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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옳다”는 주장 거두고 공통분모 ‘사랑’ 안에서 조화 추구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0106500086
입력일 2025-01-06 13:47:13 수정일 2025-01-06 18:00:20 발행일 2025-01-12 제 3425호 10면
[일치 주간 특집] 그리스도교의 일치 노력들
교회는 매년 1월 18일부터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인 1월 25일까지를 그리스도인 일치를 간구하는 일치 주간(이하 일치 주간)으로 보낸다. 1054년 동·서방교회로 분열된 이래 마르틴 루터를 시작으로 한 개신교, 성공회 등 그리스도교는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반복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교리에 합의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도 지속했다. 교회가 ‘갈라진 형제’들과 어떤 교리를 논의했고, 이 노력이 주는 의미를 알아본다.
2024년 9월 4일 서강대 성이냐시오성당에서 열린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창립 10주년 기도회에서 공동의장 이용훈 주교(왼쪽에서 다섯번째)를 비롯한 천주교, 개신교, 정교회 대표들이 손을 잡고 가톨릭성가 ‘하나되게 하소서’를 합창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종교개혁의 씨앗, ‘의화’에 대해 루터교와 합의하다
가톨릭교회와 루터교는 30여 년간의 대화와 연구 끝에 1999년 「루터교 세계 연맹과 가톨릭교회의 의화 교리에 관한 합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의화(義化) 교리란 인간이 어떻게 의롭게 돼 구원에 이르는가에 대한 교리로,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함께 선행을 실천해야 한다”고 했으나 마르틴 루터(1483~1546)는 “오직 신앙만으로 구원된다”며 가톨릭교회를 비판했다.
선언문은 1517년 종교개혁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이 논쟁을 루터의 신학을 따르는 루터교와 함께 다뤄 교리적 오해와 편견을 깨고 핵심 교리 내용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선언문은 “가톨릭신자들이 의화를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협력한다’고 말하는 것은, 천부적인 인간 능력에서 생기는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 은총의 결과 그 자체라고 본다”고 밝힌다. 이어 “루터교 신자들이 인간은 오로지 의화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할 수 있다고 강조할 때에, 이것이 하느님 말씀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신앙에 개인적으로 충만하게 참여(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가톨릭교회와 루터교가 ‘하느님 은총을 통한 신앙’과 인간이 이 은총에 ‘협력하는 의미의 실천’ 모두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선언문은 ▲죄의 용서와 정의의 수행으로서의 의화 ▲신앙과 은총을 통한 의화 ▲의화된 사람들의 선행 등에 대한 교리도 가톨릭과 루터교 사이에 충분히 합의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2006년 7월엔 감리교가 이 선언문에 동의하고 서명하며 세 그리스도교 교파가 함께 성명을 발표하는 성과도 이뤘다.
1054년 동·서방교회 갈라지고 중세 종교개혁 등 분열 반복
20세기 들어 대화 본격 시도, 교리적 이견 놓고 합의 도출
‘하나의 종교’ 통합 아니라 각 교회 정체성 지키며 공동선 위해 노력
2024년 12월 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교구청에서 이용훈 주교와 김종생 총무가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에게 평화서한과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모 마리아에 대해 성공회와 일치된 의견 보여
성공회-로마가톨릭국제위원회(ARCIC)는 2005년 5월 「마리아: 그리스도 안의 은총과 희망」이라는 제목의 합의 문서를 발표했다. 합의 문서엔 가톨릭교회의 ‘무염시태’와 ‘성모승천’ 교리에 대해 가톨릭과 성공회의 일치된 의견이 담겼다. 위원회는 앞선 공동성명에서 “가톨릭교회의 성모 마리아에 대한 가르침은 성공회와 가톨릭교회의 오랜 논쟁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문헌은 마태오복음과 루카복음, 요한복음 속 성모 마리아 이야기를 분석한 뒤 초대 교회가 성모 마리아에 대해 어떻게 인식했는지 다뤘다.
가톨릭교회와 성공회가 분리된 후 1854년 비오 9세 교황에 의해 ‘무염시태’(원죄 없이 잉태)가, 1950년 비오 12세 교황에 의해 ‘성모승천’ 교리가 선포됐는데, 합의문서는 “1854년과 1950년 마리아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두 가지 가르침은 이 합의 문서에서 설명한 성경과 초기 교회 전승이 말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언급했다. 무염시태와 성모승천 교리에 대해 성공회도 받아들인 것이다.
1995년 4월 11일 김수환 추기경(오른쪽)이 세계정교회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동방교회와의 화해와 교리 논의들
1054년 상호 파문으로 갈라진 동방교회와의 관계도 20세기 들어 화해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동방교회와의 재결합 시도는 사실 1274년 리옹공의회를 시작으로 매우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종교를 넘은 동방과 서방 간 복잡한 정치·역사적 이유로 인해 무산됐다.
