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11>
“만성 긴장성두통” - 칡(葛根)
두통을 야기하는 원인은 셀 수 없지만 크게 서너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감기와 같은 외감성, 뇌혈류장애의 순환부전, 스트레스성 긴장형, 장기나 조직의 이상으로 기인한 기질성 등이다. 이 가운데 주로 후두두정부의 통증이나 어깨결림 등을 동반하는 만성의 긴장성 두통이 약 70%를 차지한다. 뇌출혈이나 뇌종양 같은 기질적 장애가 있을 경우는 서양의학적 검토가 필요하다. 약물요법으로 양약은 에티졸람(Etizolam) 같은 항불안제나 근육긴장완화제, 진통제 위주로 쓰는데, 급성이나 일과성두통에 단기간 투여는 가능하나 만성두통에 장기간 투여는 여러 부작용이 뒤따라서 나쁘므로 편두통 또는 긴장성두통 같은 일차성 두통은 한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이 장에서는 기질성을 제외한 나머지를 다루면서 치료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외감성 두통은, 열(熱)에 의한 기의 상역과 두부에 몰린 수습(水濕)의 정체로 이해하면 된다. 즉 혈압이 높아지고 열로 인해 혈액이 끈끈해지거나 어혈이 두부의 혈류를 방해하면 지끈지끈한 통증이 발생한다. 외감 병사의 총칭인 풍, 한, 서, 습, 조, 화는 어느 것이나 정상 컨디션에서 벗어나면 열을 발생시킨다. 몸이 추워도 열이 나고 건조해도 열이 나며 습이 높아도 열이 발생한다. 동시에 열은 속성상 인체의 가장 높은 장소인 머리를 향하므로 두부는 곧 충혈되고 과열되며 정체된다. 감기로 두통이 발생하면 몸이 차서 생긴 문제이므로 속을 따뜻하게 하고 겉을 풀어주는 효능의 약재(계피, 생강, 대파 뿌리, 갈근, 마황, 방풍, 자소엽, 국화, 대추, 감초)들로 구성하여 체내에 열을 분산하고 체외로 발산시키면 감기치료와 동시에 두통은 절로 가신다.
심혈관, 뇌혈류장애의 순환부전의 경우는 편두통을 말한다. 강한 스트레스나 정서장애로 혈액이 두부에 치밀면 대뇌피질의 과흥분성(교감신경작용으로 인한 자율신경실조)과 관련하여 갑작스런 통증이 발생하고 상기(上氣)하므로 먹은 것이 내려가지 않는다. 따라서 대개 미식거리는 구토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통제로 잘 호전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간양상항(肝陽上亢, 간의 혈이 부족하여 양기가 위로 항성함)에 의한 것은 입이 쓰고 눈이 충혈되며 이명이 있거나 어지럽고 아픈 것이 보통인데 또 조급증에 화가 나며 불면하고 혈압이 높아진다. 이는 간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처방이 기본이다. 천마·조구등·구기자·우슬·갈근 각 3, 청피·황금 각 2, 치자·하고초 각 1 정도의 비율로 하여 감초·대추와 함께 달인다. 어혈조락(瘀血阻絡, 어혈에 의해 경락이 막힘)에 의한 것은 얼굴과 혀의 색이 어둡고 병이 장기적이며 통증발작이 반복적이고 그 부위가 고정적이다. 당연히 활혈(活血)하여 어혈을 흩고 기혈의 순행을 순조롭게 하여야 한다. 여기엔 당귀·생지황·천궁·작약·우슬·갈근 각 3, 도인·홍화·울금·감초 각 1 정도의 비율로 한다.
가장 흔한 긴장형 두통은, 중등도의 스트레스로 열을 받으면 심장과 간에 화(心火亢進, 肝鬱化火)가 쌓여 두통을 일으킨다. 또 신장의 수기(水氣)가 허하면 위로 심장의 화기(火氣)가 동하여 두통이 발생하는데 이 역시 열(熱)과 화(火)의 속성에 잇닿아 있다. 또한 경락은 우리 몸의 기혈을 운반하고 신체 각 부분의 기능을 조절하는 통로이다. 통증이 있다는 것은 경락이 막혀 그 부위의 흐름이 원활치 못하다는 증거이다. 더구나 목과 어깨에는 많은 신경이 분포돼 있을 뿐 아니라 머리 쪽으로 연결된 다리인데 이 부근의 경근이 뭉치면 노폐물이 쌓여 기혈의 통행을 막는다. 경추가 틀어졌거나 너무 오래 숙이고 일을 하여도 뒷목이 뻐근해지는 것처럼 두부로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여 허혈상태가 되면 두피의 가려움증이나 어지럼증이 발생하면서 만성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장이 실하여 체온이 높은 양성체질에서, 소화장애에 의한 담탁(痰濁)으로, 고혈압성으로도 두통이 발생한다.
긴장형 두통의 한방치료에 상용할만한 약초는 「칡(갈근)」이다. 갈근은 칡(葛)의 뿌리(根)를 약으로 사용하므로 이름하였다. 콩과에 속한 다년생 등본으로 성미는 달고 매우며 평하고, 비·위경으로 들어가 풍한·풍열 모두를 다스릴 수 있다. 앞에서 지적한 항강(項强, 뒷목이 뻣뻣하고 아프며 목을 잘 돌리지 못하는 증상)을 치료하며 발한(發汗)하여 열을 내린다. 혈압을 강하하고, 관상동맥 확장작용, 뇌혈류 개선, 심장기능 회복, 항부정맥 작용을 가지며 기억력을 증강시킨다.
긴장형 두통의 대표 처방인‘갈근탕’을 『동의보감』에서 인용하면 갈근, 대추, 마황, 감초, 계피, 작약, 생강 등이다. 주로 땀을 내어 해열하는 구성인데, 여기에 좌편두통(대개 풍이나 간화가 원인)이면 방풍, 시호, 황금, 홍화·생지황을, 우편두통(보통 두부에 쏠린 담이 원인)이면 천궁· 반하· 귤피· 황기·향부자를, 전두통 또는 미릉골통(보통 소화장애로 생긴 담이 원인)에는 복령·반하·산사자·지실 등을, 후두통(주로 신허나 풍이 원인)에는 현삼·강활·방풍을, 두정통(주로 간열이 원인)에는 고본·대황 등을 한두 가지씩 추가한다. 더 간편한 처방은 갈근, 국화(감국), 천궁을 기본으로 필요한 나머지를 적당히 추가해도 된다. 칡은 기를 내리고 해열하며 진액을 보충하고 간과 심장의 화를 내려서 몸이 건조해지는 일체의 병증을 해소할 수 있다. 칡꽃(갈화)은 특히 숙취해소에 좋으며, 칡꽃과 박하를 함께 차로 마시면 숙취로 인한 두통에 빠른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