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경요집 제18권
28.8. 계욱연(誡勗綠)
『기세경(起世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천사(天使)가 세간에 있나니,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첫째는 늙음이요, 둘째는 병이며 셋째는 죽음이다.
어떤 사람이 방일(放逸)하여 세 가지 업을 악하게 행하다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지옥에 태어나게 되었다.
그러자 모든 옥졸들이 때 맞추어 와서 그 중생을 몰고 염왕(閻王 : 閻羅大王) 앞으로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들 중생은 옛날 인간 세계에 있을 때에 마음대로 방일하여 착하지 못한 세 가지 업을 짓다가 지금 여기 와서 태어났습니다. 오직 바라옵나니 대왕께서 잘 가르쳐 보여 주십시오.〉
왕이 그 죄인에게 물었다.
〈네가 옛날에 인간 세계에 있었을 적에 제일의 천사가 너를 잘 가르쳐 보여주고 너를 잘 꾸짖어 주었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그런 것을 보지 못하고 여기에 태어났느냐?〉
죄인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저는 정말로 보지 못했습니다.〉
대왕이 거듭 말하였다.
〈너는 어째서 보지 못했느냐?
네가 사람의 몸으로 있을 때에 혹은 부녀(婦女)가 되기도 하였고 혹은 장부(丈夫 : 男子)가 되기도 하였었는데 거기에 노쇠(老衰)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래서 곧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희어졌으며 피부가 느슨해져 주름이 지고 온몸에 두루 난 검은 점은 그 형상이 마치 검은 참깨와 같았을 것이다.
대퇴는 굽고 동은 꼬부라지며 걸음걸이는 절룩거리고 다리는 몸조차 지탱하지 못하여 좌우로 비틀거리며, 목은 가늘어지고 피부는 느슨해지며, 양 어깨가 처진 모습은 마치 소의 호(胡)와 같으며, 입술과 입은 마르고 목구멍과 혀는 타서 깔깔하며, 신체는 약해지고 기력은 줄어들며, 헐떡거리는 소리(喘息出聲]는 마치 톱질을 하는 소리와 같고, 암을 향해 가려다가 넘어져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다녔을 것이다.
젊은 나이는 점점 쇠퇴해 가고 피와 살은 자꾸 말라 여위고 약해져서 미래 세계의 길로 나아갈 때 거동은 침체되어 다시는 씩씩한 모습을 볼 수 없으며, 나아가 몸과 마음이 언제나 떨리고 일체의 지절(支節)에 맥이 풀려 조섭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너는 그런 것도 보지 못했단 말이냐?〉
대답하였다.
〈대천(大天)이시여, 저는 진실로 그런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왕이 말하였다.
〈너는 어리석고 정말 지혜가 없구나. 옛날에 이미 그와 같은 모습을 보았으면서도 어째서 이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했느냐?
나는 지금 이와 같이 늙음이라는 법을 갖추었기 때문에 이것을 멀리 여윌 수가 없겠구나.
그러니 착한 업을 지어 이 몸으로 하여금 오랜 세월 동안 편안하고 즐겁고 이익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니라.〉
그가 다시 대답하였다.
〈대천이시여,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마음이 방탕하여 방일을 일삼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왕이 또 말하였다.
〈너 어리석은 사람아, 착한 업을 닦지 않았으니 마땅히 방일함을 구족(具足)한 죄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 괴로운 과보는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이 아니라 바로 네가 스스로 지은 업이니, 지금 다시 그것이 모이고 쌓여 이런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그 때 염마왕(閻摩王)은 두 번째로 꾸짖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째서 제이의 천사가 세간에 출현한 것을 보지 못했는가?〉
대답하였다.
〈대천이시여, 저희들은 정말로 보지 못했습니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째서 보지 못했단 말이냐?
