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9] 미리 합주스케치 - All about Horn

[고민관 / Horn]

[2014.07.29] 미리 합주스케치 - All about Horn

호른

오케스트라에 없어서는 안 될, 용연향 같은 악기

‘연주하기 가장 어려운 악기’라는 호른, 웅장하고 씩씩해서 단독으로도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한편 여러 악기의 소리를 잘 섞이게 하는 ‘악기계의 용연향(龍涎香)’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시향의 호른 단원들이 신비한 호른의 세계를 이야기 한다. 

기네스북에는 호른이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 등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연주회장에서 틀리는(?) 경우도 다른 악기에 비해 자주 볼 수 있구요. 무엇 때문에 호른은 그렇게 연주하기 어려울까요?

고은진 : 역시 긴 관의 길이와 작은 마우스피스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벨 끝까지 바람을 보내려면 많은 호흡이 필요하죠.

아키모프 : 아주 미세한 컨트롤의 차이로도 다른 음이 나요. 비유하자면 첼로를 가지고 바이올린 음역대에서 연주할 때만큼이나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다른 금관악기와 달리 길이가 다른 두 개의 기본관을 밸브로 선택해서 연주하게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 유독 트럼펫이나 트롬본 말고 호른만 그런 복잡한 체계가 필요하죠?

아키모프 : 보통 더블 호른이라고 하죠. F조와 Bb조 관을 합친 모델을 주로 사용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두 조의 관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들이 다릅니다. F조는 관이 길어서 깊고 풍부한 소리가 나는 대신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컨트롤이 어려워서 깨끗하게 연주하기가 힘들고, Bb조는 관은 짧아서 컨트롤이 더 용이하지만 음색이 그만큼 풍부하지 않고, 또 저음에서 낼 수 없는 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장단점들을 잘 보완하기 위해 더블호른이 많이 사용됩니다.

트럼펫은 ‘군대나팔’에서, 호른은 ‘사냥나팔’에서 기원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트럼펫은 밝고 씩씩하고, 호른은 부드럽고 퍼져나가는 쪽인 것 같은데, 유명한 교향악이나 관현악 작품에서 예를 드신다면?

에마노브스키 : 호른이 ‘사냥나팔’이었던 것은 맞지만 ‘부드럽고 퍼져나가는 소리여서’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는데요(웃음). 유튜브에서 ‘Fanfare of French hunting horns’라는 검색어를 쳐보세요. 제일 좋은 예로 저는 하이든의 교향곡 31번 D장조 ‘호른신호’를 뽑겠습니다.

고은진 : 차이콥스키 5번 2악장에는 가장 유명한 호른 솔로 중 하나가 나옵니다. 부드러운 호른만의 음색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곡이죠.

아키모프 : 처음에는 사냥 신호 같은 역할을 주로 했으나 따뜻한 음색을 인정받아 많은 작곡가들이 부드러운 멜로디를 호른에게 맡기기 시작했죠. 사냥의 느낌을 잘 살린 곡이라면 베토벤 교향곡 3번 3악장 트리오 부분이나 베버 ‘마탄의 사수’에 나오는 사냥꾼들의 합창 같은 부분이 호른의 ‘사냥 본능’을 잘 표현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윤 : 개인적으로 베버 ‘마탄의 사수’를 좋아합니다. 따뜻한 호른의 음색이 가장 잘 표현된 곡이란 생각이 들어요.

관현악 전체 합주의 색깔에서 호른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음량도 큰 데다 부드럽게 감싸주는 음색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만, 맞나요? 다른 이유도 있나요?

