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충장축제, 광주를 견인할까?
탁인석
광주 동구가 펼치는 충장축제가 20회째가 됩니다. 충장축제는 ‘충장’이라는 이름 하나로 관심을 끈 축제입니다. 이 축제가 시작할 때는 ‘충장축제’냐 ‘충장로축제’냐를 가지고도 여러 해 혼선이 있었습니다. 요컨대 충장로 상권이 중심이 되면 ‘충장로축제’이고 ‘충장공 김덕령 장군’이 중심이면 ‘충장축제’라고. 그러나 이제는 그 같은 문제도 말끔해지고 ‘충장축제’란 이름으로 전국에서 성공한 축제로 가고 있습니다. 광주시민에게 충장로는 보통의 거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충장로에 출입할라치면 옷매무새부터 고치고 나갈 정도였습니다. 온갖 패션이 몰려들어 신사숙녀복은 물론이고 금은방 쇼윈도가 손님들을 유혹하곤 했습니다. 백화점도 몰려있고 고급 구두상점도, 안경점도 대형책방도 모두가 충장로에 가야 일거에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극장가도 맛있는 음식점도 안주가 풍부한 정종 일식집도 충장로는 모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충장로 1가 광주우체국은 ‘우다방’이란 이름으로 갖가지 만남이 이루어지는 거대 약속장소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이나 연말에 충자로는 몰려드는 인파로 서로가 놀라울 지경이였습니다. 이쯤이니 충장로의 지난 세월을 어찌 몇 문장에 담아낼 수 있겠는가요. 그만큼 충장로는 광주사람들을 불러내는 최대의 거리였고 전국에서 차 없는 거리로도 유일했었지요.
충장축제는 광주 사람들 누구나가 그리움이 김 서린 청라언덕 같은 추억의 현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갈망하던 사람들에게 이것도 저것도 한 자리에 끌러놓고 부르는 지라 너도 나도 현장에 나와 시간 보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충장로는 여전히 우리 시대에 남은 그리움의 거리입니다.
충장축제의 그간의 성공에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충장축제가 20년을 이어오는 동안 축제로써는 성과가 있다지만 정작 핏기를 잃어버린 상권을 견인하는 데는 짚어볼 대목이 많습니다. 축제기간만 북적대다가 끝나버리면 다시금 한산해지는 거리에서 이보다 허탈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언제부턴가 충장로를 찾는 사람들은 그래서 그런지 눈에 띄게 거리가 비어보인다고 합니다. 그 시절 거리를 활기차게 하던 그 많던 젊은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상품권을 주어도 관심이 없고 나날이 느느니 건물의 공실률뿐이랍니다 어디서든 호황인 ‘스타벅스’가 충장로에서 문을 닫았다면 문제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요. 그 많던 옷가게하며 화장품가게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이유를 찾자면 여럿이겠지만 다만 우리가 무지하다는 데에 문제가 멈춰 있는 것입니다.
미래는 스마트 시티인데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다양한 데이터로 변화를 포착하고 매력적인 서비스로 가야 하는 데도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IT기술을 활용한 도시 인프라를 지능화 최적화로 서비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가까이는 칙칙한 영등포 구로공단을 첨단 가산디지털단지로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충장로 진흥을 이에 이에 대입할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뿐입니다.
미리 본 충장축제 기획안은 필자에게도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충장발光’을 주제로 ‘불’을 나르는 퍼포먼스가 그것인데 기억 gathering에다 추억놀이 movement등의 용어로 차별한다는 브랜드로 무엇이 될까 싶습니다. 충장축제를 시작하던 2004년에는 ‘원도심 상권 회복’이 그 기치였습니다. 그러나 축제는 계속되건만 상권의 회복은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충장축제가 문화적 향수를 자극한 건 당연하지만 추억에도 매번 변화는 필요합니다. 전남 목포는 케이블관광과 근대 역사거리에서 3일 동안의 축제를 하는데 15억을 쏟는 문학행사로 관심을 견인하고 있고 순천은 국가정원과 갈대밭 관광으로 미증유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여수도 이에 질세라 먹거리와 밤바다 이미지로 관광명소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충장축제도 이제는 성년에 들어섰으니만치 동구만의 축제가 아닌 광주시민의 축제로 그 범위를 넓히는 일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충장축제에서 언제부턴가 동별 경쟁이나 먹거리 텐트마저 사라졌습니다. 그러니 자연 축제현장에 아기자기한 흥이 증발해 버린 것입니다. 최근 동구에 관광재단이 출범했습니다. 시작지점이니 의욕이야 보이겠지만 그런데도 또 하나의 옥상옥은 아닐까 우려도 들고 전보다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남습니다. 축제는 논리나 공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놀이본성 인간을 먼저 이해해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