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혼자 두는 바둑과 희망복권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혼자 사는 달동네 ‘혼사남’ 세계는
대화할 상대가 없어 외롭기는 했지만 그런 시간을 느끼기보다
나름대로 행복했다.
혼자서 종알거리며 묻고 답하고, 책을 읽다가도 책에게 묻고 마치 두 사람이
서로의 생각을 말하듯 반대의 생각을 주장하며 상상을 키우는 행복.
마치 바둑의 검은 돌 하얀 돌 양손에 쥐고 네가 하나 놓고 내가 하나 놓으며
상대의수를 훤히 꿰뚫어 보며 혼자 두는 바둑처럼.
지금 유체 이탈자 세계는 혼자 양손에 쥔 바둑돌로 쥐락펴락 친구의 미래를
상상하며 바둑판을 채워갔다.
왼손에 검은 돌을 쥔 요한이가 한 수를 두었다.
“세계야 요즘은 네가 알다시피 국가 간의 무역 전쟁이 심하고
원자재 수입을 하려해도 ‘관세폭탄’에다가 국내 경기도 불황의 늪이라
아버지 사업이 무척 힘든데 타계 책이 없어~”
“또각”
오른손 유체 이탈자 세계가 하얀 돌 한수를 놓았다.
“그래~ 서민 자영업자들도 300은커녕 100만원도 못 벌어 문을 닫는 곳들이
너무 많아~예를 들어 여기 봉천동 ‘정일품 사거리 먹자골목’도
확실한 음식 아이템이 없으면1년을 버티지 못하고 간판이 바뀌는데 정말 심각해~
그래서 요즘은 시선을 끌어 손님을 잡으려고 앞 다투어 간판 이름도
참 재미있게 바뀌지.”
“또각”
“뭐 뭔데?”
“시대가 시대니만큼 ‘여자 말을 잘 듣자’ 라든가?
보신탕 가게는 ‘어서오개’가 있고 또 미장원은 ‘까꾸 뽀꾸’도 있고
머리를 지지고 말자는 뜻으로 ‘헤어 지지 말자’ 라든가
부침개를 파는 곳은‘전 국민여러분’도 있고
중국집은 ‘면사무소’도 있지 하하하하.”
“크 하하하..... 너를 만나니까 웃음이 나온다.
참 오랜만에 이렇게 웃어본다.”
“헐~”
여전히 ‘혼사남’의 주거니 받거니 대화는 ‘또각또각’ 계속 되었다.
“어려울 때마다 아버지는 훈수를 두는 어머니와 묘수를 두었는데
이번에는 성장시킨 회사들의 과정을 복기를 해봐도 미궁이다.
미래를 보아도 정치는 싸움이나하고 남북문제로 나라가 불안정이라
해외로 눈을 돌리려는데 묘수도 없다.
그래서 네 상상의 끝이 어딘가? 너의 넘치는 상상조언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어 왔는데 조언 좀 해 주시지요? 달동네
공상가님 하하하하......”
요한이는 장고의 수를 조크처럼 말했지만 언제나 세계는 상상초월자라는 것을
잘 알기에 기대가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업가 아버지를 닮은 압박수를 두었다.
“또각”
“세계야 너는 상상해라 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볼 테니까 하하하하......”
요한이와 아버지는 실리를 챙기려는 싸움꾼 바둑을 두었다.
세계는 달동네 4귀의 동서남북을 차지하고 이상이라는 꿈으로
두 수 세수를 보는 바둑을 두었다.
그런 공상가 삶이 바둑을 더 바둑답게 두고, 아니 상상으로 현실과 싸워 나가며
사람답게 사는 방법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혼사남’으로 터득했다.
긴 6년의 시간에 조금은 달라진 두 사람의 인생살이 셈법이었지만
그래도 결말은 혼자 두는바둑이라 세계의 이김으로 끝을 맺었다.
