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북쪽에서부터 왔다면, 봄은 남쪽으로부터 오는 것. 어느새 쑥 캐는 아낙들이 남해안의 들판이나 길섶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억~2억 년 전 이땅과 바다를 지배했던 공룡의 흔적을 오늘의 것으로 되살려냄으로써 지역의 자랑거리로 삼고 외지 여행객들을 손짓하는 경남 고성군의 풍광 좋은 해변길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분다.
그래서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 주 산에서 잠시 내려와 봄이 오는 경남 고성 해안길을 답사했다. 공룡발자국 화석 유적지로 유명한 상족암(床足巖)이야 가본 이들이 적지않겠지만 그 주변의 빼어난 해안 풍광을 즐기며 걸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말미에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격전지로 알려진 소을비포성지까지 둘러 봤다. 일명 상족암~비포성지 둘레길 코스.
■공룡발자국 유적 상족암 인근 해안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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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족암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경남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유람선선착장과 상족암 사이 해안 절벽을 둘러보고 있다. 수 만 권의 책을 쌓은 것 같다는 변산반도 채석강 못잖은 절경이다. 절벽 군 맨 오른쪽에 상족암이 보인다. |
총 길이 13㎞ 정도로 많이 길지는 않지만, 볼거리가 풍부해 넉넉잡아 5시간은 걸린다. 코스를 요약하면 상족암유람선주차장~유람선선착장~공룡박물관 제2매표소 앞~상족암~경상남도청소년수련원~야영장~입암마을 병풍바위전망대~맥전포항 음악분수~갈림길~공동묘지~사량도전망대~목너미재~용암포~장춘교 갈림길~발막개 입구 삼거리~발막개 방파제~갈림길~웅덩이앞 갈림길~능선 사거리~묵은 농경지~무명묘~농장 앞~갯벌 체험장~동화마을 입구 삼거리~동화마을 비포성지 순. 전반부는 길이 좋아 걷기 수월한 반면 후반부 일부 구간은 야트막하지만 험한 산길을 헤집고 가야 해서 약간은 긴장해야 한다.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옛 학교터가 출발지인 주차장이다. 해안에서 곧바로 왼쪽으로 튼다. 200여m 가면 유람선선착장이 있다. 공룡박물관 방향 계단을 오르지 말고 바닷가로 곧장 직진해 바위를 왼쪽에 끼고 진행하면 자갈해변. 해변이 끝나는 곳에서 계단을 타고 단애 위로 올라서야 한다. 하지만 썰물 때라면 계단을 오르기 전에 우측 해변 암반 쪽으로 100여m 정도 들어가보자. 책을 수 만 권 쌓아놓은 것 같은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변산반도 채석강 부럽지않은 절경을 목도할 수 있다.
계단을 올라 잘 정비된 길을 걷는다. 이윽고 공룡박물관 제2매표소 입구. 우측 아래로 상족암이 보인다. 계단을 약간 내려서면 갈림길. 오른쪽으로 좀 더 내려가야 공룡발자국이 선명한 상족암이다.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된 상족암 공룡발자국 화석은 대한민국을 넘어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공룡서식지 유적으로 이름 높은 곳. 이곳에서는 공룡발자국 뿐 아니라 상족암 바위 하부의 해식동굴과 코끼리바위, 그 속의 선녀탕 등을 둘러보며 이국적 풍경에 압도된다.
■13㎞ 코스… 넉넉 잡아 5시간이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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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발자국 화석 유적지로 유명한 천연기념물 제411호 고성 상족암의 웅장한 위용이 장관이다. |
다시 계단을 올라 목재덱을 따라 바다 위를 떠가는 기분으로 걸으면 작은 모래해변을 낀 경상남도청소년수련원. 그대로 직진, 목재덱을 타면 해변길을 굽이굽이 이어진다. 이윽고 해수풀장과 야영장을 지난다. 아스팔트 도로 인도를 따라 직진, 입암마을로 접어들면 왼쪽에 주상절리 안내판. 광주 무등산 입석대나 서석대, 제주 서귀포 주상절리 등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입암마을 최고의 경관은 해안 주상절리 위에 마련된 병풍바위 전망대. 이 전망대는 절벽 위에서 공중으로 7m 정도 나와 있어 마치 바다 위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함을 준다. 발 아래 양옆으로 병풍바위의 주상절리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수정처럼 맑은 물 속에는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선명하다. 정면 멀리 상족암과 공룡박물관, 그리고 지나온 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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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풍바위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병풍바위의 주상절리. |
전망대를 지나 한굽이 더 돌아 군부대 옆을 통과하면 맥전포항. 왼쪽으로 항구 순환로를 따르면 음악분수대와 노래탑, 거북선 모형 놀이터 등을 지난다. 항구 끝 목재덱이 깔려 있는 방파제전망대에서 주변 풍광을 일별하고 다시 100여m 되돌아와 지붕에 폐타이어 수백 개를 올려놓은 건물 옆에서 임도를 타고 우측 산으로 오른다. 전 씨, 박 씨 부부 묘를 지나 100m쯤 가면 왼쪽 공동묘지를 버리고 우측 샛길로 내려선다. 여기 부터는 길이 다소 불친절하다. 곧바로 갯가 움푹한 부분. 파도에 떠밀려온 스티로폼 부표 등 폐어구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곳을 통과 왼쪽 바위면을 타고 올라 옛길을 따라가면 문득 눈 앞에 거대한 해안 절벽이 등장한다. 코앞 해상에는 안장섬이 있고, 그 뒤로 사량도의 암봉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옥녀봉 구름다리도 보인다. 풍광이 멋드러진 이곳을 취재팀은 '사량도 전망대'라 명명했다.
