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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임신행 선생이 <마산문학>(2012. 36집)에 동화 "갈참나무 숲에는"을 발표했다.
동화 갈참나무 숲에는 임신행
자연 앞에서는 호기를 부려서는 안 된다. 우리 역시 자연의 하나인 미물이다. 하나도 겸손 둘도 겸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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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너희 둘 이리와 볼래?" 정자나무에 기대고 섰던 검은 안경을 낀 아저씨가 왼손 집게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습니다. "……." 이상한 아저씨다 싶어 근수와 종석이는 못 들은 척했습니다. "이리 와 보랬잖아?" 검은 안경 아저씨는 냉큼 오지 않는 것이 언짢아 목청을 높여 말했습니다. "석아, 가지 마. 몬 본 척하자이, 그쪽으로 눈 주지 말고……." 지난여름 허물을 벗어던진 매미 허물을 손등에 올려놓고 근수는 곰지락 곰지락 움직이게 하면서 귀엣말을 했습니다. "와 보라니까." 검은 안경을 쓴 아저씨가 다시 목청을 높여 말했습니다. "볼일이 있으면 아저씨가 와야 하지요." 종석이가 기분 나쁘다는 어투로 대꾸를 했습니다. "미안…." 검은 안경을 낀 아저씨가 계면쩍은지 머리를 긁적이며 같이 온 아가씨 눈치를 살폈습니다. 아가씨는 휴대폰으로 정자나무를 배경으로 하고 사진을 찍는데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학교 급식에서 무엇을 주던가?" 엉뚱한 질문을 검은 안경 아저씨가 느닷없이 했습니다. "봄 방학인데요." 퉁명스레 종석이가 대꾸했습니다. "미안 미안, 급식은 잘 나와?" "잘 나옵니더. 입에 맞는기 나올 때는 전 두 그릇이나 묵(먹)었는데요…." "아, 나도 급식이 먹고 싶다."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던 아가씨가 입맛을 다셨습니다. "너희 둘 중 누가 사진 좀 찍어 주면 해서…." 검은 안경 아저씨는 목에 걸고 있던 망원렌즈가 유별나게 큰 카메라를 벗어 내밀었습니다. "이갈 나 쭙니꺼?" 능청을 부렸습니다. "아니." 도리질을 검은 안경 아저씨는 거칠게 했습니다. "사진 좀. 찍어주라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말에 근수가 냉큼 나섰습니다. "고마워 넌, 이것만 누러면 돼.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마. 샤터만 눌러 알았지?" 검은 안경 아저씨는 무거워 보이는 카메라를 근수에게 건네주며 셔터 누르기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근수는 검은 안경의 아저씨가 건네주는 카메라를 받아 요모조모 살피고 있었습니다. "참치." 검은 안경 아저씨는 아가씨를 큰 인형을 끌어안듯 우악스럽게 껴안고 사진 찍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학생! 그냥 눌러 그러고 있지 말고." 안겨 있던 아가씨가 어서 셔터를 누르라고 재촉했습니다. 근수는 누가 뭐라고 하던 상관 않고 카메라 살피는 일에 홀려 있었습니다. "야! 카메라 처음 봐!" 카메라를 살피는 근수가 못마땅하여 검은 안경 아저씨가 참다 못해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 대답은 않고 근수는 사진을 찍겠다는 시늉을 해보였습니다. "참치!" 다시 어깨를 맞곁고서는 두 사람은 해바라기 꽃처럼 환하게 웃었습니다. 셔터를 가볍게 근수는 눌렀습니다. "미안합니다. 다시!" 셔터를 누르고도 근수는 시치미를 떼고 다시 포스를 취하라고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아! 너!" 검은 안경 아저씨가 손가락질을 거칠게 하고 흥분하여 소리를 질렀습니다. "좋은 추억을 잡아드리려고요…. 이 정자나무 님이 귀하거든요." 근수는 입가에 엷은 웃음을 피우며 상냥하게 말했습니다. "나도 안다. 좋은 추억이 아니라 지금 난, 좋은 약이 오른다." 검은 안경 아저씨가 아가씨와 겯고 있던 어깨를 풀고 카메라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누부야! 