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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
한국영화, 장르:드라마 개봉:2017.09.21
감독:김현석, 원안:강지연, 각본:유승희, 제작:영화사 시선
주연:나문희,이제훈, 관객:3,273,559명(2017.11.30.현재)
1. 미국 연방의회 일본군 위안부 사죄(HR121)결의안
1910년의 한일합방, 그리고 1931년의 만주사변과 1937년의 중국전쟁을 계기로 일본제국주의의 세계적 야욕은 브레이크가 없었다. 예상을 빗나간 제국주의 전쟁은 생각보다 훨씬더 늦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건강성을 잃은 일본군의 현지여성에 대한 강간, 폭력사태는 끊임없이 이어져 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군은 비밀리에 “군위안소”를 설립하였다. 일본정부는 일본인 여성들에게 천황의 군대 확장을 위한 출산을 장려하였다. 그러나 식민지 국가인 조선과 대만지역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드러내었다. 일본기업과 군대는 범죄적 사기와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여 식민지 여성을 군위안소로 보내었다. 군위안소에서 일어났던 각종 증언들은 인권적 차원을 넘어 상상하기 어려운 지옥생활이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여성들은 다른 남자에게 당한 성적 수치와 폭력에 대하여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전쟁종료와 함께 잊혀져 갔다.
그로부터 45년이 흐른 1990년대 한국의 여성운동은 민주인권운동과 함께 급격히 성장하였다. 이와 함께 여성의 성유린에 대한 실태조사가 밝혀지면서 일본제국주의의 만행도 수면위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시작된 일제시대 여성 위안부에 관한 문제는 대만과 필리핀 등 아시아를 넘어 네덜란드와 유럽에 까지 이어져 갔으며, 결국 UN차원의 조사가 요구되었다.
진실에 대한 사실규명과 사죄와 배상,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 UN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사실, 그 자체를 강력하게 부인하며 위안부의 심장에 다시한번 총을 겨누었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제국적 사고에 개탄을 금치 못하였던 미국과 한국과 중국의 교포사회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1990년대 중반 미국의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1997년, 미국 일리노이주의 민주당 의원인 “다니엘 윌리암 리핀스키”(Daniel William Lipinski)가 주도하는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미국연방의회에 제출되었다. 같은 일리노이주의 “레인 알렌 에반스”(Lane Allen Evans)의원은 3년후인 2000년을 시작으로 2001년, 2003년, 2005년, 2006년 5회 연속으로 연방의회 하원의원에 상정시켰다. 2006년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드디어 가결(House Resolution 759)되었으나 어떤 이유에서 였는지 하원 본의회에 상정되지 못한채 폐기되고 말았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미국 사회에서 잠들지 않았다. 인권문제가 대두될 때 마다 이 문제는 항상 주요 이슈가 되었으며, 결국 2007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본계 미국인 “마이클 혼다”(Michael Honda)의원은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Affairs)의 “아시아태평양환경소위원회”(Subcommittee on Asia, the Pacific, and the Global Environment)에 결의안을 제출하였으며, 2월15일에는 의회에서 관련자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바로 이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직접적 피해자인 “이용수”할머니와 “김군자”할머니의 용기있는 증언이 있었다. 당시 현장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피해자 “잰 러프 오헤른”할머니의 증언도 함께 이루어 졌다. 마이클 혼다 의원은 이미 1999년,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하여 채택한 바 있다.(Assembly Joint Resolution 27 on War Crime: Japanese Military during World War)
그후 2007년 6월26일, 마이클 혼다의원이 제출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은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찬성39표, 반대2표로 공식 채택되었으며 7월30일, 미국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 되었다. 이것은 1995년에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 (Asian Women’s Fund)과 함께 일본의 제국적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후 일본정부의 태도가 변한 것은 별로 없었다. 사과와 망언을 반복하는 경제대국으로서의 일본의 소극적 태도는 일본이 진정한 의미의 강대국이 될수 없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 하원의 결의는 전세계 모든 국가에 일본의 만행이 진실이었음을 확인하는 명확한 증거가 되었으며, 유대인 학살의 주역으로서 끊임없는 자성의 태도를 보여주는 독일과 대비되는 중요한 관점이 되고 있다.
2.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명진구 봉원동 봉원시장에서 OK수선실을 경영하는 76세의 “나옥분”(나문희역)은 20년간 8천건의 민원을 제기한 “도깨비할매”다. 미국 LA에 사는 남동생 “정남”(데니스 옌역)을 찾기 위해 영어회화에 전념하는 그녀의 영어학원 닉네임은 “제니퍼”다. 그녀의 출근길은 봉원시장이 아니다. 매일 아침 명진구청으로 출근해 민원으로 출근도장을 찍고 가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다.