에마노프스키 : 호른은 참 보편적인 악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가장 감미로운 멜로디가 필요할 때도, 웅장하고 두꺼운 소리가 필요할 때도, 혹은 아주 높고 어려운 부분에서 주인공을 도울 때도 호른이 필요합니다. 모든 연주자는 자신의 악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라고 하는 위대한 목적을 위해서는 ‘모든 악기가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아키모프 : 사실 호른은 다른 금관악기만큼 소리가 크지는 않아요. 그렇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보통 네 명이 연주하면서 울림이 많은 소리로 중간 음역대를 채워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윤 : 다른 악기들보다 호른은 서로간의 앙상블을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협주곡에서조차 호른파트만 따로 화음을 맞추며 음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다른 관악기들이 솔로 위주의 연주를 해야 한다면, 호른은 목관악기처럼 여성적인 소리도 냈다가 금관악기의 남성적인 소리도 내야 하기도 해요. ‘관’과 ‘현’을 연결해 주는 다리라고 볼 수 있죠.

목관 5중주에는 호른이 유일하게 금관악기로 참가하죠. 역시 부드러운 소리를 낼 수 있어서 그런 건지, 한편으로 음량이 커서 목관과 막추기 어려운 점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고은진 : 목관 5중주는 호른 연주자에게 까다로운 앙상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이나믹 폭이 브라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을 호른이 많이 도와야 하거든요. 또한 섬세하고 화려한 목관들과의 앙상블이기에 호른 역시 오케스트라에서의 연주보다 더 섬세하고 테크니컬하게 연주해야 합니다.

아키모프 : 호른은 목관악기보다 소리도 크지만 울림도 많은 악기라서 목관악기들끼리 음색이 더 잘 섞이게 도와줍니다. 하지만 역시 금관악기들과 앙상블을 하거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때보다 훨씬 작은 볼륨으로 연주해야 해서 어렵기도 합니다. 오케스트라에서도 호른은 목관악기들과 같이 연주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공부가 되죠.

호른 연주자는 벨에 손을 집어넣고 연주하는 걸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그러는 이유는 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설명해 주셔요.

에마노프스키 : 19세기 밸브 시스템이 개발되기 전까지 호른에는 음정을 조절할 키가 없었습니다. 벨에 손을 넣는 테크닉이 생기게 되면서 전보다 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고은진 : 밸브가 발명된 후엔 일반 뮤트보다 더 쨍하는 금속소리의 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손이 작아서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아 게슈토프트 뮤트를 따로 사용합니다.

아키모프 : 주먹을 넣는 걸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손을 똑바로 펴서 넣는 것입니다. 음색을 더 따뜻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음정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또 ‘게슈토프트(독일어 Gestopft, 영어 Stopped)’라고 해서 오른손으로 벨을 막고 연주하는 기법을 종종 써야하는데, 빨리 막을 수 있도록 돕는 목적도 있습니다. 손으로 벨을 막으면 마치 트럼펫이 뮤트를 사용할 때처럼 쨍한 소리가 나요.

최윤 : 게슈토프트는 악보에 (+)표기로 나와 있습니다. 악기 벨 입구를 손바닥으로 막아 진공상태로 만들어 악기를 울려서 소리를 내는 방법인데요, 악보에 있는 음보다 반음이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게슈토프트가 나오면 키 조작은 반음을 내리게 되죠.

마우스피스의 모양도, 관의 모양(지름)과 길이도, 다른 금관악기에 비해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에마노프스키 : 기본적으로 연주자의 연주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마우스피스를 활용합니다.

최윤 : 유럽에선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화려한 소리를 내는 Bb호른을 위해 안쪽이 컵(U) 모양인 마우스피스를 만들었구요, 미국에선 따뜻하고 두툼한 소리를 더욱 멀리 보내기위해 안쪽이 스트레이트(V) 형태로 쭉 뻗은 마우스피스를 만들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호른과 인연을 맺었나요?

에마노프스키 : 저는 음악인 집안에서 자랐어요. 저희 부모님은 야나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셨죠. 전 호른을 하기 전에도 많은 악기를 다루었어요. 합창단에서 노래도 했구요. 트럼펫 연주가 그럭저럭 잘 되지 않자, 제 부모님은 호른을 권유했어요. 그리고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호른을 좋아하게 됐죠.

