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9권
9. 성문품(聲聞品)
83) 보수(寶手) 비구의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온갖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하여 열 달 만에 아들아이를 낳으니, 이 세간에서 보기 드물 만큼 단정하고도 수승 미묘하며, 그 두 손안에서 금전(金錢)이 나오는가 하면 꺼내는 대로 금전이 끊임없이 다시 나왔다. 부모가 이상하게 여겨 상사(相師)를 불러와서 아이의 상을 보게 하였더니,
상사가 상을 보고 나서 그 부모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출생할 때 어떤 상서로운 일이 있었습니까?”
그 부모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아이가 출생할 때부터 두 손안에 금전이 있어 꺼내면 도로 금전이 나오게 되므로 이름을 보수(寶手)라 하였소.”
그 뒤 아이가 점점 장대하여, 성품이 더욱 어질고 부드러우며 인자하고 효성스러웠다. 또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누구라도 구걸하는 이가 있을 때엔 두 손을 펴서 그 안에 있는 좋은 금전을 꺼내어 주었다.
그러던 차에 여러 친구들과 함께 성문을 나가서 차례로 돌아다니다가 기원정사에 이르러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해와 같은 광명이 비춤을 보고 곧 환희심을 내어 자리에서 엎드려 예배한 다음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청하였다.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의 공양을 받아 주옵소서.”
이때 아난이 부처님 옆에 있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공양하려면 반드시 재보(財寶)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아이가 아난이 하는 말을 듣고 곧 두 손을 펴자, 금전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잠깐 사이에 쌓였는데,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분부하셨다.
“네가 이 금전 보물을 잘 처리하여 풍성한 음식을 만들어 나와 이 비구들을 청하라.”
이에 아난이 분부를 받고 곧 음식을 마련해 공양을 마친 다음,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묘법을 설하시니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를 얻었다.
집에 돌아와 부모에게 출가 수도할 것을 구하니 그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굳이 반대할 수 없게 되자, 아이는 곧 부처님 처소에 가서 출가할 것을 원하였으며,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들이여.”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다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아난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보수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호족(豪族)의 큰 장자 집에 태어남과 동시에 두 손에 금전이 있어 그 금전이 꺼내는 대로 다시 나오게 되며, 이제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 도과(道果)를 얻었나이까?”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부처님이 바라내국에 출현하시어 두루 교화를 마치고 열반에 드시자, 그때 가시(迦翅)라는 국왕이 저 부처님의 사리를 거둬서 4보탑(寶塔)을 세워 공양하였다.
때마침 어떤 장자가 세워 놓은 탑을 보고 마음에 환희심을 내어 곧 금전 한 닢을 기둥 밑에 놓아 둔 다음 발원하고 떠났는데, 저 장자가 이러한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하늘ㆍ사람으로 태어나 손만 펴면 금전이 나오며, 또 이제 나를 만났기에 역시 꺼내는 대로 금전이 나오고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