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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31일 열린 바른불교재가모임 창립법회. |
명예훼손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전 국회의원, 개신교계 극동방송 PD로 근무했던 방송인, 종교 중립이 요구되는 공직자. 지난 3월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바른불교재가모임(상임대표 우희종) 창립법회에는 ‘청정승가와 수행공동체 회복을 위한 재가불자들의 모임’이라는 취지가 무색하리만큼 불자와는 거리가 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자리를 채웠다.
바른불교재가모임은 이날
김종규 교단자정센터 원장과 김영국 연경불교정책연구소장, 조윤예 여성가족부 서기관 등을 공동 대표로 선임했다.
운영위원은
‘진흙속의연꽃’ 블로그 운영자 이병욱 씨,
강성식 지지협동조합 이사.
김형남 교단자정센터 대표,
이정희 재가연대 사무국장,
김종연 대한불교청년회 전 연수원장,
김대영 법사,
정한봄 씨 등 7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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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 4인. |
이날 법회에는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 운영자 정봉주 전 국회의원,
방송인 김용민 씨,
허태곤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
호문혁 서울대 명예교수,
윤여창 서울대 교수 불자회장,
신성기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바른불교를 만들겠다는 재가불자들과 어울리지 않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과 관련해 본지가 확인한 바, 참석자 대부분이 모임의 운영 취지와 활동계획 등을 알지 못하고 학연과 지연 등의 이유로 초청된 사람이 다수였다.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한 바른불교재가모임의 한 관계자는 “모임의 활동 방향과 계획을 사실상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친분있는 분의 추천으로 참석하게 됐다”며 “모임의 취지에 일부 동의는 하지만 과격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의 참석여부는 고려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불교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만남이라고만 생각했다”며 “피켓 시위를 하고 특정 교계언론에게만 기고를 하는 등의 참여방식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참가자들의 견해와 주최측의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희종 상임대표는 이날 창립선언문에서 “사회악이 돼가고 있는 타락 승가에 대한 견제와 청정승가 회복을 위해 동력을 활성화 시킬 것”이라며 “정치권력과의 유착과 특정 계파 간 분열과 야합 등으로 빚어지는 종단 추태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고 대중을 선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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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국회의원 |
특히 이날 ‘생선향기’ 편을 통해 스님을 향한 비하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정봉주 씨는 축사에서 “스님들은 세월호 참사를 외면한 비겁자” “조계종은 김정은 체체와 버금가는 집단”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정 씨는 축사에 앞서 “정치인을 두고 ‘기불릭’, 즉 아침에는 기독교, 점심에는 불교, 저녁에는 가톨릭 신자라고 한다”며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 절에 다니기도 했고 친분이 있는 스님도 몇 분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가족들의 손을 잡아줬을 때 스님들은 어디 있었느냐”며 “앞으로 나서지 않고 중립을 지키라는 말만 하는 스님들은 비겁자”라고 매도했다.
정 씨는 또한 팟캐스트에 출연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종단을 모독한 혐의로 징계에 회부된 전 종회의원 도정스님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정 씨는 “함께 방송을 했던 도정스님이 곧 재판을 받게 된다”며 “도정스님을 변호 할 수 있는 사람이 꼭 스님이어야만 하고, 법을 잘 알고 있는 종회의원이나 종무직 겸임자는 변호인이 될 수 없다는 조계종 종헌종법은 곧 헌법과 인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왜곡했다. 이어 “종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며 “헌법을 부정하고 자신과 반대편에 선 사람을 마녀사냥으로 내모는 조계종 집단은 북한의 김정은 체제와 다를 바 없다”고 비방했다.
이같은 바른불교재가모임 출범에 불교계 스님과 재가불자들의 날선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스님은 “불교의 새바람을 일으켜보자고 모인 자리에서 마치 종단 전체가 부도덕한 것처럼 발언한 자체가 (창립 취지가) 의심스럽다”며 “그동안 종단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될 수 있으면 대응하지 않고 설득하는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흐름을 볼 때 더 이상 정상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발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법적 대응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종회 사회분과위원장 무관스님도 “재가자들이 균형감을 갖추지 못한 채 특정 정치 세력에 치우쳐 있다. (정봉주 전 의원 역시) 불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의 문제를 확대 해석해 불교계 전체를 매도하는 행위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종회의원 성화스님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정봉주는 타종교인으로서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종단징계를 받았거나 불만있는 자들을 모아 불교와 조계종을 유린한 자”라며 “바른 불교운동을 한다며 그런 분의 축사를 꼭 들어야 했는지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또 “현재 1만4000명의 스님들이 오욕락을 다스리며 법당, 선방, 복지 현장에서 어려운 이웃들이 있는 곳에서 이른 새벽부터 수행정진하고 있다”며 “바른불교재가모임이 지극히 일부의 문제로 승가 전체를 모욕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계종 종무원과 교계 시민사회단체들도 종교계 문제를 잘 알지 못하는 외부인사의 개입이 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다. 조계종 사회부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종단과 스님들이 전국 곳곳에서 앞장서 활동해 온 사실이 명명백백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을 한 것은 특정 종교를 깍아내리려는 일방적 모욕과 명예훼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잘못된 것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일부의 잘못을 전체의 잘못으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창립취지에 맞는 바른불교재가모임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건강하고 책임있는 비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탁 조계종 종무원조합 위원장 역시 문제를 지적하며 “대의원회의를 통해 종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불교재가모임’의 모임명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 교계 언론 관계자는 “우 교수 스스로 ‘특정 계파의 야합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학연과 지연 등 이해관계자들을 끌어모아 청정재가불자 모임이라고 지칭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바른불교재가모임’이라는 이름부터 바르게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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