한 번만 딱!" 근수는 카메라를 달라는 검은 안경 아저씨를 뿌리치고 아가씨 쪽으로 달려가며 말했습니다. "우리 다시 한 번 더 찍어요!" 아가씨가 근수의 말을 듣고 검은 안경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비미이* 알아서 잘 찍어 드리겠습니꺼. 걱정 신들뻔들하지* 말고 가 서이소." 근수가 검은 안경 아저씨의 옆구리를 밀었습니다. "요즘 아이들 시골이나 도시나 제멋대로거든…." 검은 안경 아저씨가 시키는 그대로 단박하지 않고 꾸물거리는 것이 못마땅하여 화를 냈습니다. "고단새*를 몬 참고 그랍니까 가 서이소. 쟈, 사진 잘 찍습니다." 종석이가 거들고 나섰습니다. "카메라면 다 카메라가 아니야…. 카메라가 어떻게 되면 큰일난다." 검은 안경 아저씨가 걱정 아닌 걱정을 했습니다. "그라마*, 저 카메라는 검은 금으로 맹건* 겁니꺼?" 종석이가 대거리를 했습니다. "뭐라고?" 검은 안경 아저씨는 말뜻을 몰라 다시 물었습니다. "아무것도 아입니다. 자꾸 그라마 우린 몬새*이라 캅니더." 근수가 친구에게 말하듯 시큰둥하게 대꾸했습니다. "안동 촌놈들이 저런 카메라 보기나 했겠어?…" 아가씨를 향해 얕잡아보는 말을 검은 안경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던 근수가 주춤했습니다. 따지고 대들고 싶었으나 관광객이니 끝까지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웃으시고 참치…."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고 난 근수가 사진을 찍고는 카메라를 검은 안경 아저씨 앞으로 쑥 내밀었습니다. "어디 보자. 나오기나 했는지?" 옆에 섰던 아가씨가 검은 안경 아저씨 대신 카메라를 잽싸게 받았습니다. "아주! 잘 찍었네!" 카메라를 받아 확인하고 난 아가씨가 좋아서 깡충깡충 뛰면서 말했습니다. "함 보자고." 못 믿겠다는 듯 검은 안경 아저씨가 카메라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렇네! 솜씨가 여간 아니네. 너희 집에 카메라 있니?" "요즘 카메라 한 대와 콤퓨터는 기본 아닙니꺼?" 종석이가 양양해가지고 말했습니다. "그럼, 상태씨가 말실수했어요. 사과하세요." 아가씨가 진심 어린 말을 했습니다. "요즘, 우리 마실이 구제역 땜에 그렇지. 몬새이* 아저씨보다 기울끼 엄습니더." 근수가 속내를 숨김없이 내보였습니다. "몬새이가 뭐니?" 검은 안경 아저씨가 물었습니다. "틀팔이*같이 묻긴 뭐 묻소. 못난이라는 말이지요." "못난이?" "야!" "어이가 없네, 또 틀팔이는? " "얄분시럽다* 칼란지 모르겠십니다만 아저씨 요즘 서울이 어딨고 촌이 어딨습니꺼? 우리도 스마트폰 갖고 있고 컴퓨터에서 인터넷 다 됩니다. 소 값도 도야지 값도 인터넷에서 젯깍 젯깍 압니더. 내 친구는 아패더도 있습니더.아저씨는 아이패드 엄지요. 카메라요? 우리 학교서 방과 후 시간에 동아리가 있어 대구서 서울서 사진작가님들이 와 카메라 다루는 법 다 가르쳐 줍니다. 저는 우리 집 형편이 좀 나아지면 생태 사진 전시를 계획하거 있거든요. 지금은 좀 어렵지만요." 근수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따지듯 말했습니다. "왜?" "구제역 때문에 키우던 소를 다아…." "으, 미안합니다. 마음이 상했으면 용서해 주시기를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니 개의치 말아요" 검은 안경 아저씨가 더듬거리듯 말하고는 승용차 앞으로 갔습니다. "미안해…." 아가씨가 대신해서 사과를 했습니다. "난, 좋게 찍어주려고 했는데…." 근수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습니다. 검은 안경 아저씨는 잘 못했다 싶은지 서둘러 아가씨를 운전석 옆에 태우고 도망치듯 멀어져 갔습니다. 붉은 승용차는 붕 하는 소리를 내고 멀어져 갔습니다. "으! 으!" 근수가 스마트 폰 하나를 들고 승용차를 향해 손짓을 했습니다. 빨간색 승용차는 붉은 장미 모습을 하고 사라졌습니다. "나 한번 보자." 종석이가 초록빛 겉옷을 입은 스마트 폰을 보자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라. 작동을 하면 안 된다." "안다. 좋긴 좋네. 구제역만 아이(니)였으면 우리도 휴대폰 한 대씩 벌서 가졌을 낀데." "와 이라…." 