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는 장엄정토에는 3가지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첫째 공간 장엄이고 둘째 시간 장엄이며 셋째 존재 장엄이었습니다 이들 3가지 장엄은 스케일이 큽니다 왜냐하면 우주 장엄이니까요 우주는 공간과 시간과 시공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 생물과 무생물 물질과 비물질을 다 포함하니까요
그리고 장엄의 최고 가치는 '즉비장엄卽非莊嚴'에 두었습니다 즉비장엄이 무엇입니까 곧 '무위無爲장엄'입니다 무엇인가 장엄하려고 마음 먹을 때 이미 장엄의 가치는 사라진다는 무위장엄을 최고로 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유위有爲장엄은 몰가치할까요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위장엄도 무위장엄 못지않게 동일한 가치를 지닙니다 세상은 크게 보아 2가지 장엄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첫째는 꾸밈有爲이고 둘째는 꾸미지 않음無爲입니다 꾸밈에 6가지를 설정합니다
(1) 빛깔 꾸밈 (2) 소리 꾸밈 (3) 향기 꾸밈 (4) 맛깔 꾸밈 (5) 접촉 꾸밈 (6) 이론 꾸밈
아미타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법장이라는 비구로 출가하여 세자재왕 부처님 앞에서 48가지 커다란 서원을 세웁니다 자세히 눈여겨 보신다면 이들 48가지 서원에는 마음 닦고 행하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생명세계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매일같이 어떻게 먹고 마시고 어떻게 배설하고 할 것인가 어떻게 입고 벗고 빨래하며 어떻게 머리 깎고 목욕하고 치장하고 어떻게 오가며 앉고 누으며 사람 만나 이야기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정지하고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고 이해할 것인지가 다 들어있습니다
여기 아미타 부처님의 원력에서 어디서 어디까지를 무위라 하고 어디서 어디까지를 유위라 할까요 어떤 것을 유위라 하고 어떤 것을 무위라 하겠습니까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눈 귀 코 혀 피부 마음의 세계를 유위라 하겠습니까 아니면 무위라 하겠습니까
이들 감관의 대상이 되는 빛깔 소리 향기 맛 접촉과 그리고 법칙(이론)이 유위일까요 아니면 이들이 무위이겠습니까
드넓은 바다 일렁이는 파도 바다 저편으로 솟아오르는 태양 시커먼 먹구름 사이로 부챗살처럼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산등성이 위로 가쁜 숨 몰아쉬는 낙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주는 무위의 경이로움에 그만 넋을 빼앗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분출하는 화산 흐르는 용암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지구의 인고에 감탄을 드러내며 철철이 피워내는 야생화들은 어쩌면 그리 순수한 컬러를 지녔는지 같은 광원의 햇빛을 에너지로 받아 다양한 모습을 연출해 내는 곤충들의 빛깔에서 무위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습니다
유위는 가치가 떨어진다 하셨습니까 박생광 천경자 화백이 빚어내는 색조의 조화로움은 어떠하며 색채의 마술사 피카소와 팝 아트 웬디 워홀의 찬란하다 못해 유치하다고 표현할 격 밖의 미술 세계는 어떠합니까 석굴암 돌부처에게서 배어나는 은은한 자비의 향취는 무엇입니까
뉴욕 도코 상하이 서울의 밤을 수 놓는 아경이 인위적이라서 가치가 없다고 보지는 않으시지요 부처님 오신날 연등축제에서 사람이 만든 등불이라서 별볼일 없다고 느껴지시던가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가 주는 빛과 선의 아름다움을 인간이 빚어냈기에 하찮은 것이라며 팽개쳐버리지는 않으셨습니까
자연의 아름다움 못지 않게 꾸밈의 세계도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장엄정토의 '장엄'이란 단어는 마음 먹고 꾸민 인위적 꾸밈입니다 사람 자체는 무위며 자연입니다 그러나 그 무위 그 자연에 미용사가 메이크업make-up을 하고 최고의 의상 디자이너가 품위에 어울리는 옷을 지어 입히고 격조있는 악세서리로 단장하면 더 예뻐보이지 않겠습니까
시골의 비 새고 쓰러져가는 아주 작은 오두막이라도 새롭게 손 보고 고치고 단장하면 손길 장엄을 거치기 전보다 더욱 더 괜찮아지지 않겠습니까 유위의 이름다움이며 유위의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장엄정토분의 장엄이란 단어는 장엄하지 않는 것이 곧 장엄이지만 집착을 내려놓고 나면 장엄과 비장엄의 구별은 곧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빛깔의 꾸밈 만이 아니라 소리의 꾸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른 봄 소쩍새 울음소리에 생체Bio 알람을 맞춰 놓고 눈 비비며 들 일을 나가는 농부들에게 있어서 뻐꾸기와 비둘기 울음으로 삼중주를 듣는 것은 싱그러움이지요 먹구름이 밀려오고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에 콩 볶듯 두드리는 천둥의 울림은 물레방앗간 사랑을 채질합니다