명진구청 민원봉사과로 발령을 받은 34세의 “박민재”(이제훈역)는 7급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며, 영어회화 토익950점의 9급 공무원이다. 원칙주의로 일관하는 그에겐 유일한 혈육인 고3의 남동생 “박영재”(성유빈역)가 있다. 그는 지금 7급공무원을 대비하며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탁월한 회화실력을 갖추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도장을 찍는 봉원시장의 대부이자 명진구청의 블랙리스트, 나옥분은 수많은 민원서류를 들고 민원봉사과를 찾는다. 새롭게 첫대면한 박민재와 나옥분의 긴장감도는 승부는 일단 나옥분의 판정패다. 8급 공무원으로 4차원적 사고를 지닌 동료 “아영”(정연주역)은 나옥분의 존재감에 대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며 긴장을 유도하지만 박민재는 “원칙주의”로 맞서며 전열을 가다듬는다.
봉원시장은 지금 재개발지역으로 매각되는 과정속에서 사업자와 충돌을 빚고 있다. 봉원시장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혜정”(이상희역)은 나옥분과 늘 잦은 충돌을 빚는다. 돌출간판 하나를 놓고 이런저런 분쟁을 하는 그녀의 삶은 악바리다. 그만큼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혜정의 가게에 철거용역팀 “빡빡이”(김일웅역)와 일행이 나타나 1개월내 가게를 비워줄 것을 경고한다. 시장 사람들이 혜정의 가게 주위를 돌며 구경을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를 도와주려는 용기는 품어내지 않는다. 바로 그때 나타난 나옥분이 빡빡이의 정체를 캐내려 하지만 그는 바쁜 걸음으로 자리를 떠나 버린다. 혜정은 10대 남학생에게 술을 팔다가 단속에 걸리게 되자 이것이 나옥분의 고발이라고 오해하지만 실제는 빡빡이의 함정이었음을 알고 후회를 한다.
한편, 나옥분의 출근길은 여전히 명진구청이다. 원칙을 지켜라는 박민재의 요구에 번호표 수십장을 뽑아든 나옥분은 민원실에 전세를 내며 혼자서 독차지한다. 어제의 판정패를 뒤집기하며 한판승을 거둔 나옥분은 박민재의 단일 창구가 되어 그녀의 민원을 처리한다.어느날 “명진구청장”(이대연역)이 박민재를 찾는다. 민원실의 터주대감 “양팀장”(박철민역)과 함께 구청장실을 찾았을 때 그곳에는 봉원시장 “개발대표”(이동희역)사장도 동석하고 있었다. 구청장으로서 봉원시장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던 두사람은 이 문제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싶은 욕망에 차 있다. 박민재는 구청에서 개발사에 행정소송을 내고 개발사는 항소를 하여 승소함으로서 구청과 개발사 양측을 만족시키는 투 드랙 작전을 제안한다.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나옥분은 박민재의 행정소송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그동안의 정보를 담은 보자기를 들고 와서 힘을 실어주지만 그녀가 전달한 모든 정보는 문서파쇄실로 들어가 버린다.
영어회화 공부에 열혈수험생인 나옥분은 오늘 밤에도 영어학원을 찾는다.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수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학원측으로부터 외면을 당한 나옥분이 계단을 내려올 무렵, 명진구청 공무원 박민재와 조우하며 그에게 영어 과외교사가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도깨비 할매로 그동안 각종민원을 제기해 왔던 그녀에게 누가 손을 내밀어 영어를 가르쳐 줄까? 박민재는 한마디로 거절하지만 집밥을 그리워 했던 남동생 영재가 저녁을 먹는 장면을 목격하고 영어교사를 자청한다. 그렇게 인연이 된 박민재와 나옥분은 사제 지간인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엄마와 같은 정에 이끌린다.
어릴 때 헤어져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남동생 “정남”이를 찾으려고 영어를 배운다는 나옥분의 말에 영어를 가르치던 어느날, 나옥분은 평생의 비밀인 위안부 인생 이야기를 박민재에게 털어 놓는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인 “문정심”(손숙역) 또한 위안부의 인생역경을 경험했다. 그녀는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영어를 배웠다. 그녀가 고발한 위안부 실상을 통역사가 엉터리로 전하는 사실에 통탄하며 스스로 고발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오랜 치매로 인하여 자신의 인생 전체를 잃어가고 있다.
문정심에 비해 나옥분은 위안부 인생을 철저하게 숨겨 왔다. 어머니의 소원이며 유언이기도 하였던 자신의 운명 때문이다. 그렇게 정부의 위안부 조사때도 나옥분은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위안부 인생은 언제나 베일에 가려진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삶을 박민재에게 알려 줌으로서 그녀는 지금 위안부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려주려는 용기를 내고 있다. 나옥분이 영어를 배우려는 진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실상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나옥분이 오늘도 어김없이 명진구청에 출근하였을 때, 그녀는 양팀장으로부터 봉원시장 재개발에 관한 소식을 접한다. 행정소송은 하나의 절차일뿐 개발사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에 분노한 나옥분이 박민재를 찾아가 자기가 준 정보자료를 달라고 요청하지만 문서는 이미 파쇄된 후이다. 이렇게 박민재와 나옥분의 인연은 끝나는 것처럼 보여 졌다.