종석이 말에 근수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오우! 전화 오네… 우짜면 좋노?" "그래 말이다. 받아야 하나 안 받아야 하나…." 휴대폰 벨은 계속 울렸습니다. 종석이는 남자 사진이 비친 스마트폰을 들고 당황해 했습니다. "이리 주라 내가 받아 봇구나." 근수가 휴대폰을 받아 전화를 받았습니다. "……."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졌습니다. "이걸 우짜면 좋노? 파출소에 갖다 주나. 학교 선생님한테 갖다 주나…… 아! 골칫거리 하나 줏었네. 이런 걸 흘리고 다니니 우짜면 좋노? 새벽 꿈에 돈을 줏었는데." 근수는 휴대폰을 종석이에게 건네주며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 무슨 물건이던지 줍는 기 아이구나…. 여기 두고 갔빗가?" 종석이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요기두먼* 안 된다. 비싼 긴데." 또 휴대폰 벨이 울었습니다. "네가 받아라." 휴대폰을 종석이는 근수에게 내주었습니다. "네. 저는 안동* 초등학교 4학년 권근순데요. 근순이가 아이고 근수입니더. 뿌리근 빼어날 수 권근수라 안카요…. 우리 마을 앞에 있는 정자나무 밑에 흘리고 간걸 쬐끔* 전에 내가 줏었거든요*. 임자한테 돌려 줄라카는 참인데요. 같이 다니는 검은 안경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내일 우리 학교 4학년 교실로 오라 카이소. 한 반밖에 엄습니더… 네." 근수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우짜자* 카노?" "우리 학교로 오라 캤다. 차암, 상그럽네.*" "잘했다. 우리가 도둑질한 것도 아인데…." 종석이는 말을 해놓고 정자나무 뿌리에 주저앉았습니다. 그 옆자리에 근수도 앉았습니다. "에나로* 집에 가기 싫다. 그쟈." 종석이가 마을을 바라보며 푸념을 했습니다. "와 아이라.* 우리 고마, 본부로 갔비자.*" 근수는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 2. * "우짜면* 좋노?" 하염없이 앙상한 갈참나무 우듬지를 바라보며 근수가 집안 걱정이 되어 탄식을 하듯 입을 열었습니다. "에나다*. 이코롬* 있다가 우리 마실이 확 망했삐는기 아이가?" 옆자리에 풀죽어 있던 종석이가 마른 황갈색 가랑잎을 한줌 집어서 하늘을 향해 던지고 안타까워 말받이를 했습니다. "너그는 에나로 몇 마리나 묻었빗노? 난, 쇠(소)죽은 내음*이 땜새* 에숩어 죽것다." 근수는 얼굴을 찡그리고 말을 하고는 헛구역질을 했습니다. "우리는, 쇠(소), 백마흔세 마리하고 도애지* 이백열다섯 마리 다 묻었빗다 아이가. 계란 묵을라고. 키우던 닭새끼 서른한 마리를 *애꾸지게 보냈삣다 아이가. 나도 내음이가 자꾸 나서 코를 막고 밥 묵는다. 쇠죽은 구(귀)신이 붙었는지 어델 가도 쇠가 보이고 무서븐 꿈을 꾼다." 종석이는 대답을 하고 거칠게 진저리를 쳤습니다. "맘을 크게 무야 한다……. 우짜건노 그쟈. 우리는 이 백열한 마리 파 묻었빗다. 우리 할매는 아파서 드러누웠삣고. 우리 어무이도 아파 드러누웠삣다. 아부지는 막쇠주로 산다 아이가. 막쇠주…. 어야모 좋겠노…." 종석이가 헛것으로 소가 보인다는 말에 걱정이 되어 근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고는 마을을 내려다봤습니다. "살아 있던 것이 죽으면 내음이를 내는데 지독하단다." "죽은 것은 내음이를 낸다……. 썩느라고." 종석이 말에 근수는 어른처럼 말을 하고는 머리를 끄덕이었습니다. "앵가이* 울었다 이제 고만 하자, 맨나천나* 오만상*을 하고 있을 끼가 마이 울었다. 우리 마실* 사람들."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난다 아이가." 종석이 말에 근수가 타박을 하듯이 짜증을 부렸습니다. "에나로 한 사람 투데바리 실수가 마실 짐승들을 다 생매장했삣다 아이가." "와 아이것노…. 권훈세 저그 아부지만 베트남인가 피립핀인가 갔다 와가지고 소독만 철저히 했어도 애꿎게 짐승 수천 마리를 생매장 안 해도 됐쓸 것 아이가. 우리들 성아* 같고, 동성(생) 같은 쇠(소), 도애지가 안 죽어도 됐을 것인데…. 에나로 기절초풍 할 노릇 아이가…." "우리 이제 고만하자. 듣기 좋은 꽃노래도 자꾸하면 징그럽다 아이가…." 