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필자가 앞으로 저서로 편찬하는데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한 것이므로 무단 복제 등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엄중히 대처할 것임
정부개헌안은 현행제도보다 못한 완전 후퇴를 보여준다.
개정(改正)이 아니라 개악이다.
지방자치를 신장하기는 커녕 불필요한 혼란만 야기시키는 우매한 입법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개헌안]
제123조 ① 지방의회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주민의 자치와 복리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② 지방행정부의 장은 법률 또는 조례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과 법률 또는 조례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자치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현행헌법]
제117조 ①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②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22조(조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2가지가 우선 문제된다.
현행헌법에서 "법령의 범위안에서"란 문구를 사용했던 것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로 고쳤고,
현재 지방자치법 제22조단서에 규정되어 있던 문구를 헌법으로 끌어올려 규정한 것이다.
먼저 "법령의 범위안에서"를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로 고친 것을 본다.
현행헌법에서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란 표현을 4곳에서 사용한다.
①국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②헌법재판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심판에 관한 절차,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제114조 ⑥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선거관리·국민투표관리 또는 정당사무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으며,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이는 행정부와 독립된 별도의 헌법기관에서 ①소관업무나 ②내부규율에 관한 사항을 법규화하는데 필요한 근거조항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회법은 하위법령으로서 대통령령 대신 국회규칙을 가지고 있고 국회의원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국회규칙으로 위임한 경우라든지, 이른바 사법행정사무인 부동산등기에 관하여 정한 부동산등기법도 하위법령이 대통령령이 아니라 대법원규칙이어서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대신 대법원규칙에 위임한 것이 ①소관업무에 관한 사례이고,
국가공무원법에서 다음과 같이 대통령령과 대등한 지위에서 각 헌법기관에 하위법규제정권을 위임한 것이 ②내부규율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이다.
국회법
부동산등기법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등기부"란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하여 입력·처리된 등기정보자료를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편성한 것을 말한다.
국가공무원법
④ 제3항에 따른 별정직공무원의 채용조건·임용절차·근무상한연령,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이하 "대통령령등"이라 한다)으로 정한다.
이러한 사항은 다른 헌법기관 규칙과 대통령령 총리령이나 부령이 서로 충돌할 여지 자체가 거의 없지만(물론 헌법기관 규칙에서 정한 사항과 관계되는 업무에 관하여 대통령령 총리령이나 부령에서 정할 경우에는 헌법기관 규칙에 위배되는 대통령령 등이 나올 여지는 남아 있고 이 경우 법규간 충돌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하여는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 않지만 헌법기관간 대등한 위치를 인정하므로 헌법기관 규칙은 대통령령과 같은 효력을 가져 거기에 위배된 총리령 부령은 효력이 없다고 볼 것이며 대통령령으로서 업무의 관련성으로 충돌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부득이 신법 우선이나 특별법 우선의 원칙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치사무에 관하여 규정한 조례(정부개헌안의"주민의 자치와 복리에 필요한 사항")이거나 국가사무인데도 법령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경우의 조례 등에서는 국가사무와 자치사무를 구분하더라도 사무 상호간에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통령령 총리령이나 부령과 어긋나는 사항을 정할 소지가 많아진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개헌안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하는 조례와 국가가 제정하는 대통령령 등을 본다면, 조례는 법률에만 위배되지 않으면 되므로 대통령령 등과는 다른 사항을 정할 수 있고 이 경우 특별법 우선이 적용되지 않으면 신법 우선에 따라 나중에 제정된 조례가 대통령령 등에 우선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주민이 선출한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에서 제정한 것으로서 주민들을 구속할 정치적 정당성을 갖는다.
그 결과 주민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제정한 법률과 조례가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국법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에 국가가 제정한 법규가 우선함을 나타낸 것이 바로 "법령의 범위안에서"라고 표현된 법령우위의 원칙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법률에서 헌법이 요구하는대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위임한 사항에 대하여 제정한 대통령령은 물론 법률에서 위임한 바에 따라 제정된 총리령이나 부령도 결국 국가의 법규체계를 이루는 요소이며 이들도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법규에 우선하여야 함은 당연한 요청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개헌안은 조례의 위상을 높인다는 의도인지 몰라도 저런 식의 표현을 사용하여 해석상 막대한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참고로 일본헌법 제94조는 "지방자치단체는 ----- 법률의 범위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지만 실제운영에서는 국가가 제정한 정령 등이 조례에 우선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정부개헌안을 마련한 사람들은 일본헌법의 외양만 보고 표현을 약간 수정하여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조례의 위상을 높일 수도 없고 높여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개헌안 제123조제1항 단서(현행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서 규정한 이른바 법률유보원칙에 관하여 본다.
이는 현행헌법 제37조제2항 등에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법률로만 가능하다는 등의 규정을 들어 조례로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들어간 지방자치법 제22조단서를 헌법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 이유는 1956년 지방자치법 개정시 추가된 현행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가 입법 당시부터 위헌이라는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었고 지금도 그 여파가 남아있기 때문에 위헌론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헌법에 끌어올린 것으로 보여진다(이는 국가배상법상 이중배상금지가 위헌이라고 하자 유신헌법에서 직접 헌법에 규정한 처사만도 못한 졸렬한 작태라고 보아야 한다. 유신헌법에 들어갔던 이중배상금지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1987년 민주화 헌법에서도 이를 유지했던 것이기에 헌법에 끌어올릴만한 논리가 있었다).
