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6.
지난 15일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퇴를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명백한 오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한 책임차원이었다.
해당 문항은 현 대학수능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두 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도록 억지로 난이도를 높인 것이다. 생명과학Ⅱ 20번과 같은 문항은 '변별력 확보'라는 명목으로 해마다 출제되어 학생들을 괴롭힌다. 이런 문제들을 잘 풀어야 소위 SKY(서울대·고대·연대) 대학을 입학할 수 있다. SKY 대학의 입학생은 모두 1만442명으로 50만명의 수능 응시자중 2%에 불과하다. 전국의 의대, 치대, 카이스트, 포항공대까지 확대하면 약 3%. 이들에게 이런 문제들이 변별력을 가질지 몰라도 나머지 97% 학생들에게는 좌절감을 준다. 다른 응시자들은 난이도 조절 문제의 들러리가 되는 셈이다.
이런 수능출제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와 닮은꼴이다. 지난달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전체 주택소유자 1469만7000명중, 주택 2채 이상 소유자는 232만명(15.8%)였다. 주택 3채 소유자는 2%인 29만7000명, 4채 이상은 1.3%인 41만4000명(1.3%)였다. 즉, 3채 이상 다주택자는 전체 주택소유자의 3.3%인 71만1000명 정도였다.
정부 말대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범이 다주택자였다면 이들 3.3%를 향한 정밀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26번째인지, 27번째인지 헷갈릴 정도로 쏟아낸 정부대책은 3% 다주택자가 아닌 나머지 97% 국민들을 향했다. 정부가 부동산 자산 2%만이 해당된다고 밝혔던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다. 상위 2%도 아니면서도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마구잡이 세금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됐다.
누구나 오늘보다 나은 삶을 꿈꾼다. 그러나 주거지와 주택 소유로 볼 때 대한민국 상위 2~3%의 삶은 이미 고착화되었다. 조금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은 정부의 징벌적 세금 인상과 은행대출 옥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주하려던 곳의 집값이 배 이상 오른 데다 은행 대출도 철저하게 막혔다. 중과되는 양도소득세와 취·등록세, 부동산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현 거주지가 최상의 선택일지 모른다. 만약 현 거주지를 팔고 이사한다면 현재보다 한 단계 낮은 곳을 택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 경기도와 인천으로 이주하고 있다. 그곳까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연장해준다는 정부의 말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대입제도와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없다는 공통점도 있다. 말로는 '백년지계'(百年之計)라고 교육을 추켜 세우지만 5년도 지속되지 않는 정책들이 남발되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으로 자립형사립고 및 외국어고 폐지, 고교학점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일반고의 교육이 정상화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지역의 자사고가 없어지고 외고 폐지가 현실화되면서 서울 강남과 서초, 양천의 일반고 인기만 높아졌다. 고교학점제 도입 역시 교육인프라가 다른 곳보다 좋은 강남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로 꼽힌다.
부동산 정책은 다음 정부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의 대수술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당초 국토보유세 신설 등 보유세 강화를 약속했으나 최근 국토세 유보 및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유예 등 다소 유화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를 싫어하는 측은 "철학 없는 말 바꾸기에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이 후보 지지자들은 "중산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유연한 변경"이라고 반긴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부동산 정책을 돌리겠다고 말한다.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무주택자에 대한 과감한 금융지원, 양도세 인하 등을 내걸고 있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 유일한 만점자는 고려대 행정학과를 휴학중인 반수생이었다. 상위 2% SKY대 재학생도 패배자로 만드는 학벌주의와 입시제도의 단면이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교육 제도의 고질적 병폐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두 거대정당의 후보들은 부동산 정책의 수정을 외치면서도 교육정책에 대해서 아직 이렇다 할 의견조차 내지 않고 있다.
홍성철 /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다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