근수 말에 종석이는 기분을 바꿔보자 싶어 말했습니다. "말이라도 해야 속이 까라 앉는다 안 카드나……. 방과 후 논술 선상이 후회라는 괴물은 언제나 뒤에서 뒤통수를 친다. 안 카드나…." 자북이 깔린 참나무 가랑잎을 한 줌 집어 내던지며 근수는 쌀쌀맞게 말했습니다. "맞다. 우리 아부지 말대로 준비하고 준비하면 그런 일이 없다더라. 훈세 저 아부지는 우리 면에서는 알아주는 투데바리아이가. 번대 삼촌이다. 사고를 대박으로 쳐 놓고. 서울로 부산으로 싸 댕기며 삐딱거리고 댕긴다 카드라. 요즘 들어 현모 어무이는 살 처분한 소 값이 다아 나오면 집도 팔고, 산밭도 팔고 소, 우리도 팔아 대처로 이사 간다 카드란다. 우리 옴마한테…… 이사만 가면 되는가…." 생각하면 억울한 생각에 그만하자고 투정까지 부렸던 종석이는 흥분을 해가지고 잔뜩 목청을 높였습니다. "하지 말자해 놓고…. 또 말하고…… 우리도 바보다. 잘 몬 했으면 죽든 살든 우리 동네 같이 있으면서 어려운 고비를 같이 견디어 내야지. 달라 빼면 우짜잔 말이고. 그 어질고 착한 눈으로 껌벅껌벅하는 그 순한 소들을 포클레인으로 크은 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줄 세워 처 밀어넣고…. 생매장시키고는…. 내사 모르것다. 보상금 남은 것 타가지고 이사를 가겠다는 것* 우옛던동 몬 가게 해야 한다. 우리가 나서서라도." 흥분한 근수는 목청을 잔뜩 높여 말했습니다. "너캉 내캉이라도 훈세, 현모 쌍디*를 밉상*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우리는 씨동무다 아이가." 종석이는 요즘 들어 부쩍 풀이 죽어 지내는 현세와 현모 쌍둥이가 안타까워한 말입니다. "와 아이라. 현세, 현모는 착하다. 그러이 우옛던동* 이사 몬 가게 해야 한다……. 겨울방학 전부터 집안 갇혀 책만 읽고 있다 아이가." "우짠지 그 둘은 애인하다.*" "우리 할무이가 카드라. 사람을 요지노보면* 안 된다 카드라. 현세 현모 쌍디는 여척엄는* 아이다." 근수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낫살이나 먹은 어른들은 와 그래 욕심이 많겠노? 이번 일은 욕심하고 괜찮겠지가 꿈에도 언사시럽은* 사고를 쳤다 아이가." 종석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우리도 어른이 되면 어떻게 빈할지 모른다." "난 안 빈하고 싶다. 현모 저그 아부지가 도망갈 때 내캉 딱 저 정자나무 밑에서 마주첬는 기라 내가 딱 꼬나보니까 눈길을 돌리고 헛기침만 크, 크 하고 배낭을 메고 가데." "에나가?" "에나다." "맘보가 뜨끔했겠다. 네가 꼬나보면 무섭다 눈길이." "아인데…." "집에 가서 거울 한 번 바라." "아인데." 근수 말에 종석이는 머리를 긁적이었습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목숨을 부지해야 하것노…. 쯔." 마음에 살짝 상처를 주었나 싶어 근수는 군소리를 해놓고 곁눈으로 종석이의 눈치를 살피며 혀를 쯔 하고 찼습니다. "마을에서는 제대로 놀지도 몬 하고 어른들 눈치만 살살 봐야 하니 참 죽을 맛이다. 하지만 다 이 순간도 지나가는 것이니까…. 하고 자기가 하던 일을 꾸준히 하라고 안 카드나. 우리 선상님이. 다아 지나가겄지…. 살아 있은 게 니캉 내캉 *덜 수그리 굴 앞에 와 있다 아이가 현모 자슥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긴데." 친구랑 잘 어울리지 못하는 현모 생각을 하고 종석이는 쩝쩝 입맛을 다셨습니다. "와 아이래." "참 답답하다." 아침저녁으로 아버지가 입버릇으로 말하며 가슴을 치는 그대로 근수는 흉내 내어 말하고는 가슴을 쳤습니다. "우리 마을 사람치고 답답하지 않은 사람 누가 있것노. 있다면 우리 할매뿐일 거다." "너그 할매는 치매환자잖아. 너그 집 식구들 열 챈다는 것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다 안다." 소와 돼지를 생매장하여 답답한데다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크고 작은 엉뚱한 사고를 저지르는 통에 더 속상한 근수는 종석이를 위로하였습니다. "네만 알고 있거라이. 우리도 보상금이 마자 나오면 할매 병 때문에 요양원이 있는 근처 마실로 이사를 갈 것이라고 아부지가 말씀하드라."
