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37 아브람보다 높은 살렘 왕 멜기세덱, 그는 누구인가?
“살렘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으니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더라 그가 아브람에게 축복하여 가로되 천지의 주재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여 아브람에게 복을 주옵소서 너희 대적을 네 손에 붙이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찬송할지로다 하매 아브람이 그 얻은 것에서 십분 일을 멜기세덱에게 주었더라.”(창 14:18~20)
아브람은 일찍 사망한 형을 생각하며 조카 롯을 챙겼다. 그런 롯이 재산이 늘자 갈등이 생긴다. 분가시키기로 결정한 아브람은 조카에게 우선선택권을 양보한다. 그러면 응당 젊은 조카가 다시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롯은 좋은 땅을 먼저 차지해 버린다. 괘씸한 처사이다. 그렇게 롯이 떠났다. 소돔으로 거처를 옮겼다더니 어느 날 전쟁에 휘말려 사로잡혀 갔다는 급보가 전해진다. 소식을 듣자마자 아브람은 사병 318명을 거느리고 휘몰아치듯 추격에 나선다. 마침내 롯의 가족들을 구출하고 빼앗겼던 모든 것들을 되찾아온다. 참 좋은 삼촌이다.
멜기세덱이 느닷없이 등장하는 것은 그렇게 개선하는 아브라함을 환영하는 장면에서이다. 전에 단 한 번도 언급이 없었던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등장 방식도 그러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신분이다. 그는 살렘 왕이다. 그러면 가나안 사람이다. 거기에다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다. 하나님은 지금 아브라함을 그가 선택하여 구별할 백성의 조상으로 삼고자 가나안으로 부르셨다. 그런데 가나안 땅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을 다스리는 왕 멜기세덱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아브람을 축복하고 아브람은 그에게 십일조를 드린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한마디로 멜기세덱이 아브람보다 높다는 뜻이다. 히브리서 기자의 표현대로 "논란의 여지없이 낮은 자가 높은 자에게 축복을 받"(히 7:7)기 때문이다. 아브람보다 높은 멜기세덱. 그는 누구인가?
그는 '살렘 왕'이다. 살렘이 어디인가? 일반적으로 예루살렘을 뜻한다고 이해한다. 그런데 성경 외의 문서들도 BC 2000년대부터 예루살렘을 '우르살림' 등의 전체 이름으로 부르기에 이런 축약형은 매우 특이하게 보인다. 그러나 시편 76 편 2절의 "그의 장막은 살렘에 있음이여 그의 처소는 시온에 있다"는 구절은 살렘과 시온이 동일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 준다. 또한 저 유명한 시편 110편 4절은 시온의 왕을 "멜기세덱의 서열을 따라 영원한 제사장”이 되었다고 선언한다. 그의 이름 멜기세댁은 '나의 왕은 의로우시다’는 뜻이다. 그 이름은 훗날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수아의 지휘 아래 가나안을 정복할 때의 예루살렘 왕이었던 아토니 세력('나의 주는 의로우시다)이나 다윗의 대제사장이었던 사독(의로운)과 매우 유사하다. 이런 사실도 '살렘 왕'이 실제로 '예루살렘 왕'을 나타내는 표현이었음을 지지해 준다.
그런 그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다. 우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 즉 엘-엘리온(El-Elyon)은 족장들이 섬기던 하나님의 여러 칭호들 중 하나였다. 성경 기록상 최초의 제사장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님의 섭리요 계획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그의 구별된 백성으로 택하려는 것은 그들만을 복 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세상에 복을 주기 위함이다.
하나님은 종종 이런 섭리를 베푸신다. 훗날 출애굽의 지도자인 모세에게 조직의 필요성을 제시한 사람도 그의 장인으로 미디안 출신 제사장인 이드로였다(출 2:16; 3:1; 18:12). 그렇다. 아브라함은 멜기세덱에게 축복을 받았고, 모세는 이드로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이 사실을 잊지 않았어야만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라합(수 2:11), 룻(룻1:16), 나아만(왕하 5:15), 동방박사(마 2:1~12), 백부장들(마 8:5~13; 막15:39; 행 10:1), 수로보니게 여인(막7:26~30) 등의 예가 다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멜기세덱은 이들의 선구자였다.
그 멜기세덱이 아브람을 축복한다. "천지의 주재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여 아브람에게 복을 주옵소서! 너희 대적을 네 손에 붙이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찬송할지로다”(창 14:19~20). 여기 '주재'라는 히브리어 코네의 일반적인 의미는 '소유주이다. 그러므로 '천지의 코네'는 하나님이 하늘과 땅의 소유주라는 뜻이다. 멜기세덱은 하나님을 그렇게 부르면서 아브람을 축복하였다. 아브람은 그 표현의 의미를 받아들여 전리품 중 십분의 일을 멜기세덱에게 주었다. 이는 모세의 율법이 제시되기 이전에 있었던 일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멜기세덱에 관하여는 우리가 할 말이 많”(히 5:11)다고 하였다. 그는 살렘 왕 멜기세덱이 제사장이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레위 지파 출신이 아닌 그리스도의 대제사장 직분을 논증하였다. 그는 "그 이름을 해석하면 먼저는 의의 왕이요 그다음은 살렘 왕이니 곧 평강의 왕”(히 7:2)이라고 했다. 이것은 성명인 멜기세덱과 지명인 살렘의 문자적 의미를 그대로 번역하여 그리스도에게 적용한 것이다. 이어서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보도 없고 시작한 날도 없고 생명의 끝도 없어 하나님의 아들과 닮아서 항상 제사장으로 있느니라”(3절)고 하였다. 이건 멜기세덱이 실제로 그런 존재란 뜻이 아니라 그런 것에 관한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마치 신적 존재 같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레위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바쳤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사장 직분을 맡은 레위보다 멜기세덱이 더 높다고 논증한다(4~7절). 이런 모든 면에서 멜기세덱은 그리스도의 대제사장 직분의 표상이 된다.