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 질환
‘한국 문단의 큰 별’ 朴婉緖 선생님(1950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중퇴, 2006년 서울대 명예문학박사)이 담낭암(膽囊癌)으로 향년 80세를 일기로 별세(2011년 1월 22일)하였다. 고인은 지난해 가을 담낭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을 꽤 회복하는 듯했으나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고인이 1993년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후 필자가 UNICEF에 25년간(1965-1989)근무한 인연으로 유니세프 관련 행사에서 자주 만났으며, 또한 고인과 지난 1995년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함께 일했다.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
우리 주변에 ‘쓸개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즉 담낭(쓸개)을 수술로 제거한 경우이다. 담낭(膽囊ㆍgall)은 간(肝) 아래쪽에 있는 근육막으로 이루어진 주머니로서 50ml 정도의 담즙을 저장할 수 있다. 담낭은 지방질의 소화 및 흡수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소화효소인 담즙(膽汁)을 저장해 두었다가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 음식물의 소화를 위해 필요 시 담도(膽道)를 통해 십이지장(十二指腸)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담도(膽道)는 가는 나뭇가지들이 하나의 큰 가지를 향해 모이듯이 간 속에 있는 나뭇가지 모양의 수많은 가는 담도가 서로 합류하면서 굵어지며, 대부분은 간에서 나올 때에 좌측과 우측의 담도가 하나로 합류하게 된다. 지방(脂肪) 소화에 관여하는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서 간내(肝內) 담관, 담낭, 간외(肝外) 담관을 차례로 거쳐 십이지장에 도달하게 된다.
담낭에 생기는 병에는 담석증, 담낭염, 담낭암 등이 있다. 담낭에 담석증, 담낭용종(폴립)이 생길 수 있다. 담석(膽石ㆍgallstone) 형성에 대하여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담즙에는 여러 가지 구성성분(콜레스테롤, 담즙산, 빌리루빈, 전해질, 면역체, 수분 등)이 과다하거나 혹은 균형이 깨지는 경우 용해된 상태가 아니라 결정을 형성하면서 결국 돌처럼 단단한 구조로 되며 이를 담석이라 한다.
담석증은 대개 뚱뚱하면 잘 걸리는 병이며, 지방 섭취를 너무 많이 하는 경우 담석증 위험이 있다. 또한 무리한 다이어트가 담석증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다이어트를 너무 무리하게 하거나 오래 해서 지방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면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담낭에 고인 상태로 농축돼서 딱딱한 돌멩이 담석으로 변한다. 이에 중장년층 이상의 질병으로 알려진 담석증이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 사이에 늘고 있다.
담낭 용종(龍種)은 대부분 담즙의 구성 성분인 콜레스테롤이 뭉쳐서 생긴 콜레스테롤 용종이 가장 흔하며 악성종양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간혹 콜레스테롤 용종이 아닌 진짜 종양이 있는 경우가 있으며 유전적 성향에 따라 악성종양(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담낭 용종이 있을 때 수술을 권유하는 경우는 (1)용종의 크기가 10mm 이상인 경우, (2)용종과 함께 증상(우상복부 통증 등)이 있는 경우, (3)용종과 담석이 함께 같이 있는 경우, (4)용종의 크기가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10대 암 중에 약 3%를 차지하고 있는 담낭암은 60세 이후에 잘 나타나며 남성보다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또한 약 90%에서 담석이 함께 나타난다. 담낭암는 예후가 불량하여 한때는 의사들이 수술을 기피하기도 하였다. 담낭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고, 진행되면서 소화불량, 복통, 황달이 출현하며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
담낭암의 치료는 수술적 절제이다. 담낭암의 수술적 방법은 단순 담낭 절제술, 확대 담낭 절제술, 간 부분 절제를 포함한 광범위 담낭 절제술, 담관 또는 췌장 십이지장 절제를 포함한 수술 등 암의 위치와 병기에 따라 다르다.
담석증(膽石症)이나 담낭 폴립으로 담낭절제술이 필요한 경우 과거에는 약 20-30cm 정도의 피부 절개를 통하여 담낭을 제거하였다. 그러나 복강경 수술의 도입으로 현재는 배꼽에 10-12mm, 그리고 상복부에 약 2-3mm 크기의 두 군데 피부절개로 담낭을 절제할 수 있어 수술 후 흉터가 거의 생기지 않으며, 수술 후 통증도 심하지 않다.
복강경(腹腔鏡) 수술은 작은 카메라(鏡)를 복강(腹腔)내로 삽입하여 복강 내부의 영상을 수술자가 환자의 몸 밖에서 화상 모니터를 보면서 복강경 기구들을 이용하여 담낭을 절제하므로 수술 후 예지치 못한 주변 장기 손상, 특히 담도, 혈관, 십이지장을 포한한 장(腸)손상의 합병증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복강경 수술이 지난 2006년 6월부터 의료보험 적용이 되며, 3일 정도 병원에 입원하면 된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서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술 중 담도와 혈관에 해부학적 변이가 있는 경우, 출혈이 심한 경우, 염증이나 과거 수술, 혹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한 심한 유착(癒着)으로 복강경 수술이 힘들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환자의 안전과 합병증의 최소화를 위해 약 1-3%에서는 개복(開腹)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다.
수술 후에는 우선 죽으로 식사를 하며, 지방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 담낭을 제거하면 일시적으로 소화 장애가 있을 수 있다. 점차 고형식(밥)으로 진전하고 지방이 적은 생선, 두부, 우유(크림 밀크) 등을 섭취한다. 약 1개월 뒤에는 정상적인 식사를 할 수 있다. 퇴원 후에는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지만 운동(등산, 골프, 테니스, 헬스 등)은 한 달 후부터 하는 것이 좋다.
담석증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아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일상생활> (1)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2) 심신의 과로를 피하고 충분히 휴식한다. (3) 수면부족이 되지 않도록 한다. (4) 정신적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여 기분 전환을 한다. (5)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로 정상체중을 유지한다. (6) 변비에 주의 한다.
<식생활> (1) 규칙적인 식생활을 준수하고 과식을 피한다. (2) 섭취 에너지를 조절한다. (3) 지방 섭취를 약간 제한한다. (4)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과 동물성 지방에 주의한다. (5) 알코올성 음료는 삼간다. (6)카페인 음료, 탄산음료, 향신료 등은 적당량을 섭취한다.
복부(腹部) 초음파 검사로 대부분의 담낭 질환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할 때는 복부 CT 검사를 시행한다. 중년 이후 건강 검진에서 복부초음파 검사가 중요하다. 담석이나 담낭 용종, 담낭염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없어도 매년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여 추적 관찰하여야 한다.
글/ 박명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첫댓글 담낭질환에 관한 자세하고도 명쾌한 설명 감사합니다.
이 형, 감사합니다. 몇 자 추가하면, 복부초음파 검사비용은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동네병원(방사선과의원)에서는 검사비가 약 5만원이지만 대학병원(종합병원)은 2-3배 정도 비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