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가 많은 북구 칠곡지역도 화재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커 안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일 오전 11시 34분경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내 주거용 오피스텔 우신골드스위트에서 난 불이 만약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했을 때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38층 펜트하우스가 전소되고 37층 일부와 건물외부를 태우고 7시간여만에 진화된 해운대 화재는 이미 예고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많다. 화재의 발단은 4층 미화원 작업실. 건물 관리원들이 미화원 작업실 등에서 쓰레기 등을 소각하거나 취사행위를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연성 마감재도 문제가 됐다. 이날 오후 2시 10분경 큰불이 잡히는 듯 했으나 외벽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이후 순식간에 38층으로 번졌다.
이 건물 외벽에는 알루미늄 패널이 부착돼 있었다. 단열 효과가 높은 유리섬유가 안쪽에 붙어 있는 상태에서 인화성 물질인 폴리염화비닐 접착제를 사용해 외장에 고정했다. 알루미늄 패널은 두께 12㎜에 가로, 세로 1m 이하의 크기다. 대개 철근콘크리트 구조 건물의 벽면에 약간의 공간을 두고 붙인다. 전문가들은 고급스런 이미지를 주기 위해 사용한 외벽 알루미늄 패널과 단열재가 화재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주민들도 인화성 물질인 외벽 때문에 불길이 건물 위쪽으로 급속하게 번져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고, 건설업계에서도 알루미늄 패널의 바깥부분에 칠한 특수 페인트가 불길을 옮긴 작용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어느 한 곳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대개 총체적인 허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화재가 난 곳도 마찬가지다. 우선 건물 관리사무소의 소방시설물 관리가 엉망이었다. 지난해 12월 소방시설 종합점검에서 소화설비 17건, 경보설비 5건, 피난설비 2건, 소화활동설비 중 승강기 5건 등 모두 29건의 불량내용이 지적돼 시정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난 후 30분 동안 비상벨이나 안내방송도 하지 않는 등 일반적인 관리 업무 또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건물의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하려고 했으나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건축주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배상해야 한다며 제지해 초기 진화 실패에 부채질을 했다.
거기에다 소방차는 8대가 출동했지만 정작 있어야 할 고가사다리차가 없었고 소방장비도 갖추어지지 않아 결국 엄청난 피해를 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낮 시간대인 데다 주말과 휴일이 아니어서 인명피해가 4명 정도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상사가 지역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난해 말 현재 대구지역에는 고층아파트가 1천538개 단지, 5천524동에 이른다. 이 가운데 16층 이상은 398개 단지, 2천143동에 달한다. 칠곡지역은 37개 단지, 207동을 차지한다. 15층 이하에 적용되는 고가사다리차량은 서부소방서 관내 읍내119안전센터에 1대뿐이다. 실제 고가사다리는 75도 각도로 폈을 경우 12층 정도에 머물러 15층 이상 건물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옥내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 각 아파트와 소방당국은 화재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