법령우위의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는 국법체계의 혼선을 막기 위한 것이다.
법률유보원칙이 자치입법에서는 논의될 수 없는 이유는, 자치법규는 정치단체로서의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법규형식이고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서 제정한 법규는 그 주민들은 구속할 수 있다는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제정한 법규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법령우위의 원칙을 인정하는 결과로 국가의 법령이 다루지 않은 사항에 한정하여 자치법규가 법령우위의 원칙을 손상함이 없이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로 과거에는 법률유보원칙을 정한 지방자치법의 규정에 대한 위헌론이 다수였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합헌론을 펴자 학자들 중에도 변절(학설변경)하거나 시류의 눈치를 살피는 자들이 늘어나 합헌론이 다수인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었다.
즉 현행 헌법의 체제에서도 지방자치법 제22조단서는 위헌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합헌론의 가장 강력한 논거는 현행헌법 제37조제2항인데, 이는 지방자치가 헌법에서 규정한 "제도적 보장" 중 중요한 요소이고, 제도적 보장은 민주법치국가의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사항을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것으로서 기본권을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것과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를 규정한 현행헌법 제117조에서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해당 주민들만 구속하는 조례로 주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물론 법률로도 기본권을 함부로 제한할 수 없듯이 조례도 함부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즉 지방자치를 지방행정의 일환으로 보고 조례를 대통령령 등과 같은 행정입법으로 보는 시각에서 법률유보원칙을 들먹이는 것인데, 정부개헌안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조례를 떠받드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현행헌법에서도 위헌적 규정인 지방자치법 제22조단서를 헌법에 끌어올리는 잘못을 태연히 자행한 것이다.
지방자치에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가 있고 우리는 단체자치를 채택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들에 의하여 직선되고 주민들은 갖가지 직접적인 정치참여를 지방자치법에 따라 보장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주민자치로 전환된지 오래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실 지방자치가 복원된 초기에 구 내무부 관료들 못지 않게 거부감과 우려를 표방한 집단이 대법원이었다.
판사들은 원래 보수적 성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엘리트 의식이 강해 지방 토호들이 대거 진출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초기 지방자치단체 단체장과 의원들의 토착적 비리에 엄단을 가하였을 뿐 아니라 무리한 조례의 남발도 억제하는 공을 세웠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례무효확인제도를 활용하여 제정된 조례가 시행도 되기 전에 무효를 선언하는 추상적 규범통제의 가장 강력한 유형을 적용했으며 어지간한 사항은 대법원에서 가차없이 무효확인을 선언받았고, 대법원 구성원들과 속성이 다를 바 없는 헌법재판소 구성원들도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 현재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대한 해석론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치법규는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인 법규범(독자적 규범성)이지 국가가 수행하는 행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된 행정입법이 아니다. 따라서 행정입법화를 획책하는 시도는 막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새로운 행정 및 입법수요를 가장 먼저 포착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것은 초기에는 대부분 해당 지방만의 문제로 출발하기에 국가가 나설 필요까지는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먼저 문제된 지역에 한정하여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그 문제를 규율해 추후 국가법령에서 규제할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도 가능하고 바로 이 것이 지방자치의 진정한 의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전형적 사례 2개를 소개하면서 긴 글을 마친다.
비디오방이 부산에서부터 확산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를 일찍 감지한 부산의 지방의회에서 비디오방 영업의 등록제를 도입하여 등록요건으로서 퇴페 소지를 배제하도록 하였고 무등 록 영업에 대하여 과태료의 제재를 가하는 입법을 하고자 하였던 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을 자치법규로 할 수는 없다는 논리로 당시 내무부에서 제지하였다.
그 후 비디오방 영업에 대한 규제는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여 법 적 근거를 신설하여 중앙정부 차원에서 입법적 대응을 하였지만 그 시기가 많이 지연되어 수많은 청소년들이 벌써 퇴폐를 경험하였고 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비디오방의 등록요건 을 나중에 충족시키는데 많은 비용을 들이게 되었다.
부산에서 처음 지방의회가 조레를 통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였더라면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뒤따랐을 것이고 비디오방은 처음부터 건전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을 것이며 국가에서 굳 이 보다 강화된 규제를 가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인제군에서는 지형적 특성으로 래프팅이 성행하였는데 안전문제와 함께 쓰레기 처리 등의 문제를 안게 된 인제군에서 어렵사리 래프팅업 규제조례의 초안을 작성하여 입법을 추진 하다가 역시 직업선택의 자유 문제로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규정 위반을 이유로 그만 두었던 바,나중에 수상레저안전법이 제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 그동안은 입법공백 상태가 지속되었던 사례이다.
중앙부처에서는 입법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이해관계를 조절하 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며 특히 부처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입법에 엄청난 낭비가 초래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적 현안으로서 입법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용 이하고 신속하고 경제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본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