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나무백숙, 옻나무백숙, 한방백숙….
닭이나 오리를 마늘 넣고 육즙이 우러나도록 푹 삶은 것을 ‘백숙’이라 한다. 여기에 엄나무나 옻나무를 넣으면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더해지고, 갖은 약재를 첨가하면 보약 먹는 기분으로 백숙을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마백숙’은 들어봤는지? 소화기관과 스테미너에 특효있다고 알려진 ‘마’를 백숙에 넣어 유명해진 곳이 있다. 신탄진 조정지댐 부근의 ‘노산장가든’이 그곳이다. 특유의 조리법으로 특허를 받아 전국을 통틀어 유일한 ‘마백숙’의 원조다.
마, 소화기 장애와 원기회복에 특효
부친께서 위장이 부실한 딸내미를 위해 산마를 캐다 갈아주신 적이 있다. 콧물처럼 미끄덩거리는 게 식감이 썩 불쾌하긴 했지만 속쓰림이 금세 잦아들기에 그 효능에 놀랐다. 그런데 마가 효능을 발휘하는 곳이 위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당뇨는 물론 어지러움과 두통, 심신안정, 소화기능 향상, 원기회복 등 온 군데에 특효가 있어 ‘산약’이라고도 하며, 오래된 마는 산삼에 비견될 만큼 건강에 좋다고 전한다.
하지만 워낙 맛도 향도 ‘無’여서 조리법이 따로 없고, 그저 갈아 먹거나 생으로 꿀 찍어 약 삼아 씹어 먹는 편. 하물며 백숙에 ‘마’를 넣는다는 얘긴 처음 듣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마백숙, 어떻게 탄생했나?
노산장가든 대표 김용수 씨가 마백숙을 선보인지 10년 됐다. 그전까지 24년 동안은 전국의 산을 누비며 산삼을 좇던 심마니였다. 한때는 그야말로 좋은 삼을 발견해 졸지에 집 세 채값을 벌어보기도 했다고. 산 타는 게 업이던 사람이라 산에 오를 때마다 나물이며 마 등 먹을거리들을 캐오곤 했는데, 어느 날은 불현듯 백숙에 마를 넣어보면 어떨까 호기심이 들더란다. 그래서 마를 갈아 넣고 백숙을 끓여 먹어보니 의외로 그 맛이 훌륭해 판매하게 됐다.
특허 받은 맛, 마백숙
마를 넣은 백숙이 맛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이 음식을 상품으로서 완성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마는 원래 맛이랄 게 없을 만큼 무미무취한데도 덜 들어가면 제 맛이 안 난다. 또, 마만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생 땅콩을 까서 빻아 넣고, 흰콩은 볶아서 빻아 넣는 등 9가지 재료를 더 넣는다. 원래는 18가지를 넣었지만 이것저것 궁합 맞추고 조절하다 보니 꼭 필요한 9가지 재료가 추려졌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된 마백숙 조리법은 독창성이 인정돼 특허를 받았다. 현재 마백숙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이곳 노산장가든 본점을 비롯해 강원도, 서울 등 분점들뿐이다. 그동안 김 사장의 마백숙을 흉내 내 판매하는 곳도 여럿 봤는데 조리법이나 재료 양 조절에 실패해 모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는 그가 조리법도 여간 까다롭게 만든 게 아니다. 죽이 눌어붙지 않게 하려고 망에 넣어 끓이는가 하면, 갈아놓은 마와 깍둑썰기한 마도 들어가는 타이밍이 다르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집엔 평일·주말 할 것 없이 늘 손님들이 많아서 재료가 묵을 새가 없다. 그래서 늘 제맛 지닌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고소함, 담백함, 뿌듯함 ‘마백숙’
“몸보신용 음식이라고 한방약재들을 욕심껏 넣어봤더니 금세 질리더라구요.” 마 한가지만 제대로 넣는 게 오히려 약이 되겠다는 생각에 김 사장도 욕심을 좀 덜었다. 한약재 맛이 의외로 음식을 질리게 해 많이 안 먹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대신 마를 듬뿍 넣기로 했다.
닭 또는 오리 1마리 분량에 들어가는 마의 양은 자그마치 1kg. 이 정도는 넣어야 제맛이 나고 약도 된다고. 통상 백숙 1마리면 3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이지만 마백숙은 4명이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많다.
마가 담뿍 들어 고소하고 담백한 마백숙. 생마는 미끄덩거리지만 끓여놓으면 찹쌀과 뒤엉겨 찰진 식감만 남는다. 또한 마는 위를 비롯한 소화기관 치료에 특효가 있기 때문에 실컷 먹고 나서도 속이 거부하지 않고 소화가 잘 된다. 부드럽고 부담 없어 아이들이나 어르신들과 함께 가족단위로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온갖 버섯 향긋한 ‘버섯전골’
“버섯전골에 왜 고기를 넣느냐?”며 따져 묻는 손님이 있었다. 버섯이야 산타는 게 직업이었던 그가 자연송이며 자연능이버섯을 채취해서 진짜배기를 썼기에 자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소문 듣고 왔다는 손님 한 분이 “버섯전골에는 버섯만 들어가야 맞지 않느냐?”고 묻는데 김용수 씨 생각에도 그 말이 참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로 소고기를 빼고 버섯전골에는 버섯만 넣게 됐다.
송이버섯, 능이버섯, 싸리버섯, 밤버섯, 밀버섯, 가지버섯 등 온갖 버섯을 강원도에서 지인을 통해 자연산(팽이버섯 제외)으로만 구해다 진짜 버섯전골을 만든다. 그래서 버섯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곳에 와 마백숙보다도 버섯전골을 먼저 찾기도 한다.
능이버섯의 효능
능이버섯은 맛과 향이 뛰어나 향버섯이라고도 하며, 인공재배가 되지 않아 버섯 중에서도 귀한 종류로 친다. 송이버섯은 소나무 뿌리에서 균생하고 능이버섯은 참나무 뿌리에서 균생하는데,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단백질 분해 성분이 다량함유돼 육류를 먹고 체했을 때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암에 대해서는 다른 식품들이 예방효과가 있는 것이 대부분인 반면, 능이버섯은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암환자들의 식재료로 많이 쓰인다.
향이 상당히 진하고 감칠맛이 강하기 때문에 화학조미료 대신 능이를 삶은 물을 넣으면 적은 양으로도 음식맛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