* 3. * "사실은 우리 집도 그렇다 아이가." 종석이의 탄식 어린 말에 근수가 숨겨 온 비밀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럼 우린 말캉 다 헤어지고 마는구나." 묘한 표정을 지으며 종석이가 말을 하고는 머리를 주억거렸습니다. "그렇게 되겠네." 금세라도 울 듯 말 듯한 표정을 짓고 근수가 말했습니다. "어디까지나 나라에서 보상금이 나와야 우째, 우째 될 것이지만 지금 우리 마실은 몰 초상집이다. 그자." "초상집도 되고 종합병원도 된다 아이가. 마을 사람들이 말캉 아푸다 아이가." 종석이 말에 근수가 푸념을 했습니다. "너그 아나?" 근수가 뚱딴지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뭐를 말이고?" 종석이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너그도 알란지 모리겠다. 개도 늙으면 치매를 한다 카는 것." 근수가 엉뚱스럽게 말머리를 돌렸습니다. "까마구 날아가면서 오줌 싸는 소리 하고 있네." 훈세가 콧방귀를 뀌듯 말했습니다. "난, 고구마 밥 묵고 방구는 끼도 헛소리는 안 한다. 정말이다. 개도 치매를 한다 말이다. 늙으면 주인도 몰라보고…." "너 인마. 우리 할매 보고 하는 말 아이가?" 종석이 버럭 소리를 질러 다그치듯 대거리를 했습니다. "아이다. 정말 아이다." 근수 정색을 하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야! 임마!" 종석이가 벌떡 일어나며 다복솔이 있는 바위 쪽으로 갔습니다. "야아! 종석이 너 어데 가노?" 근수도 종석이 뒤를 따라가며 두 손을 벌였습니다. "네, 뭐라고 시브리 쌌노?" 소리 없이 나타난 훈세가 근수의 말뜻을 몰라 물었습니다. "너 보고 욕 안했다. 개도 치매 병을 앓는다 캤고 그 앞에는 훈제 네가 왔을끼다고 했다." "야, 너그들이 하는 말 다 들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안 카드나." 훈세가 대답을 한다는 것이 잘 못했다 싶은지 주춤했습니다. "그럼 너. 아까 왔었구나. 생쥐 맨쿠로." 종석이가 다그치듯 말을 하고는 오른손 바닥에 왼손 주먹을 팍팍 때리며 말했습니다. "사알 살 그림자 뒤를 밟았다 아이가…." "자슥 사람 무안쿠로 하네." 둘이서 나눈 말을 훈세가 다 들었다고 생각하니 민망해 벌쭉 웃으며 종석이는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습니다. "걱정 말거라. 들어도 몬 들었고, 몬 들어도 들었고. 보고도 몬 본 척 몬 봐도 본 척이다. 난." 훈세는 시를 낭송하듯이 목청을 높여 대꾸했습니다. "네 뭔 뜻이고?" 종석이가 찜찜한 표정을 짓고 말했습니다. "뜻은 뭔 뜻. 입 다물고 있겠다는 뜻이지."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 입을 나불거렸다가는 난리 난다." 종석이는 훈세와 근수를 번갈아 보면서 다짐을 받았습니다. "종석이 너나 조심하그라. 요즘은 낮말은 휴대폰이 듣고. 밤말은 컴퓨터가 듣는다 안 카드나." 훈세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말 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새가 듣는다 그 말이 바뀌었네,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카드나…." 근수가 종석이 말에 맞장구를 쳤습니다. "안 있나. 오늘 책에서 본긴데 말이다. 너그들 한 장씩 받아 봐라." A4용지에 복사한 것을 훈세는 뒷주머니에서 꺼내 나눠졌습니다. * 是是非非都不關 옳거니 그르거니 상관 말고 山山水水任自閑 산이건 물이건 그대로 두라 莫問西天安養國 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세계랴 白雲斷處有靑山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 ‘지금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요,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이 가장 소중한 나의 부처님이다. 항상 지금 내가 처해 있는 곳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라. 그러면 그곳이 극락정토다. 그러니까 극락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움이 있다. 