9세기가 넘게 이어진 상호 파문은 1965년 성 바오로 6세 교황과 동방정교회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에 의해 폐기됐다. 또한 ‘가톨릭-동방교회 국제신학위원회’를 발족해 대화를 이어오며 교리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
199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아시리아 동방교회 마르 단하 4세 총대주교의 「그리스도론에 대한 공동 선언」, 2007년 교황청 일치평의회(현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과 페르가모의 요안니스 수석 대주교의 만남에서 동방교회 측이 로마 주교(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로마 주교의 수위권 행사 방식과 무류성, 두 교회 간 남아 있는 역사적 문제들은 두 교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2017년 1월 25일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기도주간 기도회에 입장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탈리아 정교회 수장 겐나디오스 대주교. CNS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의미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으로 교회는 그리스도교 역사 속에서 갈등과 오해로 곪은 상처들을 제거해 왔다. 다만 교회는 이 일치운동이 교회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하나의 종교’로 만들고자 하는 취지가 아니라, 공통된 부분을 발견하고 공동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 위원회 총무 임민균(그레고리오) 신부는 그리스도교가 지속적으로 교리 합의를 위해 노력해 온 것에 대해 “모든 핵심 교리를 일치시키고자 하는 게 아니라 예수님의 조건 없는 인간에 대한 사랑·구원을 공통으로 중심에 둔 그리스도교들이 서로를 이단으로 규정짓지 않고 일치할 수 있는 부분은 토론하고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신부는 이어 “신앙을 가지는 것이 사람들에게 당연시되는 사회는 이미 지난 지 오래”라며 “그럼에도 첨예하게 갈등하던 그리스도인들이 교파는 달라도 협력하고 양보하면서 신앙을 가지지 않은 이들에게도 희망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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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 주간 특별기고] 멀지만 가야 할 길, ‘그리스도인 일치 여정’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0106500063
입력일 2025-01-06 11:30:37 수정일 2025-01-07 10:39:40 발행일 2025-01-12 제 3425호 11면
올해 1700주년 니케아공의회,
그리스도인 하나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초 가톨릭·정교회·개신교 상호 존중 필요…
인류 공동 가치 회복 위해 노력해야
올해는 교회의 첫 번째 세계 공의회인 니케아공의회가 열린 지 1700주년이 되는 해다. 니케아공의회는 오늘날에도 모든 그리스도교가 인정하는 공의회로, 교회 일치의 중요한 사건이다. 일치 주간(1월 18~25일)을 맞아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신학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송용민(요한 사도) 신부에게 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과 니케아공의회, 우리나라의 일치운동에 관해 들어본다.
‘일치(一致)’는 인류의 소망이자 과제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분열과 갈등, 화해와 협력의 반복 속에 남겨진 과제이자 간직한 희망이다. “하느님과 온 인류가 맺는 깊은 일치를 드러내는 표징이자 도구”(「교회헌장」 1항)인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하여 복음의 대의를 손상시키는 그리스도인 분열의 책임이 교회 밖이 아닌 교회 안에 있음을 자각했다.
1054년 동방교회(정교회)와의 단절과 1517년 종교개혁으로 인한 서방교회에서 일어난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는 일은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보수적 배타성이 아닌 하나의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와 일치한 모든 그리스도인과의 화해와 연대였다. 공의회는 「일치교령」을 통해 갈라진 교회들, 곧 정교회와 개신교 교회 공동체들 안에도 “참된 그리스도교적 보화들을 공동 유산에서 나온 것으로 기꺼이 인정하고 존중하여야 할 필요”(4항)가 있음을 강조했다.
오늘날 에큐메니즘(ecumenism) 혹은 에큐메니칼 운동(ecumenical movement)으로 불리는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은 세계 개신교계가 1948년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창립 이후 로마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부와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 그리스도인의 일치 재건을 향한 교회 일치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는 정교회와의 상호 파문 철회(1965년)와 개신교 교단들과의 대화를 지속해 1999년 루터교세계연맹과 종교개혁의 불씨가 된 의화론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냈고, 세계교회협의회의 신앙과직제위원회의 회원으로 신학적 대화를 이끌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가톨릭교회는 개신교단들과 대화와 상호존중의 가치를 지키며 종교개혁 500주년(2017년)을 함께 기억하고, 개신교단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 빈곤문제, 기후위기, 인권 등의 인류 공동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이콘. 가톨릭신문 자료
2025년, 희년이자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 기념의 해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사도 2,44)한 초대교회의 이타적 연대의 삶은 교회의 원형이자 인류의 이상이었다. 로마 제국의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며 예수의 재림을 기다린 그리스도인들은 회심한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신앙의 자유의 선포(313년 밀라노 칙령)에 이어 제국교회가 추구한 로마의 일치의 한 축을 형성하며 그리스도 신앙의 단일성을 추구하는 역사의 도정을 걸었다. 교회의 단일성에 가장 큰 장애는 그리스도인의 원체험, 곧 예수를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구원자, 곧 그리스도로 고백하며 성부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는 신앙의 확신에 의심하는 이들로부터 시작됐다.