고은진 :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접할 수 있게 어머니가 이런저런 악기를 교육시켜 주셨어요. 취미로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아주 잠깐 첼로를 연주했었는데, 호른을 하던 대학생 오빠의 처절한 삑사리(?)를 아직도 잊지 못해요(이제는 십분 이해하지만요). 그게 저의 호른에 대한 첫 인상이었어요. 그 후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지금까지 연주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키모프 : 아버지가 호른 연주자셔서 어려서부터 조금씩 장난삼아 시도를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12살 때쯤부터 배우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어려서, 악기 연습하는 것 보다는 갖고 노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쯤부터 심도 있게 배우기 시작하면서 악기에 대한 애정도 더욱 생겼죠.

최윤 :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 오보에 소리가 좋아서 배우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리고는 기악합주반에 들어갔는데, 다들 배운지 얼마 안 된 애들이 오보에를 고음으로 “삐익~삐익~” 부는 거에요. 얼마 시간이 지나자 도저히 못 듣겠더라구요. 그러고 나오는 길에 음악실 벽에 커다란 호른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악기가 참 예뻐 보였어요.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제일 좋아하는 악기라고 꼭 하라 하셨죠. 그렇게 취미로 시작했죠.

자신의 악기를 소개해주세요. 주요 호른 메이커들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에마노프스키 : 제 호른은 제 돈으로 처음 산 호른입니다. 모델은 ‘알렉산더 103’이구요.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 모델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연주자들이 쓰는 악기이기도 하구요. 한국에서 호른 가격이 너무 비싸서 오스트리아 알프스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이 악기를 사왔어요(웃음).

고은진 : ‘알렉산더 1103’모델을 쓰고 있어요. 가이어 모델의 포근한 소리가 좋아요. 오케스트라에 잘 맞는 악기입니다.

아키모프 : 제 악기는 엥겔베르트 슈미트라는 사람이 설립한 악기사에서 나온 더블호른입니다. 독일에서 만들어진 악기이고, 이 악기사의 특징은 몸체가 상대적으로 가벼워서 소리내기가 좀 쉽다는 점입니다.

최윤 : 제 악기는 ‘알렉산더 1103’모델입니다. 보통 유럽연주자들이 쓰는 103 모델보다는 조금 길고 큽니다. 광이 없는 무광악기라서 오래된 악기처럼 보이지만 올해 태어난 가장 어린 녀석이에요. 호른의 주요 브랜드로는 독일에서 만드는 ‘알렉산더’, ‘슈미트’가 있구요, 영국에서는 ‘팩스만’ 그리고 미국에서는 ‘루이스’와 ‘콘’ 등이 유명합니다.

7월 시향 연주회에 들어있는, ‘윌리암 텔’ 서곡이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등에서 청중이 인상 깊게 들을 수 있는 호른 연주부분이나 기교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특별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에마노프스키 :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에 나오는 30초 가량의 솔로 파트는 가장 어려운 호른 솔로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오케스트라 오디션 곡으로도 자주 쓰일 정도로 말이죠. 극도로 높은 고음과 부드러운 다이나믹함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아키모프 : 윌리엄 텔 서곡에서는 빠른 행진곡 부분으로 넘어갈 때 3, 4번 호른이 신호나팔 같은 선율을 연주하고, 그것을 트럼펫이 이어받습니다. 앞의 얘기처럼 라벨 피아노 협주곡의 호른 솔로는 유명하죠. 이렇게 협주곡 레퍼토리에서도 호른 주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곡들이 많답니다.

교향악 활동에서 호른 주자를 난처하게 만드는 일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에마노프스키 : 전 공연장에서 항상 내 능력의 100%를 발휘하고 싶습니다. 저희 음악을 들으러 온 모두에게 감동을 드리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생긴 실수 때문에 안 좋은 리뷰를 보거나 하면, 역시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고은진 : 역시 연주 타이밍입니다. 0.3초 정도는 먼저 소리를 내야 다른 악기들과 비슷한 타이밍으로 들린다고 합니다.