위 글은 중국 임제선사의 글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산이 물 될 수 없고, 물이 산 될 수 없으니 "‘옳다 나쁘다 남의 일에 상관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누가 한 말이고?" 근수가 물었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카면 누구겠노. 저승에서도 큰소리 하실 성철 스님 말이제. 결국 친구라고 너무 간섭하지 말고 고만고만 거리를 두고 서로 존중하고 살아라 이 말이제."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종석이가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또 있다. ‘지금이 할 때이고, 그때는 다시 없는 법!’ 바로 지금이 중요하다는 말…, 어른이 아가고 간에 자기 할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 즉. ‘어느 곳에서든 주인으로서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사는 곳이 모두 참된 곳이다.’라는 말. 와 내가 이런 말을 자꾸 씨불이나 하면 우리가 사는 마을은 사람이고 짐승이고 간에 어려움에 처해 있다. 어려울 때는 정신을 차리야 하는데 어른들이 지금 정신을 몬 차리고 있다. 우리까지 정신 몬 차리면 안 된다 이 말씀이다 알 것나? 내가 말한 말은 말캉 임제 스님의 글이다." "우야튼간에 훈세 네가 우리 마음에다가 보약을 팍팍 주네 고맙다이." 종석이가 훈세 말에 또 한 번 맞장구를 쳤습니다. "맞다. 이렇게 귀동냥, 눈동냥을 시키이 주이 고마버…." 훈세가 준 복사지를 고이고이 접어 뒷주머니에 넣고 씩 웃으며 종석이 말을 거들었습니다.
* 4. * "에나, 우짜면 좋노?" "뭐 말고?…." "난, 물 묵기가 겁이 난다. 물만 먹을 카면 찝찝하고 핏물이 떠오른다." 실개울로 흘러 내려가는 묵정밭-. 한 달 전에 땅을 파고 소들을 살처분했다. 소들이 썩어 땅을 비집고 흘러나온 불그죽죽한 침출수를 보고 와 로봇에 관심이 많고 조립이면 척척 잘해낼 뿐 아니라 방과후 교실에서 로봇박사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상도 받은 상배가 말을 하고 거칠게 진저리를 쳤습니다. "난, 물을 묵을라 카면 토악질이 난다." 억지로 침을 뱉는 듯 카악 카악 하면서 뒤따라오던 준엽이가 얼굴을 찡그리고 말을 받았습니다. "나도 그렇다 아이가. 참, 죽것다. 사람은 공기하고 물이 제일인데." 산에나 들에 피는 꽃에 유별나게 관심 많고 낯선 들꽃을 만나면 척척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이 여간 아닌 순정이가 입술을 쑥 내밀고 끼어들었습니다. "에나로 군청에서도 너무하지 의심스럽다 싶으면 그냥 땅을 파고 소를 묻었비면 우짜노? 침출수 저그 다 우짤라고 얼었던 게 녹으이 이제 흘러나오지. 우째 한 달 앞을 몬 내다보고 이제- 더운 여름이오면 냄새를 맡고 구름처럼 몰려올 똥파리 쇠파리는 다 우짤 긴고.…. 더 큰일은 장마철이 오면 도애지, 소를 묻은 데가 사태가 난다 말이다. 우째 어른들이 공부를 많이 했다는 어른들이 한치 앞을 와 몬 내다볼꼬 답답타. 인제부터 맘 놓고 물 묵기는 했다카이 아이가." 준엽이가 투덜렁거렸습니다. "맞다. 우리 마을만 해도 여덟 군데나 된다 아이가. 나는 밤이 무섭다. 소 구신이 나타날까 봐서." 순정이가 노란 민들레꽃과 하얀 냉이꽃을 쥔 왼손과 오른손가락을 펴 보이며 말했습니다. "에나다. 소는 우리한테 한 번도 적으로 맞선 적이 없다. 힘든 일을 시켜도 말없이 해내고 풀을 주면 풀을 묵고 사료를 주면 사료를 묵고 몽둥이를 주면 그냥 매 맞고, 칼을 내밀면 목숨까지 내놓고 살도 뼈도 피도 껍질까지 우리한테 다 주는 착한 소를 나쁜 표 어른들이 너무 큰 욕심을 내어 다 줄 세워 밀어넣고 흙을 덮었으니 에나로 난 싫다. 우리 마실이…. 에나로 사람이 소보다 째꼴하다. 돈만 되면 뭐든지 다 하니…." 진저리를 치며 상배가 흥분해 목청을 높였습니다. "상배 말은 수첩에 적어 두야 한다. 우째 같은 밥을 묵고도 저래 좋은 말만 할 수 있것노…." 순정이가 장난스럽게 말했습니다. "퍼뜩하면 너는 그런 말을 하는데 농담할 때가 아이다." "와?" 준엽이 말에 순정이가 새치름해가지고 대꾸를 했습니다. "때가 악하니라." 상배가 할아버지 흉내를 내었습니다. 준엽이가 맨 앞서고 그 뒤를 순정이가 두어 걸음 떨어져서 상배가 덜 수그리 동굴을 향해 올라가고 있습니다.
