부서 간 융합정책 등 획기적인 홍보 방안 마련이 긴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추진해 온 향토음식 산업화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나 수입산에 우월적 경쟁력을 획득한 수준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향토음식 산업화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등거리 경쟁력은 효과적인 경쟁력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유럽으로 확산되고 해방 이후 약 50여 년 만에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두 배로 늘어나 세계인들은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지금이 한식 세계화의 적기이고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사진작가 강병두 plmnb1@hanmail.net 차종학 cym4782@naver.com | |
기사 작성일 : 2013년 12월 30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