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위기관리에 능숙한 사람이다.
칠년이 넘도록 내전에 휘말려 힘들어했던 통치초기에
화해와 평화의 제스처로 그 위기를 극복하였다.
유다지파만의 왕이었던 그가 명실 공히 이스라엘 전체의 왕으로 등극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말년에 또 다시 내전에 휘말리게 된다.
아들 압살롬의 반란을 겨우 진정시킨 상황에서 베냐민 지파의 사람 세바가 들고 일어선 것이다.
사태를 진압하기 위하여 아마사를 앞세웠으나 그는 요압에 의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다.
요압은 모든 군을 장악하고 여세를 몰아 세바의 반란을 효과적으로 제압한다.
다시금 평화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정부 조직표이다.
그런데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다윗의
초기 정부조직과 말기 정부조직 사이에 달라진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러한 구도를 통해 성경의 기록자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다윗 정부의 조직을 일러주는 본문은 두 곳에 나타난다.
아브넬과 이스보셋의 죽음 뒤에 안정을 찾은 다윗 정부의 조직이다.
그리고 다음은 아마사와 세바의 죽음 뒤에 안정을 되찾은 다윗 정부의 조직이다.
“스루야의 아들 요압은 군사령관이 되고
아할룻의 아들 여호사밧은 사관이 되고
아히둡의 아들 사독과 아비아달의 아들 아히멜렉은 제사장이 되고
스라야는 서기관이 되고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는 그렛 사람과 블렛 사람을 관할하고
다윗의 아들들은 대신들이 되니라.”(삼하8:16-18)
“요압은 이스라엘 온 군대의 지휘관이 되고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는 그렛 사람과 블렛 사람의 지휘관이 되고
아도람은 감역관이 되고
아할룻의 아들 여호사밧은 사관이 되고
스와는 서기관이 되고
사독과 아비아달은 제사장이 되고
야일 사람 이라는 다윗의 대신이 되니라.”(삼하20:23-26)
이 두 조직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하는 것은 히브리 문학양식이다.
사실상 기록자는 이러한 문학기법을 통해 다윗 정부의 달라진 무게중심을 강조하고 있다.
초기 정부의 조직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 조직표를 찬찬히 읽어보면 분명 인쿠르지오 양식으로 기록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즉 요압과 브나야로 대표되는 군대의 지휘관들이 외곽을 포진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축에 여호사밧과 스라야로 그려진 사관과 서기관의 포진이다.
그 중앙에 제사장들인 사독과 아비아달이 포진하고 있다.
물론 본문에는 아비아달의 아들 아히멜렉으로 나와 있으나 이는 뒤 바뀐 것으로 사료된다.
이것을 도표로 그려보면 더욱 확연하게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A. 군 사령관 요압
B. 사관 여호사밧
C. 제사장 사독과 아비아달
B' 서기관 스라야
A' 외인부대 관할 브나야
이러한 도표의 문제는 대신으로 임명된 다윗의 아들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남아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대신으로 번역된 내용은 사실상 조언자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그렇게 중요한 정부조직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다윗 통치의 말기 정부조직은 어떠한가?
저자는 의도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초기 통치조직이 입체적 구도를 지닌 반면
말기의 조직은 평면적 구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평면적 구도를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다윗의 통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평면적 구도를 통해 다윗 정부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무엇보다도 다윗 정부는 공권력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소위
세속화된 정부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고대국가의 공권력은 군대의 조직에서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미묘하지만 달라진 표현을 통해 요압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엿볼 수 있다.
“이스라엘 온 군대의 지휘관”이 된 요압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리고 요압의 권세에 버금갈 만한,
어쩜 사실상 더 강력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용병부대의 지휘관인 브나야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감역관이란 직임의 사람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의 감역관이란 결국 정부가 발주한 공사에 투입될 노동력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당시의 구조상 노동력의 대부분은 전쟁포로로 구성된 만큼
감역관은 또 다른 형태의 공권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윗의 정부는 외견상 강화된 공권력에 의존하는 세속화된 정부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한 숨은 의도일 것이다.
전통적 직임은 사관과 서기관의 배치와 더불어 제사장들의 위치가 말단에 소개되고 있다.
이것은 다윗 통치의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했는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본보기이다.
제사장인 사독과 아비아달, 여기에 다윗의 제사장으로 야일 사람 이라를 내세우고 있음을 본다.
이것은 제사장 집단을 여전히 관료로 인정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세속통치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윗의 초기 통치의 중심은 하나님께 묻는 신앙중심에 있다.
따라서 제사장들이 중앙에 포진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통치 말기로 가면서 중심은 흔들린다.
우리야의 아내인 밧세바와의 간통과 이어지는 살인교사를 정점으로
그의 신앙은 상당히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제사장들을 멀리하게 된다.
다윗은 강력한 정부를 표방하면서 공권력을 강화하고 회중들에게 공포를 심어준다.
그에 따라 제사장들의 비중은 점차 약화하게 되고
이것은 다윗의 영적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표시이기도 하다.
다윗 정부의 초기와 말기의 도표를 통해
신본주의 통치에서 인본주의 통치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메시지일 것이다.
하나님 중심에서 이탈하지 말라.
말씀 중심에서 이탈하지 말라.
교회 중심에서 이탈하지 말라.
첫댓글 제사장의 비중에 따른 다윗의 영적상태 진단이라는 부분은 저 스스로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해가 쏙쏙 잘되네요. 감사합니다. 목사님. ^^
본문에 충실하다보니 설교하기가 힘드셨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성도된 저도 처음엔 힘들다고 느꼈지만 아무도 그부분을 가르쳐 주지 않을텐데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앙중심 말씀중심으로 살고자 다짐합니다.
저는 오늘 다윗에 대해 연구한 날인가봅니다. 오늘 아침에도 "하나님 마음에 합한자"란 주제로 다윗에 관한 김문훈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거든요*^_^*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