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과 관련해 정부·지자체의 유권해석과 법원 판결이 상반돼 공동주택 관리업무에 많은 혼란과 분쟁이 빚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달 대전시 A구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자 선정지침의 단서조항에 따라 제한경쟁방식으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면서 2회차까지 유찰돼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은 적법하므로 주택관리업자를 재선정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은 위법하다.”며 대전시 A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대표회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본지 제863호 2011년 4월 25일자 1면 보도).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업자 선정지침’에서는 경쟁입찰을 일반·제한·지명경쟁입찰 3종류로 구분하면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해 단순히 ‘2회차까지 유찰된 경우 3회차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라고 단서조항으로 규정했을 뿐,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요건으로 유찰돼야 할 경쟁입찰의 종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며 “그럼에도 선정지침 단서조항이 일반경쟁입찰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패소한 피고 A구청장이 항소를 포기, 확정됐다.
하지만 이같은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국토부와 전국의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사업자 선정시 제한경쟁입찰을 하다가 2회차까지 유찰됐을 경우 3회차에 수의계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제한·지명경쟁입찰로 유찰된 경우에는 일반경쟁입찰로 변경해 재공고한 경우에만 3회차에는 유찰로 인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라고 답변하고 있어 여전히 법원의 판단과 다른 해석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제한경쟁입찰시 5개사 이상의 업체가 참가신청을 하고, 그 중 2개 이상 업체의 입찰이 유효한 경우 입찰의 성립여부와 관련해서도 법원의 판단과 국토부 등의 유권해석이 다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지난 3월 “5개 이상의 업체가 입찰참가신청을 하고, 그 중 2개 이상 업체의 입찰이 유효하다면 이 입찰은 유효하게 성립한다.”고 판단했지만, 국토부 등은 “제한경쟁입찰은 5인 이상의 입찰참가신청이 있어야 하고 5인 이상의 참가업체 모두가 유효한 입찰이어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앞서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지난 2월 서울시 동대문구 C아파트 입주민 D씨가 이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대표회의가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면서 ‘사업자 선정지침’에 규정된 참가자격·지역제한, 위탁관리수수료 최저가 등의 일부 조항을 위반했어도 투명성·공정성이 훼손되지 않았다면 주택관리업자 선정결의는 유효하며 이 신청을 기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본지 제856호 2011년 3월 7일자 2면 보도).
이 결정에 대해 입주민 D씨는 항고를 제기, 현재 항고심이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와 지자체는 “‘사업자 선정지침’에 규정된 참가자격·지역제한, 위탁관리수수료 최저가 등의 일부 조항을 위반하면 입찰은 무효”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사업자 선정지침’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국토부·지자체의 유권해석이 다르다보니 아파트에서는 관리업무에 많은 혼란을 겪으며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북 전주시 E아파트 관리주체는 최근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공사를 위해 제한경쟁입찰을 진행했으나 2회 모두 5개 업체가 입찰에 참가하지 않자 법원의 판결에 따라 3회차에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일부 입주민들은 “국토부 유권해석에 따라 제한경쟁입찰로 2회 유찰시 일반경쟁입찰로 1회 진행한 후 수의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무시해 업체선정은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관리주체와 대표회의는 “법원의 판결에는 제한경쟁입찰로 2회 유찰시 3회차에는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며 반박하는 등 갈등을 겪고 있다.
아울러 주택관리업체 선정시 입찰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은 서울 F구 G아파트 대표회장이 최근 “법원에서는 5개 이상의 업체가 입찰참가신청을 하고, 2개 이상의 업체가 입찰요건을 충족하면 유효하다고 판단, 주택관리업체 선정시 9개 업체가 입찰에 참가해 3개 업체가 요건을 충족해 입찰은 효력이 있으므로 지자체장이 주택관리업자를 재선정하라는 처분은 위법하다.”며 F구청장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 H아파트 관리소장은 “‘사업자 선정지침’을 놓고 법원의 판단과 국토부·지자체 유권해석이 상반되다 보니 관리주체 입장에서는 누구의 판단·해석을 따라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이같은 사업자 선정지침 해석에 따른 관리업무의 혼란과 분쟁을 막기 위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고양시 I아파트 관리소장은 “사업자 선정지침의 일부 조항이 일반상식과 아파트 관리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에도 국토부 등이 자의적으로 유권해석을 하다보니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결국 이로 인해 아파트 관리현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해 관리주체와 입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므로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경기 J시 관계자는 “지자체에 공동주택 관리의 지도·감독 권한은 있지만 사업자 선정지침에 대해 국토부와 다르게 유권해석할 수 없는 입장일 뿐만 아니라 간혹 국토부 유권해석과 법원의 판단이 달라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며 “국토부에서 법원의 판단을 반영해 유권해석을 바꾸거나 문제가 있는 법령·선정지침의 조항을 근본적으로 개정,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겪고 있는 혼란과 분쟁을 하루빨리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