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창에서 개최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2) 기간인 10월 12일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됐다. 이로 인해 해외 생물자원을 원료로 수입하는 제약,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자원 제공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익 공유에 관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원료확보와 연구개발 등에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바이오협회의 황광구 상근부회장에게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따른 국내 바이오산업계와 협회의 입장을 들어본다.
바이오산업, 작지만 큰 부가가치 지닌 산업
바이오산업은 DNA·단백질·세포 등 생명체 관련기술을 직접 활용해 의약품이나 화학제품, 연료 등을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최근엔 IT·NT 융복합기술을 접목, 응용하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은 2012년 기준으로 300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오협회의 황광구 상근부회장은 “인류가 직면한 질병과 고령화 문제, 환경 및 에너지 문제 등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바로 바이오산업에 숨겨져 있다” 이러한 “바이오기술의 발전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높은 치료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화학제품을 대체해 식물을 원료로한 바이오화학제품과 바이오연료뿐만 아니라 인체의 생체변화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기들도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학계에서 회자돼왔던 많은 부분들이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우리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 및 제품화 성공가능성은 낮지만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대표적인 High Risk(고위험), High Return(고수익) 산업이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평균 15년이라는 기간과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소요되는데 일단 의약품으로 허가가 나면 특허에 의해 복제약 진입을 막고(시장독점), 수 조원의 고수익 창출도 가능한 분야다.
작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매출 상위 10개 의약품 중 7개가 바이오의약품이다.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도 바이오의약품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치료제인 휴미라(Humira)라는 제품으로 작년에만 무려 1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제품은 특허에 의해 보호를 받기 때문에 특허 만료 전까지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처럼 바이오제품은 매력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바이오 분야에 뛰어드는 이유라고 황 부회장은 설명했다.
실질적 발효로 국내산업 타격, 제품가격 상승으로 국민전체에 영향
이러한 세계적인 바이오산업에 우리나라 역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 바이오산업을 이끌고 있는 한국바이오협회는 한국생명공학연구조합, 한국바이오산업협회, 한국바이오벤처협회 등 3개 단체가 2008년 통합해 출범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벤처기업 등 총 210 여개의 회원사로 구성돼 있다. 황 부회장은 “협회는 회원사와 국내 바이오업계를 위해 지난 30여 년간 함께 해왔다”며 “협회는 우리 업계에게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고민하고 하나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금은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인해 국내 바이오산업이 위축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에 여념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고야의정서가 실질적으로 발효된다면 관련 기업들은 이에 따른 규정을 준수해야겠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유전자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과 비싼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주로 해외자원을 이용하는 국내 기업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에는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부회장은 “나고야의정서에 의해 생물자원보유국으로부터 유전자원 수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유전자원을 보유한 나라가 기술이전을 포함한 공동개발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활동하지 않고 현지로 나가 개발 및 생산을 할 유인이 높아질 것이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다음은 국내에서 생산을 하는 경우 자원보유국과의 이익공유로 인한 수익률 저하와 이를 회피하기 위한 원가 상승압력이 발생하는 것 또한 큰 문제다. 황 부회장은 “나고야의정서에 의해 이익 공유에 대한 계약조항을 포함하게 되면 원가 상승분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으로 경쟁력 하락은 물론, 가격상승에 의한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익공유를 위한 계약 과정에서 절차의 복잡성과 시간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황 부회장은 “협회차원에서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기업들의 우려를 조사한 결과, 유전자원 이용 시 그 나라의 절차로 인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바이오산업이 시간과 돈의 싸움인데 시간적 지연으로 기업경쟁력이 약화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신속한 투자를 받아 R&D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투자자의 관심이 떨어지게 되면 투자받기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황 부회장의 설명이다.
정부, 수입생물자원 대체할 수 있는 국내자원 파악 중요
정부는 지난해 11월 구성된 ‘생물자원 산·학·연 협의체’를 통해 국내외 동향과 수요 파악, 유용성 연구과제 발굴과 공동 추진, 기술개발 성공 가능성 탐색과 부가가치 평가, 나고야의정서 산업계 공동 대응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황 부회장은 “나고야의정서의 이익 공유 문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생물자원 자체가 대체가능한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고, 우리나라 특성상 유전자원을 많이 이용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용국의 입장에서 국제적인 협상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애로사항과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여 정부차원에서 정책 수립과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환경부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산업계 인식제고 및 교육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바이오산업의 육성과 진흥의 주무부처 중의 하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이익 공유 문제와 계약체결 절차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한 상태로 이 문제는 정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쟁점이 되는 국가와는 전략적으로 유전자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협회, 1:1 상담과 생물자원관련 소송, 계약 등 전문가 구성
국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해 전담 부서나 전담 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나고야의정서 관련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아 향후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협회는 이러한 기업들을 위해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정보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의 요청에 의해 1:1 상담은 물론 전국 각 지역에 소재한 BT특화센터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해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설명 및 기업들의 인식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혼자가 아닌 파트너십을 구성해야 목표한 곳에 도달 할 수 있는 산업이다. 황 부회장은 “협회는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 부처는 물론 협회와 회원사간 그리고 국내외 바이오기업 간의 교류협력을 통해 바이오기업이 겪고 있는 각종 규제나 애로사항들을 해결하고 산업계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공고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대응으로 “환경부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은 물론 회원사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 확대, 협회와 회원사간의 소통 강화, 협회 자체역량 강화를 꾀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