아키모프 : 아무래도 악기 특성상 실수가 많다 보니 그게 가장 아쉽습니다. 오케스트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데, 실수가 나오면 부끄럽기도 하고 동료들한테 많이 미안하죠.

최윤 : 악기 특성상 관도 길고 벨도 뒤에 있어서 반응이 느린데, 자리도 관악기 중에 맨 뒤라, 늦게 들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호른이 먼저 나와야, 앞에서는 정확한 타이밍에 소리를 낸 것으로 들려요. 특히나 게슈토프트를 연주하면 더 늦게 들리구요. 시간차로 인해 앙상블이 불편할 때가 힘듭니다. 우린 맞게 하는데, 앞에서는 느리게 들리니까요.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이 인상 깊게 선율을 노래할 때나 전체 합주를 앞장서 이끌 때가 많이 있죠. 이런 부분들 중 어떤 작품의 어떤 부분을 가장 사랑하시는지요.

에마노프스키 : 사실 정말 많아서... 10개의 관현악 작품 속 아름다운 호른 멜로디 리스트를 뽑아 드릴께요.

아키모프 : 앞에도 얘기가 나왔지만,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 2악장 앞부분의 호른 솔로 부분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주 많은데요, 브루크너 교향곡 4번 시작 부분에 중요한 호른 솔로가 있고요, 베르디 ‘돈 카를로나’나 베버 ‘마탄의 사수’에서도 서곡에 호른 사중주가 아주 비중 있게 나옵니다.

최윤 : 오케스트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말러 1번에서 호른전체가 일어나는 부분이 인상적이죠. 그리고 저도 차이콥스키 5번 호른 솔로를 좋아합니다.

에마노프스키가 선택한 가장 아름다운 호른 멜로디 Top 10

1. 슈트라우스 - 오페라 ‘카프리치오’

2. 슈트라우스 - 영웅의 생애

3. 맨델스존 - 한여름 밤의 꿈

4. 브루크너 - 교향곡 7번

5. 라벨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6. 브람스 - 교향곡 2번

7. 생상스 - 교향곡 3번

8. 드보르자크 - 첼로 협주곡

9. 차이콥스키 - 교향곡 5번

10.멘델스존 - 교향곡 3번

* 호른 연주 참고 사이트 www.hornexcerpts.org

호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에마노브스키 : 롤러코스터!

고은진 : 호른은 투명한 유리 같아요. 여러 가지 음색을 갖고 있어, 연주함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표현이 가능하고, 규정하기 어려운 무궁무진함이 있어요. 그리하여 투명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악기입니다.

아키모프 : 버터. 자극적인 맛을 내진 않으나, 전체를 균형 있게 버무려주면서 부드러움을 더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터처럼 미끄러워서 실수하기 쉽다는 것도 비슷하죠.

최윤 : 사춘기 소녀. 정말 비위 맞추기가 어렵죠. 변덕도 심하고 어찌나 예민한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중후하고 포근하지만, 그 속은 참 어렵네요(웃음).

글 김현민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2014. 7월호에서 모셔옴..^^)

www.seoulphil.or.kr

* Der Freischutz Overture (마탄의 사수 서곡)

[고민관 / Horn]

낼 저녁 8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시민예술제 대극장 연주일시(10/17 19:30, 10/18 15:00, 18:00) 공개추첨이 있습니다.
하여 제가 낼 합주에 또 참석치 몬하게 되었습니다...ㅠㅠ
젤 존 날짜, 졸라 존 시각으로 받아 오겠습니다. 그러니 낼 혼 소리가 좀 비더라도, 양해하여 주시길...^^

[정명자*Flute]

양해해 드립니다. 그리고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