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일때문에 대형 마트에 이틀에 한번은 간다.
오늘따라 마트안 분위기가, 설을 앞두고 꽃단장한 새색시들의 화사하게 눈 웃음 친다. 설 선물을
미리 눈 도장이라도 찍어둘상 싶어 선물 코너로 걸음질 해본다.
금새 노랑 저고리 아주망(아주머니)이 오더니 아이고 '김 삽써'게 하며 갖은 애교를 부려본다.
'글쎄요'라는 한마디에 옆에있는 분홍빛 저고리에 후더둑하게 생긴 아주망이 다가온다.
참치 선물세트란 한과 세트로 날 유혹한다. 그리고옆에 있는 식용유.홍삼.욕실용품 세트등...
아직은 설이 1주일 정도 여유가 있어서인지 구경하는 사람이 몇 없다.
그래서, 선물 코너 가운데에서 이리저리 살피는 꼴이 의자왕이 몸치장한 궁녀를쳐다보는 꼴 같다.
밖에는 과일 코너에 일치감치 재수 준비하는 사람들의 눈에 뛴다.
농부의 정성어린 땀과 혼의 빨간 사과 만큼이나 열정을 심었을 듯 싶다.
그옆 큼직한 배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군에서 탔던 그 배가 생각이 난다.
19년전 일이다. 설을 앞두고 비바람이 정신없이 몰아치던 폭풍주의보가 내려진날씨였다.
나는 그 당시 해군 LST(수송함:카페리라 보면 됨)에서 갑판사관(수송책임)을 맡았었다.
우리는 연평도에서 인천으로 가야할까 말까 회의를 했다. 그참에 부사관들의 그래도 설은
육지에서 세야한다며 상소를 한다. 결론은 무리한 항해인줄 알면서야간항해가 시작되었다.
단잠에 취한다. 긴급을 알리는 방송 싸이렌 소리와 함께 당번의 나를 깨운다.
배의 짐칸의 물의 차기 시작 한다는 거였다. 당시 짐칸에는 미사일 2정과 수백개의 가스통등의
실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물바다다. 가스통들의물에서 난리 부르스라도 추는듯 싶다.
그 순간은 삶과 죽음의 교차하는 2시간의 사투였다. 미사일 케이스가 누울 자리를 알리는
관짝인가 싶은 착시 현상을 불러온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이면 필즉사생(必卽死生)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가르침을 몸으로 느꼈던
순간이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할줄 모르고 덤벼들어 혹사당한 그 순간의 이 맘때쯤이면
나의 뇌리속 한 귀퉁이를 스쳐 지나간다.
엇그제 제주에서는 입춘을 맞아 입춘굿놀이로 한 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소망처럼 모두가 이번 설은 정(情)을 느끼며, 아무 사고없이눈속에 핀 목련꽃처럼 소복히 피었다
조용히 가는 설이되길 빌어 본다.
첫댓글 벌써 설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번설은 조용히 혼자 보낼 생각입니다.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 보는것도 인생에서 중요한것 같습니다. 북적북적 대는 설풍경...올해는 조용한 설을 맞이하게 될것 같습니다.
폭풍속에서의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벌여야 했던 사투..... 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능한 존재 인것 같습니다.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좋은 날 되십시요.*^^
인간의 오만함 때문에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다,얼마나 큰 재앙으로 보복당하게될지,,
겨울여행으로 부안의 새만금방조제를 보며 느꼈습니다.
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우수 산문 선실로 옮겼습니다. 아름다운 필력 꽃 피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