■병풍바위전망대·주상절리 볼거리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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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상족암 하부 해식동굴 안에서 밖으로 본 모습. |
왼쪽 가파른 길을 따라 절벽 위로 가야한다. 희미하지만 길은 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자. 10여분 후 절벽 위 남평 문씨 묘에 닿으면 왼쪽으로 난 능선길을 따른다. 2분 후 Y자 갈림길에서 우측 길을 택해 2분만 가면 안부 사거리. 밭 사잇길로 직진, 3분만 더 가면 큰 소나무가 버티고 서있는 목너미재다. 맥전포항에서 용암포항으로 넘어오는 작은 고개다. 우측 용암포 마을로 들어선 후 1010번 지방도로까지 나간다. 용암포는 사량도행 카훼리여객선이 출발하는 작은 포구다. 지방도를 따라 우측으로 15분쯤 가서 장춘교를 건넌다. 다리 건너 갈림길에서 우측 2시 방향 시멘트길을 택한다. 오른쪽 멀리 보이는 발막개항으로 가는 길이다. 소나무 멋드러진 삼거리에서 우회전, 오른쪽에 바다를 끼고 10여분 걸어가면 발막개항 방파제 지나 막다른 길. 왼쪽으로 산을 넘어가는 임도가 보인다. 농장 왼쪽으로 넘어가면 전신주가 서있는 웅덩이앞 삼거리. 솔잎이 푸르고 하늘도 푸르니 웅덩이 물빛도 푸르다. 왼쪽 흙길을 따른다. 2분 후 능선 사거리에서 트레바스 해 1시 방향 내리막길을 탄다. 내려서서 옛 농경지터에서 왼쪽 11시 방향으로 통과하면 희미한 산길이 보인다. 전형적인 묵은 옛길. 수풀을 헤치면서 2분쯤 진행하면 무명 묘가 나오고 이곳에서 바다를 보면서 왼쪽 11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후반부 해변 산자락 길 희미해 주의 필요
10분 후 마침내 바닷가 농장앞 임도. 갯벌 왼쪽을 따라 계속 진행하면 둑길을 만나고 오른쪽으로 꺾어 200m쯤 가면 1010번 지방도 앞 갯벌체험장 개수대다. 도로를 타고 우측으로 조금만 가면 동화마을 입구 삼거리. 정면에는 좌이산이 우뚝하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먼 발치에 비포성지 북문이 보인다. 지금은 보수 공사 중이어서 성터에 올라갈 수 없다. 북문 아랫길로 300m쯤 돌아가면 종착지인 동문이 나온다.
◆떠나기 전에
- 군사기지 소을비포성지, 이순신 묵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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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 하일면 동화리 소을비포성지 북문. |
코스의 종착지인 경남 고성군 하일면 동화리 비포성지의 정식 명칭은 소을비포성지(所乙非浦城地)이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139호로 지정돼 있는 이 성터는 정확한 축조 연대를 알 수 없지만 성곽 축조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조선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약 3m 높이의 성벽이 200m가량 둘러쳐 있고 성 내부에는 관아터의 주춧돌 등이 남아있다. 규모로 볼 때 읍성이라기 보다는 주로 소규모 군사들이 채류하던 군사용 성곽으로 해석된다. 왜구들의 노략질에 대비한 군사용 성인 것이다. 난중일기 등에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함대를 이끌고 제1차 출진을 할 때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어갔다고 기록돼 있는 곳이다. 리아스식 해안에 위치한 이곳은 만 안쪽에 숨어 있는 까닭에 태풍과 적군의 감시로부터 배를 피신시켜 정박할 수 있다. 또 왜구 노략질이 심하던 시기 먼 바다까지 볼 수 있는 좌이산 정상 봉수대에서 피운 봉화를 신호 삼아 군함을 출동시킬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이 조성돼 있는 곳이다.
◆교통편
- 사천IC서 내려 삼천포 거쳐 상족암 쪽으로
남해고속도로 사천IC에서 내려 삼천포 방향으로 3번 국도를 탄다. 사천읍을 지나 송포교차로에서 3번 국도를 버리고 삼천포 방향 왼쪽 길을 택한다. 3.7㎞쯤 진행, 신치삼거리에서 우측 도로를 타고 2.2㎞만 가면 목전빌딩사거리. 시외버스터미널 방향 좌회전 직후 고성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77번 국도다.
5.6㎞가량 직진 후 정곡삼거리에서 상족암, 공룡박물관 방향으로 우측 길을 택한다. 3㎞쯤 가서 공룡박물관 정문 직전 덕명삼거리에서 우회전해 400m쯤 내려가면 출발지인 덕명리 해변 주차장에 닿는다.
차량 회수를 위해서는 종착지인 동화마을 앞 삼거리에서 덕명삼거리까지 오후 5시20분과 7시10분에 있는 버스를 이용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첫댓글 바다 풍경을 덤으로 선사를 받으면서 곳곳 둘러볼곳이 많은곳으로 보입니다
더운날을 피해서 가을쯤에 공지 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