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김인순
2020년초부터 TV조선에서 주최한 트롯맨 경연대회가 있었다.
다양한 출연자들의 자유로운 노래부르기, 넘치는 끼와 재능이 세계적인 문화 사업이라도 할 만큼 대단했다. 경연이 계속되는 동안 눈에 번쩍 띄는 출연자를 보게되었다.
풍부한 성량과 신비한 음색을 가진 젊은 성악가, 음악을 공부한 나도 처음 듣는 감동적인 목소리였다. 힘들게 성악을 공부한 젊은이가 대중가요를 부르는데, 노랫말이나 표현이 성악과는 다르게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느껴진다. 그 많은 노래와 가사들은 언제 이렇게 외웠을까?
그가 부른 성악곡 “네슨 도르마”나 “별은 빛나건만”, 우리 가곡의 “산노을”, 찬양곡들도 칮아서 들어봤다. 노래마다 감동 되었고, 이미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마치, 잠자는 공주처럼 깊이 잠들었다가 21세기에 깨어난 듯, 그의 음악은 소리, 몸 짓, 언어까지 새롭고 신기해서 충격을 주었다.
그는 많은 노래를 불렀고 좋은 성적으로 입상되자, 그의 스승과 수업과정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했다
성악가 김호중, 그는 청소년 시절 파바로티의 노래를 듣고 성악가의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날 부모와 헤어져 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돈이 없어 자퇴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음악을 포기하고 있을 때, 김천예고의 서수용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수용 선생님은 독일 유학을 다녀오신 정통 테너이시고 대학 강사를 거쳐 김천예고에 교사로 오신 분이다. 어느 날 선생님의 후배 한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뛰어난 목소리를 가진 학생이 있으니 한 번 들어보시고 맡아주시면 좋겠다는 부탁이었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학생은 선생님의 테스트에 성악 전공자도 부르기 어려운 테너곡 “별은 빛나건만”을 불렀고, 선생님은 그의 뛰어난 목소리와 훌륭한 노래 솜씨에 놀랐다고 한다. 이 고난도의 성악곡을 연습 한 번도 없이 완벽하게 부르다니….
재능을 가진 학생과 선생님의 만남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인 것 같다.
“너는 평생 노래로 먹고 살 수 있겠다.”
선생님의 감탄에 학생은 처음으로 들어본 칭찬과 먹고 살 수 있겠다는 한 마디 말에 감격해서 선생님 말씀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선생님은 학생을 맡게되고 본격적인 성악 수업이 시작되었다.
대구에서 학교가 있는 김천까지 두어시간 거리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6개월 동안 등하교를 했다. ‘이 아이를 만나려고 이렇게 먼 곳을 돌아왔구나.’ 학생이 하나님의 선물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그의 스승과 인터뷰가 있었다.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말이 있다.
선생님은 “교육은, 학생과의 신뢰와 감동, 그리고 기다림”이라고 했다. 학생과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기다리는 일. 우리의 상식이나 고정 관념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학교의 교육 지침과 앞서가는 21세기형 교육목표가 느껴진다.
우리는 경제 성장기에 너무 바빠서 자녀들에게 모든 일에 “빨리 빨리”를 강요했다. 넉넉한 수입, 안정된 직장이 어른들의 바램이었고, 자녀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꿈을 꾸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었다. 급할 때는 소리쳐 기도하고, 자녀들에게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면서 최선이라 생각했다.
성악을 공부한 학생이 대중가요를 부른다고 했을 때 선생님의 생각은 어땠을까? 제자에 대한 신뢰와 가능성을 믿었기에 동의 했을 것 같다.
하나님께서 사람마다 주신 재능이 있고, 스승은 학생이 자유롭게 그 길을 찾아가도록 도우며 기다린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 스승에게도 믿음과 인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는 경연대회의 마지막 순서로 스승께 바치는 “고맙소”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못난 나를 만나서 긴 세월 고생만 시킨 사람
이런 사람이라서 미안하고 아픈 사람
나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소
남겨진 세월도 함께 갑시다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그의 진심 어린 감사의 목소리와 스승의 수고에 감동되어 눈물이 나왔다. 노래하는 사람도 눈물이 맺혔다.
그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위로하며 꿈을 꾸게 하기 바란다. 스승에게는 보람을, 하나님께는 기쁨을 주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