바둑을 끝내자 유체 이탈자는 친구 부자를 위한 수많은 상상들이
뇌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리가 끝나자 무릎을 탁 쳤다.
“감 잡았으~”
“그래?”
세계는 이미 정리가 끝난 새로운 사업 구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너희 아버지께서 자금이 부족하면 사업체 하나둘을 매각해서라도
어려운 은행을 인수해야한다.”
“은행인수? 하긴 요즘 은행도 부실해서 은행도 부도야.”
“요즘 사람들은 희망이 없거든? 너는 희망을 너무 거창하게 말하지 말고
희망이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아주 초보자 수준으로 말해 볼래?”
요한이는 엉뚱한 질문에 잠시 말을 잃었다.
“음....희망이라...희망부재 희망실종인데 있다면 아마....
너가 은행이라고 한걸 보면 돈에서?”
“빙고~역시반장출신이라 똑똑해 하하하.”
“그래 지금이 바로 물질만능과 물질 혼동의 시대야,
성경에서 만물의 마지막이 오면‘사람들은 사랑이 식어지고 돈을 사랑하는데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했거든?
그러니까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 돈을 버는 거잖아? 바로 돈줄을 잡는 거야~
사업이란 게 뭐야 돈의 흐름을 잘 타서 부를 축척 하는 거잖아?
다만 그 흐름을 알지 못할 뿐이지.”
“그야 그렇지만.....그리고 다음엔?”
“야 반장,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아무리 아이큐 높은 반장
출신이라고 해도 좀 적어라 적어.”
“헐, 난 아이큐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진행형반장 인간이거든? 하하하...”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요한이는 수첩을 꺼내 들었다.
세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세계는 자신이 유체 이탈자라는 신분에 걸맞게 자신을 ‘갑’ 위치에 두었기에
고압자세였고 요한이는 설정한 가상 인물이기에 ‘을’ 일수밖에 없었다.
을의 뛰어난 것이 유체 이탈자보다 못한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내가 보건데 이 정권은 경제, 민생, 수출 정책의 실패로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는
분명히 패하게 돼있다. 그래서 선거에 이기려면 애가 탈 것이고
남은 임기가 반절인데 벌써 레임덕까지 겹쳤으니 타개책이 간절할 거야.
그걸 이용해서 사업을 하는 거야.”
“헐~”
요한이는 혹시나 하고 왔다가 서두를 듣자마자 공상가친구에 대한 기대가
수소풍선처럼 부풀었다.
“뭐 그런 타개책이 있어? 명문대가 방통대에 까이는 구나
앗 차! 실언했다 차이는 구나?”
“뭐야 까이는 거나 차이는 거나 다 같은 말인데 왜 말을 고치냐고~”
“응 그런 게 있어.”
“안다 알어, 너희 집안은 말씨도 품위 유지를 하는 교과서 같아서
바른말 고운 말이 아니면 쓰지 않는 체면이 있잖어? 하하하...”
“그걸 아직도 기억하니? 기억력 한번 알아줘야해~ 하하하”
세계는 본론으로 들어가서 다소 생뚱맞다 싶은 복권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너 미국 복권 알지?”
“메가 밀리언복권? 알지~ 1~70중에6개를 맞추고
또 1~25개중에 하나를 맞추어야 하니까
3억2백5십 만분의 일로 당첨이 어려워 당첨 1등 확률이 떨어지잖아?”
“헐! 숫자까지 집어내는걸 보니 역시 넌 경제학과 출신이다.
아버지로부터 전수를 받은 사업 기질이 다분히 있어 보인다.
바로 그거야 그거.”
“그거라니?”
“미국엔 로또 광풍이 불었잖아~ 그 회 차에 당첨자가 없으면
누적으로 1조가 넘기도 하고 그러니 광풍은 예고된 수순 밟기가 될 수밖에.
당첨이 희박해도 만약 당첨이 되면 천문학적인 숫자거든?
그런데 복권 발행처는 수익이 얼마나 될까?”