* 5. * 앙상하고 건조하기만 했던 참나무 숲은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과 묘한 나무 냄새가 일었습니다. 직박구리 세 마리가 숨바꼭질을 하는지 찍찍거리며 참나무 가지를 흔들고 날아다녔습니다. 참나무 사이사이에는 누나의 속옷을 벗어 놓은 듯 무더기, 무더기 진달래꽃이 붉게 피어 하늘거리고 있었습니다. "우수에는 얼었던 대동강 녹고, 경칩에는 언 땅이 녹아 개구리가 나오면 얼어 죽을 사람 없다는 말과 같이 이제 완전히 봄이다, 봄. 봄이 오면 난, 쑥떡이 묵고 싶다." 순정이가 입맛을 다시다가 진달래꽃 한 송이를 따서 입에 넣었습니다. "꽃순정!" 상배가 버럭 소리를 지르듯 순정이를 불렀습니다. "와?" "너, 지난 이월에 여자 축구팀을 창단한 경남 김해 활천 초등핵교로 전학을 간다는 말이 맞나 틀리나?" 준엽이가 부끄러운 듯 말을 꺼냈습니다. "꽃순정 넌, 그 학교로 가야 꿈을 이룰 수 있어. 넌, 키도 끈기도 달리기도 공 차는 기술도 뛰어나니까 전학을 가는 것이 좋을 끼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환경의 지배를 받으니까. 야구 선수 이대호 선수나, 추신수나 씨름 선수였던 이만기 교수나 일박 이일의 강호동 아저씨도 다 전학을 가서 열심히, 열심히 해서 빛을 본 사람들인 거 아나?……." 상배가 덜 수그리 굴 앞에 우뚝 서며 말했습니다. "그건 그래. 하지만 아쉽다 아이가." 준엽이가 마을 쪽을 내려다보다 실실 웃으며 말했습니다. "걱정을 해 주서 고맙다. 구제역 전쟁이 끝나고 보상금이 나면 생각해보기로 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순정이가 까무잡잡한 얼굴에 엷은 웃음을 피웠습니다. "우리 마실이 우짜다가 이렇게 됐노. 차암 클랐다 클랐어." 준엽이가 조금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는 한낮이지만 어둠침침한 덜 수그리 굴로 들어가 수북이 쌓아 놓은 가랑잎 더미에 몸을 던졌습니다. "우리 마을만 그런기 아이고 우리나라 소, 돼지, 염소, 사슴, 닭, 오리들 농장은 다 그렇다. 화산이 터지고 호주는 홍수로 난리였고 이집트는 지금 지구촌은 재해로 초비상 중이다. 미국도 토네이도에다가 물난리다가 산불에다가 난리고, 일본은 대지진에 쓰나미로 핵이…. 참 목딱 같다." 상배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준엽이 옆에 누워 혼잣말을 하듯 느긋하게 말했습니다. "시껍묵을 때는 죽는 한이 있드라도 라면이나 끼리(끓여) 묵자." 준엽이가 꼬드겼습니다. "코올!" 큰소리로 찬성을 한 것은 순정이었습니다. "구제역 바람에 학교 급식도, 부실하고 집에서는 식구가 밥을 묵는지 마는지 모르고 야단났다. 야단. 우리 신세가 강아지 신세보다 몬 하니 큰일이다." 상배가 가랑잎을 한 줌 집어서 동굴 천장을 향해 던졌습니다. "급식만 부실하나 우리 성(형은) 졸업식에도 참가 몬하고 졸업장을 앉아서 받았고 아즉(직)까지 중핵교 공부도 하는 마는지 참가 몬했고 공부도 중핵교 새 책을 탁(택)배로 보내와 그걸로 집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공부는 고독한 자기와 쌈이라 카지만 우리 형도 불쌍코, 우리 엄마 아부지도 불쌍타…. 나라일 하는 사람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어문 짓 좀 고만해야 한다 카이." 준엽이는 구석자리에 마련해 놓은 야외용 버너와 냄비를 찾아내었습니다. 스티로폼 상자에서 떠다 놓은 약수 물통을 꺼내어 냄비에 물을 부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끓기 시작하는 물에 라면 세 봉지를 풀어 넣었습니다. "근수, 종석이, 훈세 야들은 어데 갔노?" 상배가 보글보글 끓는 라면 냄비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집안일 돕고 좀 있으면 올라올끼(것)다." 순정이가 냉큼 대답했습니다. 준엽이는 마련되어 있는 상자 속에서 플라스틱 그릇 세 개에 라면을 골고루 나눠 담았습니다. 대나무 젓가락을 나눠 줬습니다. "잠깐!" 순정이가 동굴 밖으로 나가 진달래꽃을 꺾어와 붉은 진달래꽃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 위에 사뿐 올려놓았습니다. "와우! 꽃라면이 됐다." 좋아서 손뼉을 쳤습니다. "세상에 꽃자를 앞에 놓으면 다 부드럽고 아름다워진데. 바라 똥, 꽃똥. 개, 꽃개. 하늘, 꽃하늘. 사람, 꽃사람. 도둑, 꽃도둑. 산, 꽃산. 동굴, 꽃동굴. 바다 꽃바다. 코딱지 꽃코딱지. 흙, 꽃흙…." "야! 라면 좀 묵자." 준엽이 말에 상배가 사납게 손사래를 쳤습니다.
