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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스마트폰 |
송 재 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
얼마 전 점심을 먹기 위해 어느 중국 음식점에 들렸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 네 명이 들어와 음식을 시키고 나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말 한마디 없이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었다. 식사 도중에도 각자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한 마디의 대화도 없었다. 식사가 끝나자 그들은 각자 계산을 하고 역시 말없이 나가버렸다. 아마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인 듯한데 이들은 말없이 들어왔다가 말없이 나갔다. 나로서는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저두족(低頭族)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와 같이 스마트폰에 빠져버린 사람들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느라 자기가 내릴 층을 놓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버스나 전철 안에서는 물론, 버스를 타고 내릴 때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아 뒷사람을 방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 가는 사람도 이제 더 이상 낮선 풍경이 아니다. 심지어 대중목욕탕 안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나는 보았다. 스몸비(smombie)족 급기야 ‘스몸비족’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스몸비족이란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다. 좀비는 서아프리카의 한 원시 종교에서 나온 말로, 그 종교의 사제(司祭)가 인간으로부터 영혼을 뽑아낸 존재라고 한다. 따라서 영혼이 뽑힌 좀비는 사제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가 된다. 현대에서 좀비는 ‘자발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 타인에게 조종되거나 생물적 본능에 의하여 움직이는 사람’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스몸비족’은 스마트폰에 푹 빠져 외부세계와 단절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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