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여의도에서 철새는 우울하다
갑진년 새해벽두부터 여의도 정가(政街)는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현역의원이나 원외의 출마자들이나 22대의 국회의원이 되려면 총선출마를 위한 첫 관문인 소속 정당의 공천이 필수적이며,소속정당에 일단 공천를 신청하였다가 공천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아예 국회의원 출마가 불가능하다.그러므로 공천을 신청하기 전에 공천의 성공 여부를 위한 암중모색으로 분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공천 탈락이 예상된다면 다른 길을 모색할 수단은 있다.다른 정당의 문을 두드릴 수도 있을 테고,무소속 출마를 염두에 두고 소속정당을 탈당해 출마를 강행할 수단도 있을 것이다.
선거 철만 되면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소속정당을 옮겨서라도 국회의원에 당선되겠다는 정치권력에 대한 욕심이 이러한 행위를 부추기는 것이다.공천에 대한 막강한 권력은 어느 정당이나 으레 당 대표가 쥐고 있으므로 총선이 다가올수록 공천의 성사를 위한 현역의원들이나 출마 희망자들의 당 대표에 대한 충성 경쟁 또한 가관이다.어쨌든 공천이 불투명하거나 탈락이 확실하다는 것으로 판단이 된다면 탈당을 하여 무소속 출마를 한다거나 다른 정당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이런 분들에게 얕잡아 부르는 말이 소위 '철새 정치인'이라는 주홍글씨다.
철새 정치인이라고 숱하게 불리운 정치인들은 사실 전체 의원 숫자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다.그렇다면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소속정당을 한 차례조차 옮겨본 이력이 없는, 주변머리(?) 없는 텃새 정치인이다.이곳저곳 이해타산을 따져가며 소속 정당을 옮기는 행위는 기실 바람직한 정치 행태라고 할 수는 없다.필자는 그러한 정치행위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그러나 철새 정치인들의 명분이 이치에 합당하고 정의에 부합된다면 지탄받을 짓은 아니라고 본다.대세를 장악한 무능한 텃새들의 정치세력을 바탕삼아 소수 세력인 유능한 철새 정치인들을 멸시하고 지탄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곤줄박이(텃새)
뻐꾸기(철새)
기실, 우리들 주변에서 계절따라 만날 수 있는 철새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기함할 노릇이다.녹음이 시작될 무렵이면 숲에는 뻐꾸기 두견이 울음소리 정겹고 ,부지런한 농부들의 발걸음이 잦은 들에는 날렵한 제비들의 날개짓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이렇게 여름철이 되면 여름철새가,겨울이 되면 기러기 오리 두루미 등의 철새가 우리 곁으로 날아오곤 하였으며, 나그네처럼 잠시 머물다 떠나는 도요새 물떼새도 있고, 말똥가리 굴뚝새 물까마귀처럼 떠돌이 철새도 이따끔 만나곤 하였다.
우리 주변의 이러한 철새들은 대략 260여 종류라고 하는데, 텃새는 50종도 채 안 된다고 조류 전문가들은 전한다.우리 주변의 숲과 들에서는 여의도의 정가와는 달리 철새가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며,텃새는 상대적으로 대세를 좌우할 수 없는 소수 세력에 불과한 것이다.필자의 집 보일러 굴뚝에 둥지를 틀었다가 쫓겨나곤 하던 참새들,동네 산책로 주변의 수목들을 죄다 장악한 까치, 그리고 숲 속의 곤줄박이 박새 어치 등이 텃새들인데, 숲 속에서는 소수 세력에 불과하다.그러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숲의 상황과는 사뭇 다른 거였다.철새와 텃새의 역학관계가 역전이 된 것이다.여의도에서 철새는 우울하기만 하다.(2024,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