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언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한지도 어언10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어쩌다 착한 실수로 유료카드로 결제가 되기도 하지만
십중팔구는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고맙기도 하려니와 상념도 여러가지다
오늘 아침에도 2호선을 우대권으로 타고 잠실새내역에 내려서 밖으로 나오는데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온몸을 기우려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닦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지 아니하고 그분에게 '수고 많으십니다'했더니 그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깅하고 좋은 날 되세요'했다. 나도 한 손으로 고마움을 나타내면서 '감사합니다'했다.
밖으로 나와서 길을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동안 나름대로 도가 트였다. 승강장으로 갈 때 승객들이 이미 내리거나 올라올 때는 진작 늦었으니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이동하면 된다. 술을 많이 마시고 가다가 거시기가 마려우면 도중에 화장실을 갔다가 와도 무방하다. 모든 운행은 시간표대로 움직이니 거기에 맞추어야지 내가 아무리 서두른다고 열차가 와주지는 않는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니 차량이 갈수록 안락하며 쾌적해지고 안내서비스도 계속 Upgrade되는 것을 실감한다. 얼마 전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이렇게 친절한 멘트가 나왔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안전한 귀가길을 돕는 열차 승무원ㅇㅇㅇ입니다. '오늘도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밤길 잘 살펴가시고 평안한 저녁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친절한 안내에 감동받아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어서 역사무실을 찾아갔다. 막상 그곳으로 가보니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했다. 당역에서 바로 신고할 수도 없어서 본부로 연락해야한다는데 그쪽에서 계속 통화중이어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 모처럼 착한 일을 해본다는 것이 마음처럼 안되었다. 나중에 어떤 조간신문을 읽다보니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독자가 쓴 글이 올라와 있었다.
노인들은 지하철을 탈 때 보통 노인그림이 그려진 곳에서 탄다. 나는 노약자석에 빈자리가 없으면 설령 서서 가더라도 그 구역을 벗어나지 않으려한다. 그 경계를 넘으면 젊은이들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아서다. 운 좋게 경로석에 앉게되면 글을 읽기도 하고 카톡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보다 더 노약자가 타면 기꺼이 양보한다.
우대대상자라도 조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노약자석에는 그림으로 어린이, 노인, 임신부, 환자가 그려져 있어서 노인만이 우대받는 곳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쩔 때는 젊은 여자가 머리에 손을 싸메고 앉아있기도 하고 간밤에 술에 쩌든 젊은 남자가 퍼불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다고 그들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처지도 이닌 것 같다.
등산가는 날이 잘해야 주 2회지만 아침 시간 젊은이들 출근시간대라서 조심스럽다. 그들이 타는데도 비좁은데 할 일 없는 노인들이 비집고 타니 그렇지 않아도 지옥철에 고목나무 하나를 더 밀어넣은 것 같아서 미안하다. 그들과 눈이라도 마주치게되면 '우리는 일하려 가는데 아저씨들은 놀러가시요?' 할 것 같다. 경로구역으로 간신히 비집고 가서 망부석처럼 서 있는다.
지하철운영이 적자가 많다고 해서 그 해결책으로 경로우대제를 조정해야한다는 것 같다. 노인들 때문에 적자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의하게 부담하는 것도 무방할 것 같다. 서민의 최고의 교통수단인 지하철에 항상 감사한다 그래서 개찰구를 들고 날 때 혼자말로 ‘감사합니다’하고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