“모르긴 해도 엄청 될 건데?”
“그래, 그거야~ 너희 아버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권사업을 정부에서 따내는 것이 제1순위다.”
“헐~ 하지만 수단과 방법이 뭐야? 난 전혀 모르겠는데?”
“그거야 있지~ 그건 선거를 이용하는 거야.”
“선거? 정말 네 말은 들을수록 복잡하고 보통 머리로는 아리송~하고
궁금증만 늘어난다.”
“그러니까 내가 공상가지 하하하하.”
“헐~인정.”
“먼저 서민과 구매자들이 구미를 당기게 당첨확률을 높게 잡고,
그 광풍을 여세로 몰아서 국민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게 만드는 것이
대선에서 이기는 ‘정권 연장 방안’이라고 설득을 하는 거다.”
“음~그게 먹힐까?”
“선거란 모두 대통령 선거로 집중 되는 거다. 하다못해 지방 기초선거도
집권당에 붙어 아부하기 바쁘고, 대통령과 합성 사진까지 만들어
자신을 광고하잖아? 그리고 정권만 잡으면 그게 끝이고 선거가 끝나
이 취임식을 마치면 당선의 기쁨도 잠시다.
당선자는 경제나 민생은 허울뿐이고 숫자뿐인 탁상공론이다.
국회의원들도 일은 뒷전이고 오직 다음 선거에선 어떻게 이길까하고
인기 발언만 하는 선거 중독자들이라 네티즌들이 국개의원 구케의원
이라고 하잖아~.”
“하긴....”
“집권자들이 계속 집권을 지역 갈등은 현제처럼 계속되고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현제 지지기반의 자기 표와
자기당원들의 표심만 잡아도 당선이 가능하거든?”
“하긴...”
요한이는 점점 세계가 놓는 하얀 돌의 묘수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교과서가 산전수전 공중전의 과외를 이기지 못하는 맹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택복권 있지?
그건 집 없는 서민을 위한 내 집 마련의 당첨금을 1억 내외로 걸고
파는 복권인데 이미 인기가 없는 복권이 되었으니까
새로운 복권을 만드는 거야~”
“새로운 복권?”
요한이가 바짝 다가가 앉아 귀를 쫑긋 세웠다.
“그래~ 복권이름은 말이야‘나도 당첨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의 중독’을 파는 거다.
“희망 중독?”
내가‘아이켄 희망복권’이라고 지었는데 그럴싸하지 않니?”
“그래 그럴 싸~하다 하하하하....”
“중독이 왜 중독이야? 그건 헤어 나올 수 없으니까 중독이잖아?
그리고 판매수익금을 정부의 비선실세를 음성적으로 만나 선거자금으로
일정부분을 담당 하겠다고 하면 정치권은 돈이 생명줄이라 덥석 물 거야.”
요한이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의심의 눈으로 말했다.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이켄 희망복권이라는 명칭과 상징성은 좋은데
수익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수익? 그래 큰 수익이 문제인데 그 수익 방안은 또 따로 있지 하하하하...”
“뭐야 너의 상상은 어디가 끝이야 까 도 까도 나오는 양파 같아 하하하.”
“어니언스? 하하하 그건 전에 달콤한 향기 카페에서 내가 했던 말 같은데 하하하.”
“그래 그렇지. 6년 세월이 끊어진 것 같았는데
우리가 이렇게 말이 통하는걸 보면 말이라는 것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주고
친구의 우정도 이어주는 참 좋은 도구 같아~
언어의 창조자께 감사를 해야겠지?”
“헐~ 넌 역시 부잣집 아들 고급 클레스라 하는 말마다 명언이고
참 고급스러워 내가 부러워하는 단 한사람이다. 하하하하..”
전에는 카페에서 요한이가 대기업 후계자의 삶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풀어 놓느라고 말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듣는 귀가 되어 세계의 열강을 들으려고 당나귀 귀를 쫑긋 세우고
주어 담기에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