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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빠뜨릴 순 없지요.
울산에 도착해서 먹은 첫 식사는,
울산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함양집에서의 식사였습니다.
80년 전 함양에 사시던 분이 울산으로 오셔서 차리셨다는 식당.
그후 지금까지 4대째 가업을 물러받아 맛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식당은 80년 전의 모습은 아닙니다.
확장되고 보수되어 깔끔함을 자랑합니다.
이런 멋진 벽도 있네요.
바로 이 자리에서 배용준이 무려 두 번이나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식당처럼 지저분하게 여기저기 배용준 사진이나 배용준 사인 등을 걸어놓지 않아서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에 삼척 갔을 때는 온 도시가 배용준 판이어서.
좀 기분 안 좋았거든요.
물론 그가 문화계, 연예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잘 알고 있지만,
하나의 도시나 관광지, 문화재 등이 전부 그의 것은 아니잖아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들을 자꾸 연예인 이름으로만 홍보하려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쁠 때가 많아요.
그런 면에서 이 식당은 배용준 이름을 내걸지 않은 자신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묵채.
제가 좋아하는 음식입니다.ㅎㅎ
(하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드물긴 합니다.)
저는 도토리묵을 즐겨 먹는데, 메밀묵도 나쁘지 않습니다.
느림보 님이 국자로 잘 저어서 앞접시에 하나하나 덜어주셨습니다.
아~~~ 이런 대접 또 어디서 받아보나요.
육수맛도 좋고 간도 잘 맞고 묵도 부드럽고....
마음에 듭니다.
아참, 밑반찬은 이렇습니다.
밑반찬은 평이한 맛.
다음으로 파전입니다.
가는 파를 듬뿍 넣어 두껍고 질척한 파전.
딱! 제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비빔밥이 나왔습니다.
위에 육회가 올라가는데 육회 못 드시는 분은 따로 부탁해서 익힌 고기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지단을 길게 썰어 걸치듯 올려 놓은 모양새에서 왠지 예술성이 느껴지기도...ㅎㅎ
맨 위에는 전복이 한 조각 올려져 있는데,
전복 먼저 먹고 비벼 먹으라고 하시더군요.
지단을 걷어내고 전복을 먹고 나니...
비빔밥 재료가 우리가 흔히 먹는 재료들과는 살짝 다른 느낌입니다.
비빔밥은 원래 젓가락으로 비벼야 제맛이라고 해서.
젓가락 가지고 깔짝거리다가...
제 성질에 못 이겨 결국은 숟가락으로 팍팍 비볐습니다.
비빔밥은... 우리가 길들여져 있는 비빔밥 맛에 비해 다소 닝닝하고 맹맹한..... 뭐 그런 맛이었습니다.
이 식당의 맛은 일행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많이 엇갈렸는데요.
일단 비빔밥은 자극적인 양념보다는 재료 본연의 자연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묵채와 파전은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 먹고 난 다음에 그릇을 뒤집어 보면.
70년 전통 삼대집이라는 글이 보입니다.
이 그릇의 역사도 벌써 10여 년이 되었네요.
식당의 3대 사장님과 그분의 따님이신 4대 사장님을 뵐 수 있었는데요.
4대 사장님은 3대 사장님이신 어머니의 권유(?)로 교사직을 때려치고 사업을 물려받았다고 하십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자 직업으로는 최고 좋은, 누구나 못 돼서 안달인 그 환상의 직업 '교사'를 그만두고
식당을 물려받으셨다니.......
속으로 "엄청 돈 많이 버시는구나..." 생각도 했고^^;;
식당과 음식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후식으로 수정과와 수박.
저는... 후식으로 수정과 주는 집은 무조건 OK입니다.
묵채 한 그릇 먹고
파전에 막걸리 한잔 먹고 싶네요.
첫댓글 맞아요... 파전은 정말 끝내줬는데 비빔밥은 좀 싱거웠어요...
사실 본래의 맛이 어떤 건줄 몰라서 맛있다 맛없다라는 말은 못 하겠더라고요.
난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