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태초(太初)의 자연이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자연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천혜(天惠)의 자연은 인류의 보고(寶庫)다. 자연이 지니고 있는 가치 중, 으뜸은 단연코 아름다움이다. 절대적 미의 가치를 지닌 자연은 드러낸 아름다움 보다는 드러내지 않은 것이 더 많다. 자연과 가까워지면 만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볼 수도 있다.
‘청주 정북동 토성(淸州 井北洞 土城)’ 이다.`
삼국시대 초기 2-3세기쯤에 축성된 충청권의 성(城)으로 청주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문화재와 더불어 삼국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 사적지다.
‘정북동 토성’은 흙으로만 쌓았다고 해서 ‘토성(土城)’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청주 미호천 연안 정북동 평야에 위치한 유형문화재다. 우리나라의 성곽이 대부분 높은 산에 석축으로 구축된 규모가 큰 산성(山城)에 비하면, 이곳의 ‘정북동 토성’은 남북이 약간 긴 사각형 지형의 평지에 언덕배기모양의 작은 규모의 성이다. 성의 높이는 2.7미터 내지 4,5미터의 정도의 높낮이로 모나지 않은 자연스러운 구릉지형상의 모양이다.
성 외곽에 둘러져있는 성의 둘레도 대략 680여 미터의 짧은 거리다. 대지위에 펼쳐놓은 나지막한 산(山)이다. 굳이 걷지 않더라도 눈(眼)으로 걸을 수 있다.
역사학자를 비롯해 관련된 전문가에 의해 고증(考證)된 사료와 출토된 유구(遺構)를 근거로 지난 2009년에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정북동 토성’ 그곳에 가면.
하늘과 맞닿은 토성의 스카이라인(skyline)이 드러난다. 도시의 뚜렷한 랜드 마크(land mark)로 역사적 도시로서도 청주의 자랑이 된다. 토성 내 외부 공간 및 유적지를 둘러 볼 수 있도록 설치된 탐방로(探訪路)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다.
정북동 토성에는 성문(城門)이 없다.
성내(城內)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초원에 누어 잠자는 토성의 숨소리를 듣는다. 성안 중심부에는 동서남북 좌우로 다닐 수 있는 농로(農路)가 있다. 농로를 걸으면 먼 지난날 과거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과 함께 집터와 농경지도 둘러본다.
한여름 한 때 한낮의 여름해가 따가웠다.
그곳에 있는 몇 그루의 소나무만으로는 몸을 가리기엔 그늘이 충분치 않다. 비 우산으로 드리워진 그늘에 얼굴만 가리고 누웠다. 편안한 자리는 아니지만 나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기쁨 때문에 편안치 않음은 중요하지 않다. 멀리 멀어져가는 하늘을 본다. 솔잎사이로 비추이는 하얀 햇살이 곱고 맑다. 눈이 감긴다. 감긴 눈 가까이 다가온 파란하늘에 젖어있는 맑은소리가 들린다. 바람에 묻어온 자연의 소리다.
‘바람이 불면 자연은 갖가지 소리를 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운치 있는 맑은소리는 소나무가 내는 소리 송운(松韻)이다. 보통 바람소리가 아니므로 보통 귀로는 들을 수가 없다. 밤하늘의 별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영묘한 귀(耳)라야 들을 수 있다. 송운을 들을 줄 아는 귀(耳)라야 별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인 박희진의 소나무에서의 글이다.
요즘에도 그곳에 가면.
가깝게 다가갈수록 가슴도 뛰고 마음도 설렌다. 그곳에 누워 하늘도 보고 바람도 만난다. 눈도 감는다. 멀리 멀어져가는 정북동 토성에 노을이 번진다. 추억이 있는 곳은 어디든 언제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