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조직 나사'부터 빠져있다.
거의 하루 한 번꼴 고장·사고, 작년 동 기간보다 22% 많아
조선일보 | 곽창렬 기자 | 입력 2011.04.2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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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국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철도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대로 가다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가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는 것이다.
◆ 하루 한 번꼴로 사고·고장
본지가 25일 국토해양부를 통해 올들어 3월까지 발생한 철도사고· 고장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3달 동안 거의 하루 1번꼴인 82건의 사고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고발생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 발생한 건수(67건)보다 22%(15건) 증가한 것이다.
특히, KTX 의 사고·고장은 2010년 3월까지 10건에 그쳤지만, 올해는 3배 이상 급증한 34건 발생했다.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같은 일반열차는 40건, 23일 탈선한 분당선과 같은 도시철도 사고· 고장도 8건 발생했다.
대부분의 사고·고장이 정비 불량 등 직원들의 태만과 관련있는 것이어서
코레일이 전체적으로 나사가 풀린 것 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차량의 시설·장비 결함이 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호 장비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9건,
기관사 등 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가 4건 등이었다.
전체적으로 철도 사고는 지난 2004년 이후 감소하다가
2009년 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로 돌아섰고, 올 들어 급증하고 있다.
2009년 사고가 305건, 지난해에도 2009년과 비슷한 299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올 1분기에만 벌써 82건 발생한 것이다.
◆ 기강 해이에다 리더십도 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연이은 사고·고장은 수십년 동안 철도를 독점해온
코레일의 기강 해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교통연구원 김연규 선임연구위원은 "코레일 자체가 오랜 기간 독점하다 보니
기강 해이가 나타난 측면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의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9년 3월 부임해 2년 이상 코레일을 이끈 허 사장은 정원을 5000여명 감축하고,
해마다 파업을 벌여온 철도노조를 지난해 무파업노조로 변신시킨 점 등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안전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고, 직원들의 자발적인 협조도 받아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철도기술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코레일 CEO가 선언적으로만 안전제일 원칙을 내세우고,
실제로는 비용을 줄이는 경영 효율화에 우선을 둔 것은 사실이다.
허 사장이 노사관계를 강경하게 간 것도 역시 안전보다는 효율에 우선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안전을 가장 중시하지 않는 CEO가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
그런 논리는 허 사장에 반대하는 노조에서 퍼트리는 논리이다. 철도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지난해 말 KTX-산천을 투입하면서 자잘한 고장이 많아 사고·고장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