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힘(Elohim)
1. 하나님을 가리키기 위하여 구약에서 가장 자주 쓰인 낱말이다. 이 낱
말이 복수형 어미를 가졌기 때문에 단순히 "신들"이라는 뜻으로 쓰였을지도 모
른다. 그래서 어떤 성경 신학자는 구약의 신 개념이 다신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
다고 생각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에 반대하면서, 복수형은 장엄한 것을 나타
낼 때 히브리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였다고 말한다.
2. 이 용어는 신(하나님, 신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구약성경에 매우 자주
나타나 있다. 이 용어는 복수형으로서, 이 용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엘'
이라는 명칭과 마찬가지로 고대의 다신론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 극히 적은
몇몇 경우들에 있어서 이 명칭의 이러한 복수적 의미는 매우 명백하게 나타나
있는데, 요담의 설화(삿 9:13)나 "야훼는 다른 엘로힘(신들)보다 크시다"는 이
드로의 선언(출 18:11, 참조. 출 12:12, 20:3, 신 10:17, 삼상 4:8, 삼하 7:23,
시 86:8)이 그 두드러진 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엘로힘'이라는 용어는, 이 용어가 복수형
인 까닭에 이 용어에 수반되는 동사가 복수형으로 나타나 있는 경우에 있어서
도, 단수의 의미로 사용되어 있다(예. 창 1:26, 20:13, 35:7, 출 22:9). 이 용
어의 이러한 용법은 종종 "위엄의 복수형"(혹은 pluralis amplitudinis)으로 불
리우고 있는데, 이는 엘로힘은 모든 신들을 자기 자신 안에 포함하고 있으며 신
의 완전함이 그 안에 포괄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라서 이 용어는 '?,
혹은 '우두머리 신'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또한 바로 이러한 의
미로 창조에 대한 제사문서 기사에 사용되어 있다. "하나님(엘로힘)이 가라사
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창 1:26). 이
기사는 하나님에 의하여 지배되는 천상의 회합에 대한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으
며(왕상 22:19, 욥 1:6, 시 82:1, 89:7, 사 6:8), 이 천상의 존재들(혹은, 하나
님의 아들들)은 "우리가...하자"라는 복수형 동사와 "우리의"라는 대명사로써
수식되어 있다. 그러나 천상의 존재들의 이러한 회합에 대한 우리의 상상에도
불구하고 제사문서의 이 기사는 분명히 유일신론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엘로힘이 신적인 복수성을 단일체 안에 총괄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또한
제사문서의 다른 기사들에서 '엘로힘'이라는 명칭은 분명히 단수형 동사들을 수
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위의 복수형"은 엘로힘을 야훼와 동일시한 결과나 다신론으로부
터 유일신론에로의 점진적인 발전의 결과로서 이스라엘 전승에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이것은 이스라엘 이전 시대에 바빌로니아와
가나안에서 단수형 동사와 함께 사용되었던 고대의 표현법이었다. 따라서 아카
디아에 있어서 ilanu(신들)라는 복수형 용어는 달의 신인 Sin과 같은 특별한 신
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즉 그 신을 모든 신들을 대표하는 최고의 신으로 간주하
는 예배자의 관점을 나타내는 표현으로서 사용될 수 있었다. 또한 아마르나 문
서에는 애굽의 가나안 속국들이 신격화된 파라오를 ilania(나의 신들)라고 지칭
함으로써 신의 완전함이 파라오 안에 집결되어 있음을 표명했던 사실이 기록되
어 있다.
구약성경에서 '엘로힘'이라는 용어는 단수적인 의미로 때때로 암몬족의 신
인 그모스(삿 11:24)나 시돈의 여신인 아스도렛(아쉬타르, 왕상 11:5)이나 에그
론의 신인 바알세붑(왕하 1:2)과 같은 다른 민족의 신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엘로힘'이라는 용어는 이
스라엘 백성들이 잘 알고 있는, 그들이 경배하던 하나님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
용되어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야훼는 많은 '엘'들 중의 하나의
'엘'이 아니었다. 즉 야훼는 절대적인 하나님이시자 역사와 자연의 주관자로서,
그의 백성들에게 절대적인 복종과 자기만을 경배할 것을 명하신 분이셨다. 이
러한 사실은 페니키아의 바알 멜카르트에 대한 숭배가 널리 행해지고 있던 시대
에 엘리야(이 이름은 "나의 엘은 야훼이시다"를 의미한다)가 이에 대하여 제기
했던 "야훼가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좇고, 바알이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좇을
지니라"(왕상 18:21, 참조. 37,39절)라는 도전 속에 명백하게 나타나 있다. 즉
엘리야는 바알을 하나님이라 주장하는 자들을 비웃고(27절) 야훼만이 신적인 권
능을 가지고 계시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명시하였던 것이다. 야훼는 엘로힘이시
며 절대적인 의미에 있어서 하나님이시라는 확신은 오경의 엘로힘문서에 두드러
지게 나타나 있으며 또한 이 엘로힘문서에는 야훼가 엘로힘으로 지칭되어 있는
데, 그 이유는 엘로힘문서 기자가 특히 모세의 계시 이전 시대를 서술하는 데
있어서 엘로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를 즐겨하였기 때문이다.
창조 기사의 제사문서에 있어서의 '엘로힘'이라는 명칭의 사용은 그 문서
의 저자가 모세 시대 이전의 기사들을 기록함에 있어서 '야훼'라는 특별한 명칭
을 사용하기를 피하였다는 사실로써 뿐만이 아니라(출 6:2-3) 특히 그 문서의
저자가 창조에 관한 고대 신화들의 특징을 이루고 있는 다신론적 배경의 흔적을
남기는 것을 피하고자 하였다는 사실로써도 명확하게 설명된다. '엘로힘'이라
는 명칭은 창조주이신 하나님이 자신의 피조물을 관할하시는 절대적인 주이시며
역사의 주관자이시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제사문서 기자는 의도적으로 역
사를, 각 시대마다 특별한 축복과 계명을 지니고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이 시내산
의 결정적인 계시를 지향하고 있는, 여러 시대들(천지창조에서 노아에 이르는
시대, 노아로부터 아브라함에 이르는 시대, 아브라함으로부터 모세에 이르는 시
대)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창 1장에 언급되어 있는 엘로힘
이 '야훼'라는 자신의 명칭을 후대에 계시하는 하나님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사
실은 극히 분명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오경의 제사문서 편집자들은
창 2-3장에서 '엘로힘'이라는 명칭을 '야훼'라는 명칭과 나란히 기술해 이스라
엘의 하나님을 '야훼 엘로힘'(주 하나님; 예. 2:4b,5,7)으로 칭하였는데, 그 의
도는 야훼는 엘로힘이시며 모든 시대의 하나님이시라는 점을 확증하려는 것이었
다.
칠십인 역에는 일반적으로 '엘', '엘로힘', '엘로하'라는 명칭이 theos로
번역되어 있으며, '야훼'라는 명칭이 kurios로 번역되어 있다. 물론 theos라는
용어는 희랍문화 안에 그 자체의 역사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용어였다. 그러나
이 용어가 '하나님'을 가리키는 기본적인 용어로 사용되어 있는 신약성경에 있
어서의 의미는 희랍의 사상과 세계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구약성경에 나타나 있
는 거룩한 역사에 의하여 정의되어 있다(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