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 숫자로 보는 상월결사 인도순례
이수아 기자 sualee3570@ibulgyo.com
3년 코로나에도 멈추지 않은 의지
순례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3년동안 멈춰 있었던 건 아니다. 그 시간을 준비기간으로 삼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걸었던 국난극복 자비순례부터 불법승의 가치를 되새기고자 나아갔던 삼보사찰 천리순례, 우크라이나의 봄과 세계 평화를 발원했던 평화 방생 순례까지 모두 3번의 순례가 진행됐다. 주춤하는 날들 속에서도 오직 부처님을 따라 걷겠다는 의지로 준비한 3년이었다.
7대 성지 두 발로 따라간 부처님 발자취
오롯이 두 발로 부처님 성지를 걸었다. 먼지 날리는 길 마다하지 않고 국경까지 넘나들며 7대 성지를 만났다. 초전법륜지인 사르나트부터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 최초의 불교사원 죽림정사가 세워진 라지기르를 지나 최초의 비구니 승가가 생성된 곳이자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안거한 바이샬리, ‘열반의 땅’ 쿠시나가르와 국경넘어 네팔에 위치한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를 거쳐 기원정사가 있는 쉬라바스티까지 흙길을 지났다.
43일 하루 평균 25km, 10시간 행선
새벽3시, 죽비소리가 공기를 가르면 어김없이 10시간의 순례가 시작됐다. 행선 중에는 묵언을 했고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됐다.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순례단은 묵언 수행을 이어갔고 숙영지에 도착하면 그제야 잠시 숨을 돌렸다. 저녁 예불이 되면 모든 사부대중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긴 행선에 지친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아도 늘 하루의 마무리는 108배였다. 이런 43일이 반복됐다.
108명 하나가 되어 걸은 순례
108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108개의 원력을 완성했다. 승속을 불문하고 사부대중이 똑같이 먹고 똑같이 자며 똑같이 걸었다. 20대 대학생부터 70을 훌쩍 넘긴 비구스님까지 나이에 상관않고 오로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겠다는 원력으로 인도순례를 자처했다. 고꾸라지고, 배탈이 나는 참가자들도 있었지만 누구 하나 다른 이에게 험한 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순례의 기본은 ‘차별없음’과 ‘배려’라는 걸 모두 알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배려하는 마음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더 많은 이들과 부처님의 말씀을 나누겠다는 원력을 단단하게 만들었다.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그 원력들을 모아 ‘상월 108원력문’을 만들었다. “모든 생명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불교를 전하겠다”라는 말처럼 불자 한 명 한 명이 전법과 포교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마음이다.
1167km 움츠러든 인도불교 깨우는 걸음
1167km는 인도불교를 깨우는 희망의 발걸음이었다. 힌두교 신자가 대다수인 인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인도 불자들은 한국 순례단을 보고 환희심을 감추지 못했다. 현지 불자들의 꽃비 내리는 환대에 험한 길 뚫고 걸은 순례단이 울컥했던 순간도 많았다. 순례 중반에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500여 명의 인도 불자들이 비하르주 각 사찰에서 출발해 차량, 낙타, 오토바이, 자전거, 도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1만8000km를 순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불자들이 인도 순례를 시작한지 한 달만에 움츠러든 인도불교가 첫 발걸음을 뗀 순간이었다.
[불교신문 3761호/2023년3월28일자]
이수아 기자 sualee3570@ibulgyo.com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