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30분에 시작된 16강전 두번째 라운드에서 한국의 강동궁, 최성원 선수가 각각 데이브 크리스티아니(네덜란드)와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그리스)를 이기고 8강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단 한번의 리드도 허용하지 않고 2점대의 좋은 에버리지로 상대를 압도했다.
강동궁 선수는 34살의 크리스티아니 선수를 상대로 한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크리스티아니는 경기 초반 크게 뒤쳐지지 않고 잘 따라오는 듯 했으나, 강동궁 선수의 샷이 살아나면서 기가 죽은 듯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였다.
최성원 선수는 어제 32강전과 비슷하게 4점대에 육박하는 에버리지로 폴리크로노폴로스를 압박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일찌감치 가져갔다. 김경률 선수를 대 역전극으로 누르고 올라온 폴리크로노폴로스였지만, 최성원 선수에게는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편, 4번 테이블에서는 극적인 경기가 또 하나 나왔다.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와 루벤 레가즈피(스페인)의 대결이었는데, 자네티의 카리스마에 눌려 레가즈피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티는 18이닝째 행운의 샷을 곁들이며 40점 고지에 먼저 올랐고, 후구를 남겨둔 레가즈피의 점수는 32점이었다. 홍진표 선수와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레가즈피 선수가 안타깝게 탈락하는가 싶었지만 기우였다.
레가즈피는 포기하지 않고 후구에서 한점씩 착실하게 점수를 올려갔고, 결국 남은 8점을 모두 쳐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승부치기로 넘어긴 승부는 자네티의 선공으로 다시 시작되었고, 자네티는 쉽지 않은 난구들을 풀어내며 4점을 득점하고 의기양양하게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레가즈피의 마지막 이닝. 경기장의 모든 관중들은 숨소리조차 내기 힘들정도로 경기에 집중하며 레가즈피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시선을 같이 했다. 레가즈피는 놀랍도록 침착하게 4점을 득점했고, 5번째 포지션은 조금 끌어서 공략해야 하는 짧은 제각돌리기였다. 2적구가 쿠션에서 떨어져있어 자칫 실수하기 쉬운 공이었고, 많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레가즈피의 수구는 예상보다 많이 끌려 2적구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신의 장난인지, 수구가 2적구를 지나치자마자 1적구와 강하게 키스가 났고, 수구는 진행 방향을 180도 바꿔 그대로 2적구에 맞았다. 스페인의 만년 2위로 주목을 받지 못해던 레가즈피가 자타공인 세계 탑 클래스 마르코 자네티를 누르고 월드컵 8강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출처: 코줌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