* 6. * 셋은 동굴 들머리에 라면 그릇을 한 그릇씩 안고 나와 먹기 시작했습니다. "덜 수그리 굴에서 묵었던 음식 중에 오늘 꽃라면이 제일 맛있었다. 그치(그렇지)?" 준엽이가 더 먹었으면 하는 생각에 입맛을 몇 번이고 다셨습니다. "아! 꽃라면을 묵고 나니 두 달 전에 굶어서 죽었다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누부(나)가 생각나.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 주세요.라고 쓴 쪽지를 사글세방 문 앞에 붙여놓고 먹을 것을 기다리다 기다리가 배고파 죽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누나 말이야…." 상배는 울컥해가지고 울면서 말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나온 32살…. 품은 꿈을 한참 펼쳐 나갈 아까운 인재가 배가 고파 죽었다니 참말로 눈물 나는 일 아이가. 우리 아부지가 그러시는데 자존심이 강한 사람인데 친구와 영화를 만든다는 사람들과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의 무관심이 그랬다고 화를 내시드라." 순정이가 혼잣말을 하듯이 했습니다. "좋은 친구가 을매(얼마)나 좋노?" "그러이 옌날 말에 부모 팔아서 친구 산다는 말도 전해 오지…." 순정이가 아는 척 말했습니다. "저 아래 도랑 왕버들 아래로 꼬물락 꼬물락 기어오는 것 훈세, 종석이, 근수 아이가?"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참나무 숲 사이로 열려 보이는 마을 옆구리로 흐르는 개울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보여 준엽이가 물었습니다. "자아들 맞다. 너 원시구나?" "먼데 것은 잘 안 보이고 가까운 것은 잘 보인다." "이제 우리는 운동을 해야 산다. 앉으면 아프고 누우면 죽고 서 있으면 살이 붙고 걸으면 산다 안 카드나. 눈 운동을 해라. 코미디언 이경규 아저씨 개인기 눈알 돌기를 틈나는 대로 굴리고 난 후에 보거라…." 상배는 두 손을 마주하고 마주친 손바닥을 비볐습니다. 아이들도 따라서 손바닥을 비벼 열이 난 손바닥을 두 눈을 덮었습니다. "야, 시원한데." 준엽이와 순정이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소리쳤습니다. "야들아, 자들 오면 묵구로 라면 끼리(끓여) 놓을까?" 순정이가 물었습니다. "좋은 일이지." 상배와 근수가 똑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를 그렇게 괴롭히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공기로 옮긴단다. 서울대 이인복 교수님이 소 우리 근처의 공기를 포집해 연구 실험해서 얻은 것이래." "감기하고 비스무리네. 그 웬쑤 같은 구제역 바이러스…." 상배 말에 순정이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다니면 우째 잡것노?" 준엽이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나도 소독. 둘도 소독. 셋도 소독. 잘 보살피고 잘 먹이고 그것뿐 이제. 온 마실 사람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하제…. 우리들은 손을 잘 씻어야 한단다. 손만 그때그때 잘 씻어도 질병을 미리 막을 수 있단다." 상배가 큰 목소리로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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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사투리가 어찌 저렇게 자연스러운지. 저는 사투리를 표현하는 게 참 힘들던데 말이지요. 오래 안 뵈어서 안부가 궁금합니다, 임신행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