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낙새 별 되신 이에게
- 김오성 조각가를 추모하며
왕태삼
덥나이다
차운 돌 쪼던 정 소리 멈추시니
그대의 불꽃은 적벽강 서해로 흐르고
변산은 폭포 하나를 잃었나이다
피가 돌아 주인 잃은 돌여인에 피가 돌아
피가 돌아 돌짐승 돌부처에 피가 돌아
내변산 크낙새도 크억크억 피가 돌아
한평생 별똥만 쪼아대시다
그 숨은 빛 따라 별로 가신 오성 조각가시여
이승서 사무친 정
홀연 내려놓고 오르신 하늘 그곳은 어떠하더이까
사람이 보고파서 전화 여쭈면
쪼던 정 끊는 정 다 잊어버리던
단단한 풀잎 목소리여
이제 저 하늘서 우릴 편히 보고 계시나이까
정을 잃어버려 저 크낙새 별 되신 이여
먹구름 속에서 천둥을 캐듯
그대가 차운 돌 속에서
생명을 캐고 영혼을 쪼던 소리, 그 소릴 먹고
우리는 오래된 유골처럼 야금야금 허기져 자랐나이다
그러나 그대 빈자리에 다가갈수록
우리는 살찐 돌 귀먹은 돌로 커져만 가나이다
크낙새 별이시여
세상은 잠들어도 호랑가시 붉은 감옥에 홀로 들어
정 끝 정 끝에 혼불을 당기신 이여
억겁의 시공을 날아 침묵을 날아
이 산천에 구르는 무명한 돌들을
어둠에서―빛으로―숨으로―표현으로 꺼내주신 이여
그 표현마저 영혼의 돌꽃으로 피어주신 이여
피가 돌아 먹구름 속에서 더운 피가 돌아
피가 돌아 우리들 얼음심장에 피가 돌아
달빛의 돌여인들이 한 걸음 두 걸음 걸어나가이다
이제 우리는 그대를 잃어버려 행복하나이다
하늘이 저 크낙새 별자리로 고이 모셔갔으니
우리는 그대를 잃어버려 그대를 찾았나이다
이승서 별 만나 별 마음 알게 되고
이승이 미완성 별나라임을 그대가 가르쳐 주었나이다
저 하늘성좌 크낙새 별 되신 이여
이곳 금구원조각공원에도 가을이 내렸나이다
그대가 빚어주신 국화머리돌여인, 그 돌국여인이
아침마다 황금의 언덕을 피어오르나이다
부디 그 돌국향 돌국향, 영겁에 마시며 길이길이 평안하소서
곧 쏟아질 함박눈은
하늘서 보내는 그대의 흰 조각편지가 아니겠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