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토요일입니다.
엄마 오면 함께 집에 가고 싶다는 *진이의 응석어린 기도가 있었죠. 다들 그만큼 부모님과 동생들을 기다린 기쁜 날이에요.
그전에 해야할 일들이 있어요. 어제에 이어 퇴비 만드는 작업과 동시에 돼지를 잡아야하거든요.
재일이와 성원이, 사능이와 재호가 한 팀을 이뤄 음식물퇴비를 나르기로 했어요.
최근 음식물찌꺼기까지 함께 있어서 냄새가 좀~
삽보다는 삼지창으로 뜨는게 더 수월하네요.
재호는 입에 강아지풀까지 물고 여유있는 모습을~
세진이와 경석이는 불 피우느라 30여분을 보냅니다~ 처음부터 나뭇가지를 아궁이 가득 넣고 불 피우려고 하던 도시촌놈들~
불과 종이만 있으면 되는줄 알았는데 쉽지않아요~
수레 가득 음식물 쓰레기를 팀별로 서너번씩 나르고 어느새 세진이와 경석이는 불을 지피는데 성공, 돼지털을 벗기기위한 물을 끓였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이 끝날무렵 바우님께서 전원 소집~
이제 돼지를 잡아야한단다.
돼지를 잡는 도축장은 이웃 지역인 함평에 있다고 합니다.
옛날처럼 마을에서 돼지 잡아 잔치하는 공동체 문화가 거의 사라진 시골인지라 요즘은 돼지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도 힘들고 도축에 관한 규율도 까다로워 함부로 잡을 수 없다고 해요.
그런 이유도 있고 육식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직접 잡기로 했답니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은 바우님께서 처리하기로 하셨고요.
아이들이 현장에 있는 동안 제가 아궁이를 맡고 있었는데 비명소리 한 번 들리지 않아 아직인가?했는데
물 뜨러 온 학생 말이 아까 죽었다 해서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비명없이 잘 가셨다고 하네요. _()_
조촐하게 고사를 지냈습니다.
생명을 바쳐 우리에게 오실 은혜에 감사하며 그 은혜를 잘 갚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_()_
짧지만 함께 지낸 이틀을 기억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고 겸허한 자세로 돼지의 은혜를 받겠습니다. _()_
고맙다 돼지야! _()_
돼지가 숨을 거둔후 정읍 중심터에 가셨던 밥풀님이 오셨습니다.
털 제거부터 부위별 해체까지 도맡아 하시며 아이들에게 해부학 교실을 열어주셨어요.
"이 부위가 횡경막으로 제비살이란 거야. 좀 있다 구워먹자."
"우리 돌쇠 한번 들어봐~"
"으윽~"
바우님은 털을 벗겨내시고 재일이는 뒤에서 몰래 홀짝~ 목이 말라서였을까? 마음이 좀 그래서였을까?
ㅋㅋㅋㅋ
대나무는 그냥 넣으면 터져서 위험하니 이렇게 쪼개주어야해~
고기 구우려고 하니 땡땡이 치다 나타난 성원이~ 역쉬 먹을 복이 있구나!
어느새 경석이도 왔네!
이후 부모님과 동생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멀리 창원에서 진안에서 천안에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사능이 아버지와 동생은 영광에서~
그리고 밤, 학부모회 회장님이신 사능이 아버님께서 대나무에 돼지고기를 꿰어 모닥불위에 세우시고
원시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셨습니다.
한쪽에선 석쇠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오랜 만에 만난 부모님들끼리 진솔한 대화가~
9월 말의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저녁, 따스한 거리를 유지한채 불명상 하는 것도 좋았지만
2주간 아이들과 함께 한 바우 황대권 선생님의 소감과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공동체와 생명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밤 새워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