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이다.
요즘과 같은 모든게 비싼 시대를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
욜로씨에게는 아끼는 애마가 있다.
욜로씨는 부자는 아니다.그런데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만 하는 성질머리를 가졌다.
없는게 돈이 없지 마음까지 쭈구리고 살 이유는 없었다.
욜로씨는 컨버터블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견적을 뽑아보니 한달치 월급을 다 때려박는 일을 딱 3년만 치뤄내면 근사하게 위용을
자랑하는 비엠떠블유 컨버터블 스포츠카를 소유할 수 있다.
'그까잇꺼 딱3년만 버티면 된다는데 중간 중간 보너스나 상여금을 잘 써 먹으면 될 일이다'
욜로씨는 두말않고 영업소로 달려가 계약했다.
버튼을 누르면 답답한 뚜껑이 뒤로 제껴지고 숨이 막혔던 몸뚱아리가 활기찬 바깥공기속에서
시원하게 고개를 들 수 있음이 좋았다.
물론 부수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부러움과 신기함이 뒤섞인 욜로씨를 향한 시선이 다소 쪽
팔리기도 했지만...
암튼 욜로씨는 소유했다.
그리고 즐겼다.또한 힘에 겨웠다.
컨버터블은 차의 덮개만 활짝 열어 젖히는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의 다소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 부득불 활짝 열어 제끼려고 갖은 수단을 다
이용했다.
무엇보다 차가 수입차이다보니 보험료가 비쌌다.
게다가 외제차에 맞는 유지 관리비용이 눈에 보이는것 이상으로 많이 들었다.
욜로씨는 뚜껑 열린 컨버터블에 먹고 싶은것 입고 싶은 것의 욕구를 몽땅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정 부분 됐다 싶으면 뚜껑을 닫은 채 두문불출해야만 했다.
욜로씨는 컨버터블을 주차장에 모셔만 두고 있다.
폼나게 타고 다니는것은 좋았는데 컨버터블을 끌고 다닐 에너지가 부족했다.
아무리 폼생폼사로 폼에 죽고 폼에 산다고 하지만 한번 움직이려면 감당해야 할 부수적인
사항들을 극복하기가 힘이 들었다.
그저 눈에 보이고 겉으로만 생각했던 그럴듯한 폼이 무너졌다.
앞으로 3년을 이런 식으로 지내야 한다는게 끔찍했다.
엎친데 덮쳤다고나 할까?
러시아의 푸틴 아저씨가 일으킨 전쟁은 도무지 끝이 날 기미가 없다.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더니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언제까지 차를 세워만 둘 수는 없다.
욜로씨는 전전긍긍이다.
집 주변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주유소를 검색 끝에 찾았다.
마침내 확보한 기름값을 손에 쥐고 환호성을 내 질렀다.
"되었다.나도 이제 폼나게 컨버터블에 올라타고 울긋불긋한 가을을 즐기러 가는거야!"
주유소에 도착했다.
다른곳에 비해 엄청 저렴했다.
욜로씨는 올만에 연료통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힘차게 악셀을 밟아댔다.
"어랍쇼?차가 이상하다?"
욜로씨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고 두 다리에 힘이 빠져 그만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욜로씨의 차는 경유차였다.
그런데 욜로씨는 최근들어 역전된 휘발유가격을 착각했고 노란색을 파란색으로 바꿔서
인식하고 만 것이었다
'어쩐지 싸더라니.'
힘이 빠진 에너지는 욜로씨의 멀쩡한 눈을 색맹으로 만들어 버렸다.물론 컨버터블도 망가트렸다.
욜로씨의 굳건했던 폼도 완벽히 무너져버렸다.
"흐미 이를 우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