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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숙 한강환경유역청 환경평가과 | “대규모 지하공사에 따른 지반침하, 지하수위 저하, 지하수 흐름 변화 등 지형, 지질, 수질, 토양 등 각 항목별 평가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영향예측 결과를 면밀히 분석 제시하여야 함” |
우종학 서울시환경정책과 | “대규모 지하개발에 다른 계획부지 및 인근의 지하수 영향범위를 검토하고 현황조사 계획을 수립 바람” |
김지영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원 | “지하수와 주변 하천 등 수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여 영향범위가 설정되어야 함” “지반 안정성 및 장기적인 지반침하 등의 영향을 고려하여 평가항목을 설정하여야 함” “지하굴착의 규모가 매우 크므로 주변의 기존 시설들에 미치는 안전성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함” |
이 부분에 해당하는 평가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평가서에서는 지하수위에 관한 영향예측을 했는데, “계획구간의 지하건축계획(깊이: 51m)으로 인하여 지하수 유출이 예상되는 바, 지하 수위 변화, 지반침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저감방안 수립이 필요”하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하은숙 위원에 제기한 영향예측 결과를 면밀히 분석 제시하라는 것과는 다르게 단 한 줄로 진단이 되었습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 252쪽
저감대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사 전에는 지하수위를 모니터링하고 지하수영향평가를 하겠다고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의 범위를 어떤 모델을 통해 하겠다는 계획이 저감 대책입니다. 하지만 지하수영향평가는 법적으로 당연히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저감대책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에 더해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저감 대책이 되기에는 일반 시민의 눈으로 볼 때는 속 시원한 대답은 아닙니다.
공사 중에는 지반함몰을 조사하고, 모니터링하며, 어떤 방식으로 복구를 할 것인고, 효과적인 공법 등을 채택해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공사를 시작한 후 실제적인 조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시장비를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리 알 수 없다는 점을 백번 인정하더라도 공사 전, 공사로 인한 영향 예측이 너무 부실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아니라 예측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공사를 할 때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갈음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통상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이 정도 수준에 그치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서 초안이 제출된 후의 각 기관 및 부서의 검토 의견서를 보면 동일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5월 10일 평가서 초안 주민설명회에서 참석한 시민들은 지하수위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고 문제제기 하고 있습니다. 5월 17일 서울시 환경정책과 검토 회신 의견을 보면 지하개발에 따른 도로 함몰, 지하매설물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여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또 물순환정책과의 회신 의견에서는 지하수 변화에 의한 영향, 예측 모델링 등 지하수영향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 제시하고 있습니다.(지하수영향평가는 이 사업의 경우 의무사항입니다.) 평가위원회나 각 부서별, 시민들의 검토의견을 종합해보면 제시되어야할 영향 검토, 예측 등의 내용이 평가서에는 미비하게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5월 10일 | 주민설명회 | “대규모 굴착이 수반되므로 소음·진동, 토사유출 및 분진처리 등에 대책과 함께 지하수위 영향 평가 필요” |
5월 17일 | 환격정책과 | “유출지하수의 지하수 수위 강하가 인근 지하수 이용관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지하수 이용자에게 사전에 지하수 수위 저하 저감대책 등을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 바람”, “약 51m 깊이 지하개발에 따른 유출지하수 발생으로 지하수 수위 변화를 분석하고 주변의 도로 함몰(지반침하) 및 지하매설물(상‧하수관로, 구조물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여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 바람” |
5월 19일 | 물순환정책과 | “ 대규모 지하공간 개발 시 공사 전·중·후의 지하수 변화에 의한 영향(광역지하수 흐름 분석), 지하수 물수지 분석, 예측 모델링 등 주변 지하수영향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므로 물순환정책과로 지하수영향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적정성 검토 등 사전 협의토록 조치” |
만약 영향 예측에 대한 세밀한 모델이나 값이 아닌 공사 전후로 실시할 계획 정도만을 요구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라면 오히려 환경영향평가제 자체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그 문제를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영향평가위원회, 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된 이후의 시민, 각 부서의 의견은 동일한 사안을 문제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볼 때 현재의 지하수위의 변화, 이에 따른 지하수계와 여타 지하매설물이나 지반침하 등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예측이 부실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은 단순히 영동대로 지하공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편에는 코엑스 건물이 있고, 반대편에는 한전부지에 건설될 현대차GBC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주변에 큰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가까운 곳에 탄천이 흐르고, 수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개발이 완료되면 유례 없는 복합환승역이 되어 지금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머무르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조금 더 치밀하고, 세심한 예측과 계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인가 전 사전검토 성격의 평가입니다. 실제 사업인가 후 작성되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책을 수립하라는 보완 지시가 있을 뿐 사업 자체를 중단하거나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더 많은 감시와 비판이 필요합니다. 천지개벽 수준의 개발사업이 일대 지역을 천지개벽하게 만들수도 있습니다. 시민들의 의심이 음모론으로 빠지지 않도록 서울시는 이 사업을 좀 더 꼼꼼하고 투명하게 집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