3세기 이후 교회의 혼란은 바로 그리스도의 정체성을 둘러싼 세 가지 맥락에서 시작됐다. 곧 신학적 용어의 해석 차이, 교도권의 교회적 위상, 신자들의 신앙 감각이다. 특히 박해를 견뎌내고 예수님 안에서 참된 신성을 체험한 신자들의 깊은 믿음은 그리스 사상에 물든 신학 논쟁을 통해 예수의 신성에 대한 의구심과 이원론적 세계관, 그리고 지고하고 단일한 신성을 지닌 성부 하느님으로부터 말씀(로고스)인 그리스도는 피조된 제2등급의 신이라는 ‘영지주의’(Gnosticism)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4세기 초 알렉산드리아의 사제였던 아리우스는 성자는 하느님이 아닌 창조된 자로 아버지인 신과 아들인 그리스도의 동질성에 반대하고 신자들의 신앙 감각으로 지켜온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이단적 교리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 논쟁은 알렉산드리아와 안티오키아를 중심으로 이어진 수많은 신학자들과 주교들의 논쟁과 단죄로 이어졌고 이는 신자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예수의 신성체험에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325년 개최된 니케아공의회는 이전에 발생한 예수의 신인성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어쩌면 로마 제국의 단일성을 지키려고 했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교회의 권위를 넘어 개최한 첫 번째 세계 공의회였다.
아리우스를 반대하며 정통 신앙을 지킨 아타나시우스(290~373)는 많은 박해 속에서 그리스도가 성부 하느님과 같은 본질(homoousius)임을 확신했고, 니케아공의회의 교부들은 그리스도 신앙의 기초가 되는 예수의 신인성 논쟁을 종식시켰다. 비록 공의회가 제국의 일치를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신앙의 내적 확신은 교회의 제도적 권위인 주교들의 교도권의 행사와 신앙 고백의 선언으로 이루어진다는 역사의 교훈을 남겼다.
니케아공의회는 비록 수많은 그리스도교 종파와 교단의 분열의 현실 속에서도 그리스도인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초를 지켜낸 뜻깊은 공의회였다.
12월 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교구청에서 한국그리스도인 일치순례 순례단이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오늘날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현장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의 일치운동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추진해 온 일치운동을 지역교회에서 실천하려는 노력이다. 2000년대부터 본격화된 일치운동은 한국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 교단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본격화되었다.
동시에 2014년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직제협의회’의 창립은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가 추진해 온 정교회와 개신교와의 일치운동을 가시적으로 드러낸 열매였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에큐메니칼 일치순례(2024년 11월 25일-12월 3일)를 통해 교단의 대표들은 세계교회의 중심지(로마 바티칸, 스위스 제네바, 이스탄불)를 방문하고, 일치는 분열의 책임을 함께 통감하는 마음의 회개와 상호 존중의 대화와 친교임을 확인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일치운동의 여정은 멀고도 험하다. 천주교 교계 안에서 개신교에 대한 폄하와 오해는 여전하고, 일치의 당위성보다는 분열의 현실성에 발길을 돌린다. 한국 개신교계의 극우화와 뜻있는 목회자들을 외면하는 교회의 시장화, 사회 구원 없는 영혼구제에 매달리는 샤머니즘과 주술의 재부흥에 교회는 속수무책인 듯싶다.
작금의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극단의 정치적 대립과 경제적 양극화는 교회 안의 민주주의의 가치와 복음의 도덕적이고 정신적 가치를 왜곡하고 악마화하는 극단적 우매한 이들의 망국화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예수의 십자가 자기 희생 속에 “이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소서”(요한 17.21)의 말씀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일치 주간이 시작됐다. 분열을 넘어 일치를 향한 길은 험하지만,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는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이들의 신앙 감각에 깊이 새겨져 희년의 기쁨과 희망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희망을 간직한 자만이 고통을 견뎌낼 용기가 있으며, 희망을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씨의 울림 있는 말이 절실한 이유이다.
글 _ 송용민 요한 사도 신부(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신학위원회 공동위원장, 인천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