옛날 너희들이 세간에서 사람의 몸으로 있었을 적에 만약 부녀의 몸이었거나 혹은 장부의 몸으로서 네 가지 요소[四大]의 화합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병고(病苦)의 침노를 받아 끊임없이 고달프고 위독하여 혹은 크고 작은 평상 위에 누워 대변과 소변의 더러움 속에서 이리 저리 뒹굴면서 자재롭지 못하여 누워 자거나 일어나 앉을 때에도 남의 부축을 받아 씻기고 안기며, 마시거나 먹을 때에도 늘 모든 사람의 수발이 필요했을 터인데, 너는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단 말이냐?〉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대천이시여, 저는 진실로 그런 것들을 보았습니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그와 같은 것을 보고도 왜 생각하지 못했느냐?
나에게 지금 이와 같은 법이 있으나, 그 근심되는 법을 멀리 여윌 수 없구나.
그러니 진정 착한 업을 지어서 나로 하여금 다가올 세상에서 오랜 세월 동안 큰 이 익을 얻어 크게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야겠다는 생각 말이니라.〉
그 사람은 다시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정말로 이와 같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게으른 마음으로 방일하게 행동하였었기 때문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이미 게을러서 착한 업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런 악한 과보를 받는 것이다.
그것은 남이 지은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지어 도로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다.〉
그 때 염마왕은 세 번째로 꾸짖으며 말하였다.
〈너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옛날 사람으로 있었을 적에 어째서 제삼의 천사가 세간에 출현한 것을 보지 못했느냐?〉
대답하였다.
〈대천이시여, 저는 정말로 보지 못했습니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네가 인간으로 있었을 적에 부녀자의 몸으로나 남자의 몸으로 때를 따라 목숨을 마치면 평상 위에 두고 잡색(雜色) 옷으로 그 시체를 덮고는 마을로 들고 나와 높게 천막을 치고 일산을 쳐서 갖가지를 장엄하고는 주변을 권속들이 둘러싸고 손을 들고 머리를 풀어헤치고는 재흙을 덮어 봉분을 만들고서 매우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큰 소리로 통곡하고 울부짖으며, 가슴을 치고 애통해 하며, 목메어 우는 등 갖은 고초를 절실하게 느끼는 모습을 너는 어째서 보지 못했단 말이냐?〉
대답하였다.
〈대천이시여, 저는 정말로 그런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네가 옛날에 이미 그와 같은 것을 보았으면서도 어째서 생각하지 않았느냐?
나에게도 죽음이라는 게 있어서 그것을 면할 수가 없구나.
그러니 이제라도 마땅히 착한 일을 하여 오는 세상에 오래도록 큰 이익이 있게 해야겠다고 말이니라.〉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대천이시여, 저는 정말로 그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 하면 방일하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때 왕이 말하였다.
〈너는 이미 방일하게 살았기 때문에 착한 업을 짓지 못하였구나.
스스로 이런 악업을 지은 것이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이 아니니라.
이 과보를 얻게 된 것은 네가 지어 스스로 네가 도로 받는 것이니라.〉
이 세 가지 천사(天使)로써 가르쳐 보이시고 꾸짖으신 뒤에 옥졸을 시켜 데리고 가게 하였다.
그 때 옥을 지키던 이가 죄인의 두 발과 두 팔을 붙잡고는 머리 부분을 밑으로 향하게 하고 발을 위로 향하게 하여 멀리 저 지옥 속으로 던져버렸다.’”
게송을 말한다.
태어나서 왔다가도 죽으면 다시 되돌아가니
해가 지면 다시 달이 뜨는 것과 같다.
몸이 허약하자 혼몽한 바람이 움직이고
이리저리 유랑하며 물건 따라 옮아간다.
어리석은 사람이 바른 길을 잃어버리고
떴다 잠겼다 하면서 깊은 못으로 들어간다.
어두운 곳으로 한 번 떨어져 버리면
만 겁 동안 칼날을 밟는 고초를 겪는다.
여섯 갈래 세계를 돌면서 괴로워하고
세 가지 업이 일찍이 완전하지 못하여
지옥에 떨어지고 흘러다니지만 아무도 구제하는 이 없나니
슬프고 슬픈 일이구나.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누나.
진실한 마음으로 돌아가 물건의 현상을 살피고서
비로소 허망한 통발[筌]인 줄 알았나니
괴로움의 바다 깊기만 한데 어디로 돌아갈꺼나.
반야의 배에 오르기만 생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