봉원시장 나옥분의 둘도 없는 여동생은 진주슈퍼 “진주댁”(염혜란역)이다. 그녀는 먹을것만 있으면 나옥분을 찾아 나눔을 가지는 정다운 관계다. 도깨비 할매라고 다들 손가락질 하지만 그녀 만큼은 오직 나옥분을 지지한다. 봉원시장을 사랑하는 그녀의 진심을 알기 때문이다.
평생을 위안부 실상을 밝히려고 헌신해 왔던 문정심은 이제 더 이상 어떤 활동도 할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옥분은 이제 자신이 용기를 내고 나서야 할때라고 결심하고 이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HR121”(일본군 위안부사죄결의안)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한 것이다. 9시 메인 뉴스에 그동안 감추어 졌던 그녀의 소식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이 소식은 명진구청과 봉원시장 전역에 전해졌고 모든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봉원시장 진주댁은 나옥분의 이같은 비밀에 섭섭함을 토로한다. 그동안 둘도 없는 하나의 관계로 여겨졌던 진주댁과 나옥분은 그렇게 눈물로 함께 하나된다.
한때 도깨비할매로서 민원왕의 자리를 차지하며 외로운 삶을 살아왔던 은둔의 나옥분은 이제 일제시대 가장 처절한 피해자의 신분으로 되돌아와 전국민적 관심을 이끌고 있다.그러나 그녀의 용기와 결단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도착한 미국의 여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그녀가 숨겨온 그녀의 발자취 때문이다. 그녀는 한국정부에 위안부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 이것을 이유로 일본측 대표는 그녀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나옥분의 유일한 지원군인 박민재는 그녀의 위안부 인생을 증명하는 전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해 구청장과 시장과 장관의 서명을 받아내며 국가적 관심사를 보여주지만 일본측 대표는 졸속처리과정을 문제삼으며 끝까지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에 박민재는 그녀의 위안부 인생을 증명하는 빗바랜 사진 한장을 들고 워싱턴 의회로 날아간다.
네덜란드 출신의 위안부 희생자 “잰 러프 오헤른”할머니의 증언을 듣는 나옥분은 “금주”(김소진역)의 통역에 긴장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가 분노를 억제하며 강단에서 내려오자 의회 “의장”(로라 포역)은 나옥분에게 연설을 할 것을 요청한다. 의회장에선 그녀의 증언에 관한 신빙성을 불신하며 위안부 증인으로서의 효력에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자 나옥분은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라고 말하며 강단에 올라섰다. 그러나 그녀는 두려움과 긴장으로 인하여 심한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 바로 그때 워싱턴의회에 도착한 박민재가 의회 밖 입구에서 소리 지르며 빗바랜 사진 한 장을 의회의장에게 건넨다. 박민재의 목소리에 용기를 낸 나옥분은 현란한 영어회화로 의회장을 압도하며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그녀의 연설이 끝났을 때 모든 사람들은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며 그녀를 의심하였던 일부 의원들은 입구에서 그녀에게 일일이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일본대표측의 태도는 여전히 불손했으며 진정한 사과 한마디는 들을 수 없었다.
박민재는 7급공무원 서류전형과 시험을 통과하며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나옥분은 자신의 일터인 봉원시장으로 돌아와 예전의 잔소리꾼으로 회복하고 있다. 나옥분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도깨비도 아니고 왕따도 아니다. 그저 함께 잘 살아보자고 말하는 우리 모두의“엄마”다. 봉원시장 재개발 사업은 취소되고 봉원시장은 현대화 작업을 하며 활력넘치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화는 끝이났다. 이 영화는 “이용수, 김군자”할머니의 실제 증언을 모토로 제작되었다.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피해자는 숨어서 살아야 하고, 가해자인 일본은 당당하게 살고있는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는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개인과 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세계경제대국으로서 그에 걸맞는 품격을 가져야 한다. 씻을수 없는 상처를 몸과 마음에 지니며 살아가고 있지만 정에 넘치는 우리의 엄마가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연약한 소녀들은 스스로가 권리회복을 위해 영어를 배우고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여전히 국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고, 그때의 피해자들 또한 진정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채 대부분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영화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우리 자신의 잘못과 과오와 반성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 있다면 지금 즉시 “I am sorry"를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용기란 피해자만 내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도 함께 가지는 것이다. 진정한 회개의 삶이 우리앞에 놓여있다. 또한 우리 주변에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가지면서 외롭게 지내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다시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