더위를 예고하는 매미의 자지러짐에 간간이 묻어오는 청개구리 울음은 열뇌를 식혀줄 한 줄기 비를 고대하게 하곤 합니다 한여름밤 모기 소리를 제외하면 그래도 풀벌레 소리가 정겹지요 가을의 귀뚜라미도 나름 솔깃 하고요
그러나 아무리 자연의 소리가 무위의 소리라 좋을지라도 모기소리 만큼이나 귓전을 거슬리는 소리는 천정에서 벽속에서 빠그작거리는 쥐의 이빨 갉아대는 소리일 것입니다 한밤 중 사랑을 찾는 고양이 울음소리도 애기 울음을 닮았는데 싫더라고요
자연의 소리도 좋지만 유위의 소리 사람이 만들어 낸 천상의 아리아를 나는 더 좋아합니다 범음성의 염불도 좋지만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며 젊음을 보냈습니다
모짜르트의 피아노곡들은 통째로 내 오른뇌 속에 심기도 했고 조상현 선생의 판소리 춘향가는 밤새 듣다가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깨를 들썩이기도 여러 번이었지요
국어책을 읽어가듯 높낮이 없이 읽는 포살보다도 제대로 마음 먹고 읽어가는 범음성의 포살의식이 가슴에 더 와닿지 않던가요 음율에 맞춰 피겨 댄스를 연출하는 김연아 선수의 동작을 보며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한 사람이 어쩌면 나 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른바 유위의 소리 꾸밈이 꾸밈 없는 무위의 아름다움보다 못하지 않음은 인정할 수 밖에요 서울에 괘석掛錫할 때는 세종문화회관에도 자주 갔습니다 남산의 국립극장에도 대학로의 문예회관에도 자주 갔는데 음악이 좋아서였습니다
예술은 유위무위를 뛰어넘습니다 손길 꾸밈은 무위보다 장합니다 빛깔과 소리 꾸밈만 아름다울까요 향기 꾸밈도 그렇고 맛깔 꾸밈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며칠 전 나는 고성을 다녀왔습니다
어느 음식점 옆 주차장 귀퉁이 간이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남자 소변기만 달랑 붙어있는 곳 들어서는 순간부터 볼 일을 끝내고 나오기까지 나는 숨을 참고 또 참아야 했습니다. 아! 어찌 사람의 몸속에서 나온 오줌 지린내가 어쩌면 그렇게도 역겨웠던지!
금강산 가는 길목에 있는 식당 음식맛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인위적이어도 좋으니 자연 그대로 두지 말고 제발 청소하고 소독약 만이라도 뿌려두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제10장 <장엄정토분>에서는 색에 머무르지 말고 마음을 내고 성향미촉법에 머무르지 말고 마음을 내라 말씀하시지만 냄새에 머무르지 않은 채 마음 내기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맛깔 꾸밈을 생각해봅니다 나는 당당히 얘기합니다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다 화학자라고 우리나라 만이 아니라 전세계 어느 민족 어느 부족도 가족의 식사담당은 여성들입니다
음식은 화학에 바탕을 둡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화학을 얘기하지 않고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을 먹였습니다 만의 하나 화학을 모르고는 음식을 만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하나하나가 다 화학인데도 화학이라는 데 마음을 두지 않고 음식을 만들었으니 '응무소주이생화학'이 되는가요?
불과 물이 냄비를 사이에 두고 조화를 이루어 음식을 만듭니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색깔을 고르고 향을 맞추고 영양소를 선택하고 여러 가지 재료를 섞고 가려내어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술과 식초 등과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장류와 김치를 비롯하여 발효음식은 화학의 꼭지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홍어처럼 삭히는 음식도 그렇고 우유 치즈 빵 피자 스파게티 유산균이 들어간 요리하며 아, 영양사와 요리사에게 우리 엄마들에게 화학자로서의 영예를 수여합니다
첫댓글 꾸밈에 6가지를 설정합니다
(1) 빛깔 꾸밈
(2) 소리 꾸밈
(3) 향기 꾸밈
(4) 맛깔 꾸밈
(5) 접촉 꾸밈
(6) 이론 꾸밈
아미타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법장이라는 비구로 출가하여
세자재왕 부처님 앞에서
48가지 커다란 서원을 세웁니다
자세히 눈여겨 보신다면
이들 48가지 서원에는
마음 닦고 행하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생명세계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매일같이 어떻게 먹고 마시고
어떻게 배설하고 할 것인가
어떻게 입고 벗고 빨래하며
어떻게 머리 깎고 목욕하고 치장하고
어떻게 오가며 앉고 누으며
사람 만나 이야기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정지하고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고
이해할 것인지가 다 들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