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살아도 처음이라는 엄마부대가 라일락 향기에 취했다. 한 친구가 중국여행을 다녀왔다며 자랑했다. 맨 날 보는 처지에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준다. 중국 고궁에서 찍은 친구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심은 좀 가지만 물증까지 갖고 있으니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몰라 웃고 있으려니 실토를 하는 것이다. 다름 아닌 수원의 '효원공원'이라며, 그곳에 가면 중국전통 정원인 '월화원'이 있다는 것이다. 수원에 사는 사람들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기자님께서 취재를 가보라는 것이다. 인계동 갤러리아백화점사거리에서 북쪽으로 '나혜석거리'를 가면 마지막 길 건너편에 '효원공원'이 있고, 그곳 공원 안 북쪽으로 가면 연못과 함께 중국전통 건물들로 꾸며진 '월화원'이 있다며 자세히 알려준다.
이런 제보를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반갑고 감사한 일인지 몰랐다. 달콤한 그 말에 다음날은 만사를 제치고 찾아나서 보기로 했다.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지난해에 효원공원을 가보았었지만 그런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하자, 친구는 그거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아는 사람들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보물창고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기대에 부풀어 나혜석거리를 통과해 다시 도로를 건너 '효원공원'에 들어섰다. 제주도와 자매결연 을 맺었다며 이곳에 오면 검은 화산 석 돌하르방이 맞아준다. 그러나 시선은 먼저 북쪽을 향해 달려가고, 지금은 숲이 덜 우거져 있어 관심을 갖고 보면 멀리서도 정자처럼 보이지만 숲이 더 우거지면 가까이서도 놓치기 십상일 것 같다.
연못과 잘 어울리는 월방에는 연인들이 찾아들며 한 폭 그림 같다. 효원공원의 출입구를 지나 도로를 100m쯤 가다가 오른쪽 입구로 들어오면 돌에 효자비가 새겨져있고, 그곳 앞에 바로 '월화원' 정문이 보인다. 월화원은 중국 명조 말~청조 초 영남지역의 민간 전통정원으로, 전통양식과 현대기술을 접목하여 조성하였다고 한다. 산수 자연의 미와 영남원림의 특징을 표현하였으며, 건축설계는 개방(투시와 열림)을 강조하고, 원림공간과 건축공간은 서로 연계하여 일체가 되게 하고, 대비와 조화를 동시에 꾀하며, 전체공간효과(이미지)를 고려하여 공간을 구분하였다고 한다. 건축물은 벽돌과 목조구조 (광동지역의 고건축양식)로 광동원림건축의 독특한 공예술 및 회색의 오지기 등과 색이 조화를 이루도록 담장은 청벽돌 또는 백색가루로, 목구조는 나무껍질 색깔로, 목조 조각(현판 등)은 갈색 등으로 하였다. 후원은 대경(對景), 점경(點景), 차경(借景) 등 광동지역 원림의 장경(障景)을 이용한 전통조성수법으로 하였고, 인공호수와 가산(假山)을 제한된 공간에 한편의 자연경관으로 조성하였다. 가산의 폭포, 돌 사이로 흐르는 계류, 꼬불꼬불한 작은 길, 4곳의 화원, 가산의 정자, 광동건축소품으로 장식한 배 모양의 정자와 건축물내의 다실(茶室), 고저차이 등은 정원 전면의 중정과 서로 대경(對景)을 이루며 또 조화를 이룬다. 이 밖에도 정원의 일부지역에 생명력이 강한 남방수종을 식재하여 영남원림의 특색을 표현했다고 한다.
연못을 만들며 파낸 흙으로 산을 만들어 그곳에 지었다는 '우정' 이런 낯선 월화원의 정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눈을 뗄 수가 없다. 그야말로 수원 안의 작은 중국을 만나게 된다. 내심 통쾌한 기분도 든다. 거대 중국을 잠시나마 내 마음대로 소국화시켜보는 재미 같은 것이다. 연못에는 희고 붉은 잉어들이 유유자적 장난을 치며 놀고, 물에 어리는 뾰쪽 기와지붕의 그림자며, 돌아보면 어디선가 '비다니장사 왕서방, 명월이한데 반해서...'그런 음악이라도 흘러나올 것 같다. 아니! 잔잔하게 흐르는 그런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면 더 몽환 속으로 빠져 들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돌아보는 코스도 다양하여 구중궁궐 같은 그곳, 젊은 엄마부대가 저마다 아기를 안고 출동을 했다. 왁자한 이야기소리로 보아 그들도 처음 와본 모양이다. 연못가에 흐드러지게 핀 라일락 꽃향기에 취했는지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어 가까이 가서 물어보았다. 요즘은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들을 보면 외국인 며느리 같은 선입견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말씨가 분명하며, 얼굴도 외국인 같지는 않아 보인다. 처음 왔느냐고 물었더니 그중 하나가 수원에 살아도 처음 와봤다며, 여기에 이런 곳이 있는지는 몰랐다고 한다. 몇 번이나 효원공원을 다녀갔다는 그들이나, 나나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물 위에 비친 옥란당의 모습 여러 건물들을 다 소개할 수는 없겠다만 몇 가지만 들어보면 이렇다. 옥란당(玉蘭堂)은 옥란이라는 식물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접대와 휴식의 장소로 사용되며 계단을 올라 들어가면 첫머리에 있다. 중국 고전건축의 헐산권붕 즉, 산이 휴식하고 누각을 말아 올린다는 뜻으로, 한번 꺾이고 끝이 말아서 올라간 형식의 지붕)이라고 한다. 또 월방(月放)은 중국원림 건축의 대표적인 건축물의 하나이며, 영남지방은 강과 호수가 잘 어우러져있어 이런 건축형식은 원림속의 수경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직선연못은 중국 원림건축 형식의 일종으로 연못에 배치된 돌은 직선적인 선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특히 눈길은 끈 것은 가산에 우뚝 지어진 우정(友亭)이 아닐까싶었다. 땅을 파내어 연못을 만들고 그 파낸 흙으로 산을 만들었다고 한다. 산 정상에 지어진 중연정은 정원 전체의 중요한 명소로 정원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어 월화원과 효원공원의 초점이 되고 있다. 정자의 지붕을 두 개 층으로 지어 높임으로서 돋보이게 했다. 중연정은 또한 영남 원림건축의 다채로운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젊은 연인들이 저마다 손을 잡고 돌아보며 데이트하는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연못가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쉴 수 있는 곳도 많으며, 은밀하게 중국여행을 하는 셈치고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